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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아버지의 명예는 생각 안하나


입력 2016.06.30 11:42 수정 2016.06.30 18:07        김영진 기자

<기자의눈>경영권도 좋지만 신격호 치매약 종류까지 알리다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연합뉴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막장드라마의 정점을 찍고 있다. 1년간 이어진 롯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롯데에 대한 온갖 추잡스러운 모습들을 그대로 노출했다. 특히 롯데를 설립한 1세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말년 모습은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다.

대기업 오너 중 창업 1세대가 생존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만큼 신 총괄회장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하지만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며 아무리 돈이 좋고 형제간의 싸움도 벌일 수 있다지만 최소한 아버지에 대한 '명예'는 지켜줬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나온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롯데호텔 34층의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낯선 외부인들을 끌어들였다.

또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과시하기 위해 직접 걷게 하는 '쇼'도 보였고 심지어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까지 언론에 알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신 총괄회장이 잠옷 바람으로 새벽에 롯데호텔 로비에 나타났다는, 그동안 정보지에서만 조심스럽게 나돌던 얘기들도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치매약 등 약물 치료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신동주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한국과 일본에서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신 총괄회장의 원대복귀와 명예회복'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이 아닌 형제간 재산 싸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은 평생 회복하기 힘든 추한 모습을 세상에 그대로 보여줬다. 이것이 아버지를 위한 것인가 묻고 싶다.

신동주 부회장 편에 서서 소송을 벌이는 사람들 역시 신 총괄회장의 명예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위해 신 총괄회장을 이용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신 총괄회장이 복용했다는 치매약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신 총괄회장 본인은 알고 있었을까.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이나 한국기업이냐는 정체성 논란을 떠나 신 총괄회장이 70년 동안 일궈온 기업이며 재계 5위까지 성장했다. 과거 다른 대기업들도 돈을 위해 형제간 싸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창업자의 추한 모습까지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기억이다. 싸움을 하더라도 최소한 아버지의 명예는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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