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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록 레스너, 영리한 두더지 태클 승부수


입력 2016.07.11 07:47 수정 2016.07.12 15:3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화물차 태클 경계한 헌트의 발목 노리고 들어가

중심 빼앗아 헌트 리듬 깨...레스너 영민함 돋보여

[UFC200]브록 레스너가 마크 헌트에게 예상 밖의 완승을 거뒀다. ⓒ 게티이미지 [UFC200]브록 레스너가 마크 헌트에게 예상 밖의 완승을 거뒀다. ⓒ 게티이미지

‘거대 괴수’ 브록 레스너(40·미국)가 UFC에 돌아왔다.

레스너는 10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가스 T 모바일 아레나서 열린 ‘UFC 200’에서 마크 헌트(42·뉴질랜드)를 심판전원일치 판정으로 제압했다. 은퇴 직전 당시보다 몸 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입증하듯, 3라운드 내내 특기인 레슬링으로 헌트를 압박하며 예상 밖 완승을 거뒀다.

육중한 헤비급 선수들의 대결이지만 무기는 달랐다. 뛰어난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이자 프로레슬링까지 경험한 레스너는 레슬링이 강하고, 입식 선수에서 MMA파이터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헌트는 수준 높은 타격이 주특기다. 다른 영역에서도 어느 정도 보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특기의 차이가 심해 "누가 자신의 주무기를 보다 많이 쓸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헌트 쪽에 무게중심이 쏠렸다. 체격 조건에서 앞서는 레스너의 파워 그래플링은 분명 위협적이지만 4년여의 공백기는 분명 약점이었다. 그 기간 헌트는 UFC 매치를 많이 가지며 약점으로 지적됐던 그라운드까지 상당 부분 보강했다. 최근의 발전 상황과 경험 면에서 헌트에게 좀 더 높은 점수를 매겼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모와 다르게 섬세하고 치밀한 것으로 유명했던 레스너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왔다. 몸 상태는 물론 전략도 잘 짰다. 잘 알려진 것처럼 레스너의 특기는 거대한 체격에도 민첩하게 들어가 허리를 끌어안고 밀어붙여 넘어뜨리는 이른바 ‘화물차 태클’이다.

힘과 체격은 물론 탄탄한 레슬링 베이스를 바탕으로 기술적 디테일까지 뛰어나 깔리면 좀처럼 떨쳐내기 어렵다. 벗어난다 해도 상당한 체력적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상대 헌트는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2·브라질)나 알리스타 오브레임(36·네덜란드)처럼 빠른 스텝으로 아웃파이팅이 가능한 선수는 아니다. 순간적인 움직임이나 타이밍 포착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스트라이커다. 레스너와의 접촉은 피할 수 없었다.

레스너의 화물차 태클에 대비해 헌트는 어퍼컷을 닦아왔다. 타격전을 결코 원하지 않을 레스너가 거칠게 들어올 때 옆으로 피하며 어퍼컷을 적중시킬 수 있다면 분위기는 금세 헌트쪽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레스너가 허를 찔렀다. 레스너가 무서운 점은 체격에 비해 빠르고 유연하다는 점이다. 레스너는 헌트의 펀치에 대비해 굉장히 낮은 태클을 준비해왔다. 허리가 아닌 발목 쪽을 노리고 태클을 들어갔고, 깜짝 놀란 헌트가 피하려 하면 다리 쪽을 붙들고 늘어졌다.

UFC와 WWE의 흥행축을 한꺼번에 잡고 흔드는 레스너의 기세가 자못 놀랍다. ⓒ 게티이미지 UFC와 WWE의 흥행축을 한꺼번에 잡고 흔드는 레스너의 기세가 자못 놀랍다. ⓒ 게티이미지

자연스레 헌트는 케이지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중심을 빼앗아 수차례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낮은 쪽으로 태클을 연거푸 작렬하는 레스너의 모습은 화물차가 아닌 거대한 두더지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초반부터 테이크다운을 허용해 레스너에게 깔리자 헌트의 리듬은 깨졌다. 헌트는 옥타곤 바닥에 깔릴 경우 힘으로 일어서는 경우가 많은데 완력에 기술까지 겸비한 레스너를 떨쳐내기는 매우 힘들었다.

스탠딩에서도 레스너는 헌트의 타격 압박을 잘 견제했다. 가드를 올린 채 긴 리치를 앞세워 앞손 공격으로 타이밍을 끊고, 로우킥까지 섞으며 헌트의 타격 리듬을 흔들었다. 테이크다운에 대한 압박이 심해 조금만 태클 자세를 취해도 헌트가 움찔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움직였던 것도 효과를 봤다.

레스너의 성공적 컴백은 존 존스(29·미국)의 약물파동으로 어수선한 UFC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헌트를 물리치면서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치 역시 한층 높아질 수 있게 됐다. 더불어 WWE 랜디 오턴(36·미국)과의 ‘서머슬램(SummerSlam)’ 역시 더욱 많은 관심이 몰릴 것이 분명하다. UFC와 WWE의 흥행축을 한꺼번에 잡고 흔드는 레스너의 기세가 자못 놀랍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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