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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씨' 빅샘, 잉글랜드판 허정무 되려나


입력 2016.07.27 00:00 수정 2016.07.26 23:35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잉글랜드 축구, 언더독 구단에 최적화된 앨러다이스 선임

해외 명장 외면하고 자국인 선임...2010 허정무 때와 비슷

잉글랜드 축구의 선택은 또 자국 감독인 앨러다이스였다. ⓒ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축구의 선택은 또 자국 감독인 앨러다이스였다. ⓒ 게티이미지

‘빅 샘’ 샘 앨러다이스 전 선덜랜드 감독이 잉글랜드 축구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것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잉글랜드는 유로2016에서 역대 최고의 멤버라는 기대와 정반대로 대회 내내 졸전을 펼쳤고, 아이슬란드와의 16강에서 역전패하며 조기 탈락했다. 이는 잉글랜드가 고질적인 메이저대회 울렁증과 스타 선수들에 대한 거품론이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

로이 호지슨 감독이 사임하면서 후임 감독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필요하다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아르센 벵거, 위르겐 클린스만 등이 잉글랜드 사령탑으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의 선택은 또 자국 감독인 앨러다이스였다. 호지슨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잉글랜드산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호지슨이 해외 리그나 국가대표팀의 감독도 역임했던 것과 달리 앨러다이스의 경력은 대부분 잉글랜드 클럽무대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도자로서 월드컵 본선 같은 메이저대회 국가대항전 무대를 밟아본 경험도 없다.

호지슨도 첫 선임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맡을만한 검증된 경력이나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앨러다이스는 호지슨보다도 크게 낫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카드다.

물론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영국에서만 활동해온 지도자로서 자국 축구의 장단점과 선수들의 성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앨러다이스는 소위 우승권의 명문클럽을 맡아본 경험이 없고, 주로 볼턴이나 선덜랜드 등 중하위권의 작은 팀을 이끌며 1부리그 잔류 및 승격 등을 이끌어내는 ‘언더독’ 구단에 최적화된 이미지였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자국에서도 ‘롱볼축구’, 소위 말하면 뻥축구를 구사하는 낡은 이미지로 깊이 박혀있다는 점이다. ‘킥 앤 러시’는 잉글랜드의 전통적인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현대축구에서 점유율을 강조하는 추세를 감안했을 때, 시대에 역행하는 축구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가 이끌었던 대부분의 팀이 전력상 약체라 어쩔 수 없었지만 공격보다 수비를 강조하는 축구를 추구하면서 지루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은 논란 속에서도 한국을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에 대한 물음표를 지웠다. ⓒ 데일리안DB 허정무 감독은 논란 속에서도 한국을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에 대한 물음표를 지웠다. ⓒ 데일리안DB

잉글랜드의 앨러다이스 감독의 선임을 보며 유사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허정무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허정무 감독은 2007년 12월,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될 당시 많은 논란에 직면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도 외국인 감독 후보군들이 연이어 고사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자국 감독인 허정무 감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은 자국 리그에서 오랜 세월 감독직을 역임했지만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점이나 지루한 축구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논란 속에서도 한국을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에 대한 물음표를 지웠다. 허정무 감독은 국내 지도자로서 대표팀을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첫 인물이라는 명예로운 수식어도 챙겼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눈높이가 한국 대표팀과는 다르다. 잉글랜드는 1996년 유로컵 이후 최근 20년간 메이저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 축구종가의 화려한 명성 에 가려진 거품론이 어느 때보다 심하다. 클럽무대에서도 우승권의 성적을 올린 적이 없는 앨러다이스 감독이 자국 팬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잉글랜드는 최근 세대교체의 흐름이 뚜렷하다. 웨인 루니 등 일부 베테랑을 제외하면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엄격한 앨러다이스 감독이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장악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빅샘의 선임이 축구종가의 또 다른 자충수가 될 것인지, 신의 한 수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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