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은 홍준표 스타일? 김무성 스타일?
친박-비박 사이서 줄타기…때로는 굽힐 줄 아는 성격 평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 내에서 ‘탱탱볼’에 비유된다. 당 주류인 친박계의 뜻을 따랐다가, 어느 순간에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밀어붙일 때는 자신의 소신을 앞세우다가도 굽힐 때는 주저 없이 굽힌다는 점에서다. 그래서일까. 정 원내대표는 자신이 ‘고속도로 중앙선(중도)’에 서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에 당내에서는 도저히 그의 생각을 가늠할 수 없다는 당혹감과 불평이 나온다.
‘외로운 협객’ 홍준표 = 정진석?
정 원내대표는 취임 약 두 달 만에 ‘외로운 협객’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두 계파 사이에 끼어 있다는 ‘낀박’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원내대표의 상황을 두고 자신을 ‘독고다이’라고 표현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모습을 떠올린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5월 3일 여당에서 원외 인사 신분으로서 처음으로 원내대표 당선을 일궈냈다. 그가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의석수 122석 중 70여 석을 차지한 친박계의 물밑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 원내대표가 ‘범친박’으로 분류되며 각종 사안에서 친박계의 뜻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행동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가 원내부대표단을 구성할 때만 해도 이 같은 추측이 맞아 떨어졌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민경욱 원내대변인 등 13명 중 11명이 친박계로 분류됐다. 특히 비상대책위원회의 성격을 전당대회 관리형으로 규정하고, 별도의 혁신위원회를 둔다는 안을 냈을 때 비박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며 정 원내대표와 친박계를 향해 공세했다. ‘투트랙론’은 친박계의 복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가 비박계 중에서도 강성 인사로 꼽히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비대위원에 유승민 의원의 측근 이혜훈·김세연 의원을 앉히면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친박계는 이에 대한 반발로 5월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전국위를 무산시키며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혔다. 정 원내대표는 칩거에 돌입했지만, 하루 만에 원구성 협상을 위해 상경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처지를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다”고 표현했다.
이때부터 정 원내대표에게 ‘낀박’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친박도, 비박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는 점을 비꼰 것이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본보에 “이쪽도 저쪽도 아니고, 성격 자체도 워낙 종잡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비박계 중진 의원도 “도무지 성격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홍 지사와 정치적 성격이 비슷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홍 지사는 계파 정치에 비교적 비켜나 있다고 평가받는다. “나는 영원한 아웃사이더”라고 자신을 설명하고, 올해 초 페이스북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세력 없이 정치를 하다 보니 홀로 헤쳐 나가야 할 때가 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홍 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전 대통령의 저격수를 맡았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 ‘BBK 소방수’로 나섰다. 그는 또 과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박 전 대표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해지자 ‘지킴이’를 자처했다. 당시 유승민 의원은 2011년 당 대표 경선에서 맞붙은 홍 지사를 향해 “바로 얼마 전까지 ‘박 대표 탈당하라’고 구박하더니 지금은 수호천사라고 자기가 지키겠다고 한다”며 “짝퉁과 명품은 보면 알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홍 지사에게 ‘럭비공’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친이계도, 친박계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히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지원 중단 등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 통화에서 “홍 지사가 이 전 대통령과도, 박 대통령과도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은 상황에 따라 두 사람 각각의 편을 들었다”며 “정 원내대표도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서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수용할 땐 확실하게’ 김무성 = 정진석?
정 원내대표가 김 전 대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강력하게 소신을 밀고 나가다 입장을 굽혀야 할 때는 확실하게 굽힌다는 면에서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 첫 구성에서 친박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5월 25일 ‘비박계 좌장’ 김 전 대표와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과의 3자 회동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자리에서 정 원내대표는 김희옥 비대위원장 인선안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변경 등 친박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며 친박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후 정 원내대표는 6월 16일 비대위가 유 의원 복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게 “오늘 표결하지 않으면 중대 범죄 행위”라고 말하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지자, 친박계의 반발에 다시 한 번 부딪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불쾌함을 표하며 당무를 거부했고,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삼고초려했고,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당무 복귀를 읍소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비대위 복당 문제 처리 과정에서 너무 거칠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언사를 행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사죄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또 “지난 주말 저 스스로도 많이 자책했다”며 “아무쪼록 마음을 푸시고 새누리당이 8월 9일 전대를 원만히 치를 수 있도록 당무복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김 전 대표에게는 ‘30시간의 법칙’이 존재한다. 자신이 내뱉은 주장에 대해 친박계나 청와대가 압박을 가하면 30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항복 선언을 한다는 비아냥에서 나왔다. 김 전 대표의 ‘철수 정치’의 대표적인 예는 상하이발 개헌론 논란이다. 그는 2014년 10월 16일 중국 출장에서 ‘개헌론’을 꺼냈고, 당시 청와대는 실수가 아닌 것 같다“며 경고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많이 시작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투였다“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2015년 6월 유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 파동 당시에도 김 전 대표는 유 의원을 보호하는 모양새를 모양새를 취하며 청와대에 맞섰지만, 갈등이 깊어지자 결국 유 의원의 손을 놓았다. 김 전 대표는 이외에도 청와대 혹은 친박계와 첨예한 갈등 사안이 생기면 초반에는 강하게 나갔다가 결국엔 뜻을 굽혔다. 이러한 스타일이 정 원내대표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김 전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엎드릴 때 엎드리는 스타일이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