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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억울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력 2016.07.08 14:09 수정 2016.07.08 14:14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사과후 돌아서서 기레기? 사과했으면 당 위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억울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원래와 180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게 정치인의 말이다. 그런 허점을 인정했다면, 그 이후에는 좀 잠잠히 참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 ‘잘 생긴 경찰관’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 같은 당 소속 한 중진 의원은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청소년 범죄나 상담에 필요한 자질을 기준으로 선발하지 않고 외모 등 홍보에만 치중했다는 게 본질인데, 곡해해서 보도한 건 정말 유감”이라면서도 “정치인의 말은 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그런 약점을 항상 염두에 둘 책임이 있다. 그 부분을 사과했다면, 당 전체와 본인을 위해서라도 SNS에 올리는 것보다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한다”고도 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지난 5일 표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주고받은 문답 중 일부다. 이날 표 의원은 지난 달 학교폭력전담 경찰관이 여고생과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은폐된 데 대해 “학교폭력전담 경찰관의 선발기준을 인지도와 호감도로 평가해, 여학교에는 잘생긴 젊은 남자 경찰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찰관(을 배치한다)”며 “경찰관들에게 부여되는 점수 중 가장 높은 것은 기사로 보도되거나 중요 범인을 검거하는 등의 홍보점수다. 이런 기준들이 해당 사건을 만들어냈고, 은폐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 이후 한 매체가 이를 ‘경찰·고교생 성관계 파문은 잘생긴 경찰 배치한 탓’이라는 내용으로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에 표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인의 지위 이용해 사익 추구하고 국정과 민생 어지럽히면 정레기, 언론의 특권 이용해 악의적 기사로 진실왜곡 한다면 기레기”라며 해당 보도를 한 매체를 ‘기자쓰레기’라고 즉각 응수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다음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표현 자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한 점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다만 공개 사과 이후에도 표 의원은 SNS를 통해 “논란을 만들어 마음이 편치 않지만, 이미 길들만큼 길든 50나이에 또 눈치보고 타협한다면 도리가 아니다. 할 말은 하고 굳건히 제 역할을 하겠다”는 등의 글을 올리면서 여파는 잦아들지 않았다. 앞서 초선 의원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른 상황인 만큼, 우상호 원내대표가 초선들을 불러 “다소 억울하더라도 국민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며 “특히 SNS를 조심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인 표 의원으로서는 이번 논란이 충분히 억울할만하다. 당 안팎에서도 표 의원이 지적한대로 경찰의 대대적인 인식 개혁이 필수적이라며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목소리가 대다수다. 다만 정치인이자 공인으로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발언임을 표 의원 스스로 인정했다면, SNS 너머 여론의 평가와 이해를 기다릴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표 의원과 같은 당 동료인 한 초선 의원은 "학교 경찰관 선발기준을 똑바로 세우자는 뜻이라는 건 누가 들어도 알 것"이라면서도 "이번일로 단어 하나라도 자극적이지 않은 것을 써야겠다는 걸 배웠다"며 "SNS때문에 괜한 공격타깃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다른 초선 의원도 "인터넷상에서 당시 중계영상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도 다 아시지 않겠나"라며 "국회의원은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해야하기 때문에 너무 공개적으로 (억울함을) 표출하는 것보다는, 사과도 했으니 잘 정리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8일 보좌진들과 만나 "불법·부도덕은 결코 하지 말고, 했다면 공개·사죄하고 책임지자. 하지만 논란이나 오해, 비난은 결코 두려워하지 말자”고 약속하며 “우리가 잘못하지 않는 한 외부의 시선에 위축될 필요 없다. 국민은 현명하다"는 말을 나눴다고 한다. 표 의원이 믿는 '현명한 국민’이라면, 스마트폰 속 아우성이 아닌 조용한 진의(眞意)를 판단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 않을 것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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