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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죽을 때까지" 서청원 아래로 모인 친박계


입력 2016.07.28 08:08 수정 2016.07.28 08:12        고수정 기자

<현장> 당 대표 출마 권유 초·재선 중심 참석

'계파모임'은 부정…이색 건배사로 화기애애

새누리당 내 최대계파인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친박계 의원 만찬 회동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데일리안 새누리당 내 최대계파인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친박계 의원 만찬 회동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데일리안

새누리당 내 최대계파인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친박계 의원 만찬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새누리당 내 최대계파인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친박계 의원 만찬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당 대표 출마 권유 초·재선 중심 참석
'계파모임'은 부정…이색 건배사로 화기애애


“사우디! 아우디!”

사나이의 우정은 죽을 때까지, 아줌마의 우정도 죽을 때까지 지키자는 건배사가 울려 퍼진 곳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최근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친박계 맏형’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주재한 만찬이 27일 열렸다. 자신에게 당 대표 출마를 간곡히 요청해왔던 친박계 의원들과 우정을 다지기 위한 시간이었다.

만찬 주최자인 서 의원은 가장 먼저 식당에 도착, “내가 오늘 주최자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왔다”며 20여 분간 의원들이 모두 들어설 때까지 문 앞에 서서 맞이했다. 서 의원은 “의원님들 오랜 만에 모셨는데 내가 인사하는 걸 좋아할지 모르겠다. 걱정스럽다”며 “(오늘 자리에서) 당 화합하자는 말 외에는 안할 거다. 사적인 모임”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 측 관계자도 “이번 만찬의 초청자는 초·재선 의원 중 서 대표(친박계는 서 의원을 보통 서 대표라고 부른다)에게 당 대표 경선 출마를 했으면 좋겠다고 한 사람이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 중 한명인 김태흠 의원도 “오늘 이것을 계파모임으로 보기 보다는 서 대표와 친분 관계를 맺은, 서 대표에게 당 대표로 출마해달라고 강하게 권유한 의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답례하는 자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의원들은 서 의원을 비롯해 정우택·이우현·김진태·김태흠·김명연·민경욱·추경호 의원 등 친박계 40여 명으로, 비박계 의원들도 간혹 보였다. 특히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이장우·이은재·정용기·조원진·최연혜·함진규 의원이 참석해 세 결집을 위한 자리로 인식됐다.

하지만 막상 만찬 자리에서는 ‘경쟁’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서 의원의 불출마를 아쉬워하고, 당 화합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먼저 서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 결정에 대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생각은 0.1%도 없었다”며 “귀중하신 의원님들이 제 방에도 찾아오시고, 전화를 주시고, 또 만나서도 ‘우리 대표님의 경륜을 이번에 쏟으셔서 당이 어려울 때 한 번 좀 나와 주시죠’라는 간곡한 말씀이 있었다. 제가 귀중한 분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겠느냐”며 고민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전대가 끝나면 의원분들 모시고 당의 화합을 이끌고 (계파) 갈등을 치유하려 하는데 저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며 “박근혜 정권이 잘 되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내년에 정권을 잡는 데 조금 더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갑윤 의원은 “집권여당의 당 대표는 당·정·청을 제대로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그래서 서 대표가 적격자라 생각해서 당 대표 출마를 부탁드렸는데, 뜻을 접고 식사 자리를 마련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똘똘 뭉쳐서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키고 보수 정권 만들기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고도 했다.

박순자 의원은 “(서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해서) 다들 마음이 아프죠?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분이었는데 출마하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라며 “당이 새롭게 거듭나는 전기를 만드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비전을 갖고 행동하면 기적을 이룬다’는 의미의 ‘비행기’를 건배사로 제안했다.

서 의원이 꼽은 가장 인상 깊은 건배사는 이장우 의원의 ‘사우디 아우디’였다. ‘사나이 우정은 죽을 때까지, 아줌마 우정도 죽을 때까지’의 의미로, 만찬에 모인 의원들이 남은 임기 동안 화합하자는 제안이었다.

정용기 의원은 “늘 큰형님 같은 모습을 존경한다. 후배들이 위로의 자리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우리를 (서 의원이) 불러줬다”라고 했고, 함진규 의원도 “이번 전당대회가 친박 비박의 갈등을 극복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수많은 후배들이 자신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네자, 자신이 8선까지 오르게 된 노하우를 전했다. 서 의원은 “어떻게 8선에 오르게 됐느냐면 술 잘 먹어서 그런 것”이라며 “술 안 먹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더 훌륭한 사람이지만, 순대와 소주를 차에 넣어 다니면서 부동산 등에 들러서 술 먹고 의원이 됐다”고 말했다.

약 2시간의 만찬이 끝나고, 서 의원은 가장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나며 향후에도 만찬을 열 거라고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 끝나고 여기 안 온 분들을 모시고 하려고 한다”며 “지켜보면서 병풍 역할을 하려고 했던 내 입장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만찬에는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이정현 의원만 초대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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