행정소송? 재인증 신청? 계속되는 폭스바겐의 선택

최종편집시간 : 2017년 10월 20일 03:36:04
행정소송? 재인증 신청? 계속되는 폭스바겐의 선택
행정소송시 과징금 부담, 여론악화, 정부와 관계 악화 우려
소송 없이 재인증만 신청시 판매감소, 딜러이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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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05 11:57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환경부가 폭스바겐 32개 차종 80개 모델 8만3000대에 인증취소·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내린 2일 경기도 평택시 아우디폭스바겐 PDI(출고전 차량 점검)센터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연합뉴스

행정소송으로 시간을 벌 것인가, 소송 없이 재인증만 신청해 깔끔하게 털고 갈 것인가.

폭스바겐코리아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환경부의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2일)이 내려진 지 사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5일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행정소송이나 재인증 신청에 대해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언제쯤 결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하루라도 서둘러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어느 쪽이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인증취소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당장 판매 재개는 가능하다.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인증처분 취소 이전의 상태, 즉 인증 상태로 차량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코리아로서는 일정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재인증에 대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위험 요인이 너무 많다. 우선 환경부가 명백한 시험성적서 조작 증거를 제시한 상황이라 승소를 자신할 수 없는 데다, 환경부가 “폭스바겐이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를 제기할 경우, 정부법무공단 외에 민간 법무법인을 추가로 대리인으로 선임할 계획”이라며 강한 대응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행정소송에 패소할 경우 과징금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도 고민이다. 환경부는 행정소송에서 처분이 합당하다는 판결이 나면 개정된 법률에 따라 기존보다 높은 차종당 100억원의 과징금 상한액을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은 지난달 28일부터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됐으나, 폭스바겐이 25일부터 자발적 판매중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경부는 기존 상한액을 적용해 총 178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판매를 재개할 경우 개정된 법률에 따라 상한액 100억원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주장이다. 이 경우 폭스바겐 측은 5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추가로 물어야 한다.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여론이 결코 폭스바겐 측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일이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조작, 위조나 하는 불량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데 정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벌인다면 여론은 더 악화될 수 있다.

통상 6개월가량 걸리는 행정소송 기간 동안 계속해서 여론의 공세에 시달린다면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설령 행정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다 해도 인증기관인 환경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당장 인증취소 차종들의 재인증은 물론, 앞으로 새로 들여올 차종들도 환경부 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서 좋을 것은 없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2일 환경부 처분 발표 직후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집행정지신청 및 환경부의 결정에 대한 법적 조치 고려’를 언급한 내용을 3일 삭제한 것도 이같은 여러 가지 위험성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포기하고 재인증만 신청할 경우 이런 문제들에서는 자유로워진다. 환경부와의 관계 개선도 도모할 수 있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자숙’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올해는 사실상 국내에서 판매를 접어야 하는 게 문제다. 인증취소 조치를 당한 32개 차종 80개 모델에는 주력 차종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더구나 환경부는 재인증 신청시 서류검토 뿐만 아니라 실제 실험을 포함한 확인검사를 실시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독일 폭스바겐 본사를 현장 방문해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인증 절차를 예고한 상태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판매가 중단되면 당장 딜러사들이 버틸 재간이 없다. 이미 일부 딜러사들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딜러망이 붕괴되면 향후 재인증을 통해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원활한 판매가 힘들어진다.

현대차나 기아차, 쌍용차 같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해외 시장에서 딜러사들의 역량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이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판매중단 기간 동안 각 딜러사들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처분은 폭스바겐이 아닌 군소 브랜드였으면 당장 철수하는 편이 나았을 정도로 강력하다”면서 “정부도 허술한 규제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는 만큼 시범케이스로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의지가 감지되니 (폭스바겐의) 처신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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