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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인천상륙작전', 부끄럽지 않은 작품"


입력 2016.07.27 09:27 수정 2016.07.31 08:24        부수정 기자

북한군 사령관 림계진으로 분해 악역 연기

"기획 의도 좋아…지인들에게 추천하고파"

배우 이범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북한군 사령관 악역 림계진으로 분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우 이범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북한군 사령관 악역 림계진으로 분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잘 모르겠는데 이번 작품은 기대돼요. 주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부끄럽지 않은 작품입니다."

이범수(46)는 자신감이 넘쳤다. '인천상륙작전'(27일 개봉·감독 이재한)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이범수는 전작 '신의 한 수'에 이어 또 악역을 맡았다. 북한군 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은 그는 스크린에서 '절대 악'으로 분한다.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범수는 "언론 시사회 때 처음 보고, 인천 시사회 때 또 봤다"며 "두 번 봤는데 재밌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 시사회 때는 긴장하면서 봤는데 두 번째 볼 때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밌었다"고 만족해했다.

그가 맡은 림계진은 무자비한 악역이다. 악역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았다는 이범수는 "'신의 한수' 속 악역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며 "림계진은 능글 맞고, 속을 알 수 없는 악역"이라고 배역을 소개했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주역인 해군 첩보부대와 그들을 도운 켈로부대(연합군 소속의 한국인 스파이 부대)의 활약상을 담았다.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숨은 주역들을 조명한다.

좋은 기획 의도에 끌렸다는 이범수는 단번에 출연을 결심했단다. 그는 "우리 대원들의 숭고한 희생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며 "할리우드 영화에 대적할 만한 블록버스터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웃었다.


이범수가 출연한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주역인 해군 첩보부대와 그들을 도운 켈로부대(연합군 소속의 한국인 스파이 부대)의 활약상을 담았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범수가 출연한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주역인 해군 첩보부대와 그들을 도운 켈로부대(연합군 소속의 한국인 스파이 부대)의 활약상을 담았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살을 찌우고, 북한 사투리를 배웠다. "림계진은 '기름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체중 7kg을 늘렸습니다. 살을 찌우다 보니 너무 많이 찐 거예요. 그러다 다시 뺐는데 제작사 측에서 다시 찌우라고 했어요. 하하. 총 체지방 20kg을 빼고, 근육 13kg 늘렸습니다."

함경도 사투리는 어떻게 배웠냐는 질문엔 "최선을 다했다"고 토로했다. "영화 촬영 두 달 전부터 북한군 출신 탈북민에게 배웠어요. 사투리라서 애드리브를 할 수도 없었답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검증하면서 사투리를 익혔어요."

영화는 해군 첩보부대가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수행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첩보작전을 이끄는 수장 장학수(이정재)와 액션신을 펼친 이범수는 촬영 2회 차때 무릎을 다쳤다.

"총에 걸려 넘어졌는데 공중에 '붕' 떴죠. 그 찰나의 순간이 1분처럼 느껴지더군요. 무릎이 보도블록에 '쾅' 하고 찍혔어요. 무릎에 물이 차서 병원에선 무릎을 쓰지 말라고 했죠. 보호대를 차고 촬영해야 했는데 제가 빼 먹은 거죠. 뭐 어쩌겠어요. 부상도 연기의 재미입니다."

영화는 '테이큰'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맥아더 장군 역)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아쉽게도 이범수와 극 중 연기 호흡을 맞추진 못했다. 이범수는 "리암 니슨 팬이었는데 더 팬이 됐다"며 "할리우드 스타라서 까다로울 거라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 이범수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두 번 봐도 재밌었다"며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우 이범수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두 번 봐도 재밌었다"며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포스터 촬영 때 재밌는 얘기를 나눴어요. 제가 중학교 때 '미션'을 단체 관람한 얘기를 했더니 웃으셨어요. 제게 '눈빛이 좋다'고 하셨답니다. 이번 내한 행사 때 제가 해외 일정으로 못 갔는데 절 찾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켰어요. 말은 안 통하지만 그분의 에너지, 기운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보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영화 무대 인사할 때 뵐 수 있을 듯합니다."

이정재와의 호흡은 '태양은 없다'(1999) '오! 브라더스'(2003)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범수는 "'태양은 없다' 때는 젊은 배우였는데 이제는 선 굵고, 단단한 배우로 성장했다"며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고 했다.

