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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피의자가 수사기관 감사한다? 이상한 나라의 법사위


입력 2016.07.25 10:07 수정 2017.10.15 19:48        전형민 기자

법사위원 17명중 11명 검·경 조사나 판결 기다려

재야 법조계 "부적절…해결되면 다시 들어와야"

지난 7월 13일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7월 13일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법사위원 17명중 11명 수사기관 조사나 법원 판결 기다려…
일부 "무혐의로 처리될 작은 선거법 문제"
재야 법조계 "부적절…문제 해결되면 다시 들어와야"


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중 상당수가 현재 수사기관의 수사·조사를 받거나 재판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법사위는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16개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모든 법안의 성안을 최종 검토하는 상임위로 '꽃중 꽃'으로 불린다. 동시에 사법기관인 법무부, 대검찰청, 법제처, 감사원, 헌법재판소, 대법원, 군사법원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감사하는만큼 위원들은 자신의 재판에 모종의 압력을 행사하거나 의도치않게 영향을 줄 개연성이 있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중인 피의자 혹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가 사법기관을 감사하는 일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두고 한 차례 해프닝이 빚어진 바도 있다.

지난해 10월7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당시 법사위원이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마찬가지로 당시 법사위원이었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박 의원에 대한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 계속 중에 있기 때문에 박 의원은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있다"며 박 의원의 국감 배체를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로 인해 국감이 한 때 파행을 겪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문제를 제기한 김 의원도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서울고법에 재정신청한 상태에서 서울고법 국감에 참석했다'며 "자가당착이며 뻔뻔함의 극치"라고 비난한 바 있다.

법사위원 17명중 11명 수사기관 조사나 법원 판결 기다려…

본지의 조사에 의하면 20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은 총 17명중 22일 현재 수사기관의 조사나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중인 위원은 전체의 약 65%에 해당하는 11명이다. 대부분 고소·고발을 당한 건이지만 위원이 고발을 한 사례도 있다.

법사위원들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된 가장 대표적 이유는 공직선거법 위반이였다. 불과 3달 전 4·13 총선이 치러졌고, 선거법은 한쪽 일방의 고발로도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A의원의 경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고발 당하자 선거 당시 상대후보를 맞고소하기도 했고, B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낙선한 상대 후보를 고발한 사례도 있다.

이색적인 선거법위반 혐의도 있다. C의원은 명함의 크기가 정해진 규격보다 크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C의원의 보좌진은 "실제로 재보니 0.2mm 정도 크긴 크더라"며 황당해했다. D의원은 지난 4·13 총선의 화두였던 '야권단일화' 표기와 관련해 고발당하기도 했다.

E의원은 공보물에 게재한 내용이 문제가 돼 공직선거법 위반행위를 공모 또는 교사한 혐의로 고발됐다. 공보물에 등장한 E의원 지역의 행정구역장이 E의원을 위해 지역의 재개발이 확정된 것처럼 말해 '선거중립'의 의무를 어겼고, E의원은 이를 공모 또는 교사 했다는 혐의다.

선거법위반 혐의외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른바 '만만회' 사건과 조응천 더민주 의원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등이 있다.

일부 "무혐의로 처리될 작은 선거법 문제"
재야 법조계 "부적절…문제 해결되면 다시 들어와야"


취재과정에서 다수의 보좌진들은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보좌진은 "총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원들이 다들 선거법 한 가지씩은 걸려있을 것"이라며 "어차피 무혐의처분 날 고발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원래 재판이나 큰 사건이 걸린 의원이 법사위에 들어가기도 한다"면서 "그래야 그나마 사법기관이 멋대로 판단하거나 판결하는 일이 줄어든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자들이 9월 국정감사에서 이들을 감사하게 된다는 점을 들어 '부적절하다'고 보고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사무총장인 채명성 변호사는 "본인이 잘했는지 잘 못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눈에서 봤을때 일단 공정성이나 신뢰가 훼손될 소지가 있다면 알아서 피하는 게 맞다"면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채 변호사는 지난 19대 국회를 언급하며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고 의원직을 박탈당해야할 사람들을 대법원이 잡아두고 있었다는 비판도 상당히 많았다"면서 "각 (사법)기관들도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일단 조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면 본인이 (법사위원직을) 고사했다가 그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들어오는게 맞다"고 생각을 밝혔다.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자변)의 차기환 대표는 "재판을 열면 그 재판과 관련이 있는 판사나 검사는 알아서 회피하라는 '회피'라는 법의 정신이 있다"면서 "법사위원들도 '회피' 같은 법의 정신을 살려서 알아서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의 '아주 사소한 선거법이 걸렸을 뿐'이라는 주장에는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인만큼 선거법이 10월 중 종료되면 그 때 다시 법사위로 들어와도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

한편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최근의 '우병우 사태'에 빗대어 보았을때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법사위원으로 보임하는게 옳지 않고, 반대로 여당의 논리대로라면 법사위원 보임에 문제가 없다"면서 "각자의 양심에 맡길 문제지만 원칙적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과거 박지원 의원 같은 경우 재판을 받으면서도 법사위원직을 유지했는데 재판에 이르면 물러나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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