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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볼은 빈볼을 부르고’ 잊지 말자 동업자 정신


입력 2016.07.28 19:01 수정 2016.07.29 09:40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롯데-한화 주말 시리즈서 연속 사구로 신경전

동업자 정신 망각한 빈볼은 당연히 추방되어야

한화와의 주말3연전서 3개의 사구를 맞은 강민호. ⓒ 롯데 자이언츠 한화와의 주말3연전서 3개의 사구를 맞은 강민호. ⓒ 롯데 자이언츠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서 관중석을 술렁이게 만든 상황이 벌어졌다.

8회초 2아웃. 한화가 롯데에 8-1로 앞선 상황에서 롯데 투수 이정민이 이용규의 몸 쪽으로 향하는 공 2개를 잇달아 던졌다.

첫 번째 공은 이용규가 황급히 몸을 빼면서 피했다. 공은 포수가 잡을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벗어나 뒤쪽으로 날아갔다.

두 번째 공이 자신에게 날아올 것이라 예감한 이용규는 일찌감치 타석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공은 정확히 타자 몸을 향해 날아갔고, 이용규는 다시 한 번 몸을 피해야 했다. 공이 또 다시 포수의 뒤쪽으로 날아가자 박근영 구심이 이정민에게 주의를 줬고, 이후 정상적인 투구가 이어졌다.

명백한 빈볼이었다. 이틀 동안 위협구와 사구(死球)에 시달리던 롯데 포수 강민호에 대한 보복성이 짙은 장면이었다.

강민호는 전날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드는 공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몸쪽공 4개 중 둘은 간신히 피해 위협구로 끝났지만 나머지 둘은 그대로 몸에 적중했다.

강민호에 대한 사구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강민호는 5회말 한화 선발투수 카스티요가 던진 시속 152km 강속구에 골반을 맞았다. 화를 참을 이유가 없었다. 전날 각각 2개의 사구와 위협구에 시달렸던 강민호는 카스티요에게 다가가려 했다.

박근영 주심과 한화 포수 차일목이 진정시켜 벤치클리어링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경기 막판 롯데 이정민이 이용규에게 보복구로 의심되는 공을 던져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렸다.

유독 강민호에게 위협구가 집중적으로 날아온 주말시리즈였다. 강민호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가 날만한 상황이었고 롯데의 입장에서도 지나친 견제로 받아들일만 한 장면이다.

게다가 두 팀은 지난해에도 3안타를 몰아친 롯데 황재균을 상대로 한화 이동걸이 사구를 던지며 벤치클리어링을 벌인 악연이 있다.

한화와 롯데는 지난해에도 황재균 보복구로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 롯데 자이언츠
한화와 롯데는 지난해에도 황재균 보복구로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 롯데 자이언츠

물론 이번 사구는 해석이 다소 다를 수 있다. 23일 경기에서 강민호를 맞춘 한화 투수 송창식은 사과의 제스처를 건넸다. 24일에는 한화 주장 정근우와 포수 차일목이 흥분한 강민호를 달래기도 했다. 여러 정황을 감안했을 때에도 강민호에 대한 사구를 고의성이 짙은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강민호와 이용규, 그리고 롯데와 한화도 이를 알기 때문에 이후 문제를 확대하지 않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정민에 대한 박근영 심판의 적절한 경고조치도 양 팀이 무난하게 경기를 마무리하는데 일조했다.

야구에서 투수의 몸쪽 승부는 타자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주요 공략 대상이다. 당연히 몸쪽 승부에 자신 있는 투수는 더 유리한 위치에서 승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제구에 능숙한 투수가 아니라면 몸쪽공 승부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있을 정도로, 사구와 위협구는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평범한 신체조건을 가진 일반인이 시속 90~100km의 공에 맞으면 해당 부위가 시퍼렇게 멍들 정도다. 140km 이상의 강속구가 대부분인 프로 투수의 공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만큼 몸쪽 승부는 투수에게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위험한 흉기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반드시 잊지 말아야할 부분은 ‘동업자 정신’이다. 빈볼이 나올 때마다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지만 결국 야구도 사람이 하는 스포츠임을 명심해야 한다.

의도치 않은 사구로 선수들이 흥분할 수 있지만, 서로가 동업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빈볼은 부상의 위험만 키울 뿐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KBO가 빈볼에 대한 규정을 강화(머리쪽 직구 사구는 바로 퇴장)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야구는 서로 공을 치고 던지고 받으면서 득점하거나 득점을 막는 스포츠다. 공으로 상대를 위협하거나 부상을 입히는 싸움이 아니다.

글: 김호연 / 기록 및 정리: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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