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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낭자’ 라울러, 원패턴에 감춰진 디테일


입력 2016.07.31 00:01 수정 2016.07.31 08:1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주도산과 더불어 옥타곤 최고의 화끈한 펀처로 꼽혀

맥도날드 두 번 이길 때 패턴 같아도 섬세함에서 차이

UFC 웰터급 챔피언 라울러(오른쪽)가 우들리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 게티이미지 UFC 웰터급 챔피언 라울러(오른쪽)가 우들리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 게티이미지

UFC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34·미국)가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31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필립스 아레나서 열릴 예정인 ‘UFC 201’ 메인이벤트가 그 무대로 상대는 ‘랭킹 4위’ 타이론 우들리(34·미국)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민첩하고 파워풀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검은 괴수로 재작년 ‘스턴건’ 김동현을 때려눕힌 선수로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다.

라울러는 헤비급 전 챔피언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2·브라질)와 더불어 최고의 옥타곤 복서로 꼽힌다. 두 주먹으로 화끈하게 때려눕히는 유형답게 그의 경기는 항상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근거리 난타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으로 경기마다 유혈이 낭자한다. UFC 관계자들에게는 “좋은 그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확고한 믿음까지 주고 있다.

타격을 베이스로 하는 라울러는 대부분의 공격을 펀치로 해결한다. 무기가 다양할수록 유리한 현대 MMA 흐름에 역행하는 듯하지만, 맞서는 상대는 뻔한 펀치에도 답을 찾지 못한다.

라울러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단순한 하드 펀처 유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그랬다면 라울러는 챔피언에 등극할 수 없었다. 하나의 패턴이지만 파괴력이 너무 강하고, 그 속에 숨어있는 섬세한 디테일은 여간 깨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초창기 라울러는 단순히 맷집좋고 한 방이 위력적인 터프가이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테크니션 면모가 붙고 있다. 두 번에 걸친 로리 맥도날드(27·캐나다)와의 혈전이 대표적 예다.

맥도날드는 체급에서 가장 안정적인 파이터 중 하나로 꼽히며 차기 챔피언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라울러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며 중요한 순간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다양한 공격패턴, 신체 조건의 우위에도 라울러를 넘지 못했다.

놀라운 것은 라울러가 맥도날드와의 1,2차전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승리를 따냈다는 점이다. ‘극강의 원패턴’으로 경기를 잡은 것은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1차전 당시 라울러의 전략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용맹하게 들어가 무자비하게 때려 부수는 것이다. 맥도날드가 긴 리치를 살려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라울러는 이에 굴하지 않는 터프한 펀치 공격으로 정면에서 승기를 가져갔다. 옥타곤 최고 슬러거다운 모습이었다.

2차전에서의 라울러는 정교함까지 장착했다. 우직하게 밀고 들어가는 것은 여전했지만 스텝을 살려 거리싸움을 하고 앞손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는 등 진화된 옥타곤 복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놀라운 것은 잽 싸움에서 맥도날드를 이겼다는 점이다.

UFC 웰터급 챔피언 라울러는 진화된 옥타곤 복서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 UFC UFC 웰터급 챔피언 라울러는 진화된 옥타곤 복서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 UFC

라울러는 치고 빠지기를 유효적절하게 반복하며 맥도날드에게 앞손 잽을 계속해서 적중시켰다. 리치에서는 불리했지만 타이밍 싸움에서 라울러가 앞섰다. 맥도날드가 잽을 치려는 순간 늘 반박자 빠르게 라울러가 먼저 꽂았다. 라울러의 예상치 못한 변신에 맥도날드는 크게 당황했다.

최근 라울러의 펀치 테크닉은 물이 올라있다. 강력한 대포가 연발 능력을 끌어올리고 터보엔진까지 장착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단순히 빈틈만 잘 포착하는 것이 아닌 완급조절과 리듬 싸움에 더욱 능해졌다.

특유의 몰아치는 타이밍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는 다소 기세 위주로 자주 상대를 몰아쳤다면 근래에는 체력 안배까지 생각해 확실한 기회에서만 돌격을 감행한다. 거듭된 공방전에 상대의 집중력이 흐트러져있거나 기세가 꺾여있는 순간에 치고 들어가 노련한 상대들도 당황하기 일쑤다. 산전수전 다 겪은 카를로스 콘딧(32·미국)을 그로기까지 몰아버린 장면이 대표적이다.

우들리전 역시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라울러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우들리는 라울러를 힘겹게 하기에 충분한 화력을 지녔지만 페이스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장기전의 명수 라울러에게 중반 이전에 데미지를 주거나 점수에서 앞서지 못한다면 후반에는 혈전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크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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