"'오! 브라더스'로 재회했을 때도 기뻐서 '낄낄' 거렸는데 어느덧 10년이 지났어요. 세 번째 작품이야말로 감회가 새로웠어요. 어떤 분야의 일을 꾸준히, 오랫동안 한다는 건 매력과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노력도 뒷받침된 거고. 이정재 씨가 그런 경우입니다."

아이 둘인 아빠 이범수가 미혼 이정재에게 결혼에 대해 해준 말이 있단다. "언젠가는 가정을 꾸려야 할 것 아니냐고 했죠. 정재도 '아 그렇죠'라고 했고. 결혼은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최고라고 해줬어요. 마음과 영혼이 원할 때요. 저도 그럴 때 했거든요. 미룰 일도, 서두를 일도 아닌 게 결혼입니다."

영화는 총 16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부담될 법도 하다. 그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잘 돼야 투자 심리가 활성해진다"며 "큰 영화가 실패하면 작품의 규모가 작아진다"고 짚었다. "관객들의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으면 해요. 저예산·아트·블록버스터 영화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잘 됐으면 하는 게 제 소신입니다."

이범수는 KBS2 '해피투게더-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소을-다을이 아빠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예능을 통해 이전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슈퍼맨' 얘기가 나오자 뒷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슈퍼맨'이 처음 생길 때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고.

배우 이범수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이정재와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우 이범수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이정재와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아이들을 보여주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출연을 고사했죠. 거절했는데도 꾸준히 출연 제의가 왔어요. 그러던 어느날, 휴대폰을 수리하기 위해 대리점에 가서 사진을 백업하는데 소을이, 다을이 과거 사진을 봤어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니 마음이 '짠'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매니저가 '슈퍼맨' 섭외가 또 왔다고 하더라고요. 웃음이 나왔어요. 인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이후 만난 담당 PD의 진정성에 끌려 출연을 확정했다. 배우로서 화장기 없는 민낯을 드러내야 하고, 포장 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건 큰 부담이다.

"신비롭게 포장하고, 뒤로 숨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대중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요. 2~3주마다 이벤트를 열어주는 게 쉽지 않잖아요? 아이들이 무척 신나해요 하하. 촬영하기 전에 '아빠 어디 가는 거야?', '미리 가면 안 돼?'라고 묻곤 합니다. 아이들과 더 친해져서 보람을 느껴요."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 한 이범수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 '태양은 없다'(1998), '싱글즈'(2003), '외과의사 봉달희'(2007), '온에어'(2008), '자이언트'(2010), '신의 한수'(2014), '라스트'(2015) 등 6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이범수는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고 전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천상륙작전'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이범수는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고 전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범수는 연기 외적으로 대학 강단에도 서고, 소속사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연기에 대한 가치관, 후배 양성에 대한 열정이 빛나는 배우다.

대학 강단에 선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배우는 게 다르기 때문이란다. 현장을 아는 교수라면 연기 교육을 보다 쉽고, 실용적으로 할 수 있단다.

"학창시절에 제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어요. 일종의 대리만족이죠. 국내 연극영화가 커리큘럼이 대부분 연극 위주예요. 학생들은 대부분 영상 연기를 지향하는데 말이죠. 이런 친구들에게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절실합니다."

소속사를 운영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사실 국내엔 연기자를 트레이닝하는 소속사가 없다. SM·YG·JYP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은 가수 전문이다. 방송사 공채 시스템이 없어지면서 신인 등용문은 찾기 힘들다. 가능성 있는 신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만 정작, 신인들이 선보일 만한 무대가 없다는 얘기라고 배우는 강조했다.

"신인 배우를 발굴·육성하는 구조가 필요해요. SM·YG·JYP 엔터테인먼트 대표들을 찾아가 노하우를 물어보고 싶어요. 꼭 연락할 겁니다. 하하. 현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를 키우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해요. 마음만으론 할 수 없죠. 자본과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속사 대표가 직접 연기를 가르치는 경우는 저뿐이에요. 의미 있는 일 아닌가요?"

자신의 연기 외에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7년 차 배우의 입에선 간단명료한 대답이 나왔다. "연기, 그 자체를 사랑해서요. 연기에 대한 제 에너지가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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