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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성주 방문, 욕설은 있었지만...


입력 2016.07.26 17:36 수정 2016.07.26 17:39        경북 성주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현장>폭력 시위 막으려 애쓴 성주군민, 일부의 욕설은 '눈살'

정진석 "군민 배석해 환경영향평가 진행할 것" 약속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북 성주군청 방문이 예정된 26일 오전 성주군청 앞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북 성주군청 방문이 예정된 26일 오전 성주군청 앞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북 성주군청 방문이 예정된 26일 오전 성주군청 앞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북 성주군청 방문이 예정된 26일 오전 성주군청 앞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북 성주군청 방문이 예정된 26일 오전 성주군청 앞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북 성주군청 방문이 예정된 26일 오전 성주군청 앞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26일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찾았다. 일부 군민은 이들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었지만 황교안 국무총리 등의 방문에 폭력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15일에 비하면 소란의 정도는 덜 했다.

정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이철우 정보위원장(경북 김천),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백승주(경북 구미갑) 의원 등은 이날 오전 성주를 방문해 군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지도부는 성주에 도착한 후 맨 먼저 사드 배치가 사실상 확정된 군청 인근 성산포대에 들러 군 관계자의 설명을 청취했고, 이후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를 포함한 군민들이 모여 있는 군청으로 향했다.

군청은 이른 오전부터 붐볐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은 하나의 띠가 된 듯 군청을 휘감고 있었고 군민들은 서서히 모이면서 원내지도부를 기다렸다. 이들은 단순히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새누리당을 이제 마음 속에서 떠나보낸다는 의도였다.

청사 진입로에는 조화가 놓여져 있었고 근조 표시가 돼 있는 각종 피켓들이 주위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또 대다수의 군민들은 상복을 갖춰 입어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형성했다. 햇빛이 쨍쨍한 밝은 날씨였지만 청사 주변은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넘쳤다.

군민들은 지도부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취채진들에게 깊은 불신감을 드러냈다. 황 총리 방문 당시 일부 군민의 거친 행동에 '폭력 시위', '불법 시위', '지역 이기주의' 등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에 대해 큰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군청 초입에 놓여 있는 게시판에는 '언론에서 나오는 말도 안 되는 기사 때문에 힘들어요', '제대로 된 언론이 되어주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한 군민은 언론사 이름이 붙여져 있는 취재 차량을 향해 "기사 똑바로 쓸 게 아니면 오지마라"며 고함을 질렀다. 장례 퍼포먼스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을 향해서도 몇몇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언급하며 "언론들이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분을 이기지 못 했다.

군청 주위 플래카드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 총리, 한민구 국방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비난하는 문구가 가득 찼으며 성주 지역 국회의원인 이 의원을 겨냥해 '매국노 이완용, 매군노 이완영'라고 적힌 것도 눈에 띄었다.

10시 54분이 되자 지도부가 탄 대형버스가 군청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20여분 지연된 시간이었다. 버스는 정문을 지나쳐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은 옆문으로 향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군민들은 버스가 우회하는 것을 목격했고 그 쪽으로 몰려가 격렬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버스에 내린 정 원내대표를 향해 한 군민은 "왜 당당하지 못 하게 옆문으로 오는데예. 앞으로 가서 군민들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거 아입니꺼"라고 소리쳤고 경호원들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다른 군민들도 정 원내대표를 향해 욕설 섞인 고함을 질렀고 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알아듣지 못하게 한 데 모이며 현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말 없이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서 있던 정 원내대표는 앞 쪽으로 가겠다는 뜻을 표 했고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 길도 험난했다. 수 많은 취재진과 군민들이 경호원들과 엉켰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몇몇 군민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노 이 XXX들아"라며 거친 말을 내뱉었다.

장례 퍼포먼스를 준비하던 이들은 정 원내대표의 등장에 모형 상여를 옮기며 곡소리를 냈고 순식간에 성주 군청은 군민들의 울부짖는 절규로 울려 퍼졌다. 그러나 누군가 무언가를 던진다거나 지도부를 향해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는 이는 없었다. 지도부 도착 전부터 폭력 시위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서로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결과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청에 도착해 군청 옆문으로 들어가려다 성주군민들에게 정문으로 들어가라는 항의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청에 도착해 군청 옆문으로 들어가려다 성주군민들에게 정문으로 들어가라는 항의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경북 성주를 방문해 성주군청에서 성주군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경북 성주를 방문해 성주군청에서 성주군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환경영향평가 진행해 유해성 확인될 시 사드 반대할 것"
한 군민 "박 대통령은 출산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시끌벅적한 소란 속 지도부는 가까스로 청사 내로 진입했고 마련된 장소에서 군민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정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이완영 의원과 김항곤 성주군수가 이른 시일 내에 성주를 방문해 군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청했고 그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내려왔다"며 "지금 정부와 군민과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인데 시간이 걸릴 지라도 대화 창구를 만들어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함께 배석한 김 군수와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군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박 대통령에게 전해달라. 단순한 님비 현상이 아니다. 사드배치의 철회를 기다리고 있다"며 정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이후 10여명의 군민들은 지도부를 향해 사드 배치가 왜 필요한지, 부지를 성주로 결정한 국방부가 왜 조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지 등등 질문 공세를 펼쳤다.

정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북한의 핵을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미 동맹 군사체계를 강화해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우리에게 사드가 필요한 전략 체계라 할 지라도 환경성에 대한 규명 없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를 당연히 거쳐야 한다. 만약 인체에 유해성이 있다고 판명이 나면 사드를 철회해야 한다"며 "다만 다소 과장되게 민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이런 부분은 사실관계를 밝힌 뒤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 같은 말에 일부 군민은 박수를 보내기도 하며 존중했다. 그러나 한 군민은 "나는 자녀가 셋이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사드를 반대한다"며 "박 대통령은 아이를 안 낳아봐서 모르겠지만 여기 온 분들은 다 자녀가 있고 손주가 있지 않느냐"라고 말을 했다.

국방부 차관 출신으로 사드 배치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백승주 의원을 향해서도 군민들은 "그럼 구미로 사드를 가져가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당초 군민들은 80여개의 질문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화를 진행한 지 1시간이 좀 지났을 쯤 사회자의 주도로 간담회는 마무리 됐다. 지도부는 청사를 나와 버스에 다시 올라탈 때까지 또 다시 군민들의 격한 목소리를 들어야 했으나 큰 불상사 없이 버스에 올라탔고 거의 지연 없이 버스는 현장을 빠져 나갔다.

현장에서 떠도는 이야기에 의하면 얼린 계란과, 얼린 생수를 투척하려는 일부의 움직임도 있었으나 그런 일이 목격되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얼린 계란이 아까운 수준"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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