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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체제 반년' LG전자...흔들리는 '리더십'


입력 2016.07.01 09:07 수정 2016.07.01 09:14        이홍석 기자

실적 부진 스마트폰, 구조조정 등 조직 축소설에 인사태풍설까지

단일대표체제 비해 사업부문별 불균형만 더 커져

왼쪽부터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 조성진 H&A사업본부장, 조준호 MC사업본부장.ⓒLG전자 왼쪽부터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 조성진 H&A사업본부장, 조준호 MC사업본부장.ⓒLG전자
LG전자의 3인 체제 리더십이 휘청이고 있다. 올해 초 3인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한지 반년이 다 돼 가고 있지만 실적 부진과 사업부간 불균형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자율적인 책임경영을 모토로 내세웠지만 각 사업부별로 따로 노는 각자도생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조준호 사장이 맡고 있는 MC사업본부는 연이은 휴대폰 부진으로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고, 가전사업을 맡고 있는 조성진 사장은 실적은 꾸준히 선방하고 있지만, '삼성세탁기 파손 혐의'로 대법원에 피의자 신분으로 서게 됐다.

1일 관련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상반기 각 사업본부별 실적 편차가 커지면서 올해부터 야심차게 출발한 정도현(최고재무책임자·CFO)-조성진(H&A사업본부장)-조준호(MC사업본부장)의 3인 각자 대표 체제가 시작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실적 불균형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는 G4에 이어 G5까지 전략스마트폰의 잇따른 부진으로 조직 축소와 구조조정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G5는 출시 초기 높은 관심으로 일 판매량 1만대 이상의 반짝 효과를 거뒀지만 이후 급감, 현재는 2000~250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적자 확대로 조직을 대폭 축소해 인력들을 타 사업본부로 재배치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특히 올 하반기 극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큰 폭의 구조조정 및 조직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8000명에 가까웠던 MC사업본부 직원 수는 올 1분기 기준 7321명으로 약 10% 가까이 감소한 상태다. 최대 1000명 가까운 인력감축설은 차치하고라도 매 분기 100~200명씩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 축소는 시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올 연말 인사태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G5가 일명 ‘조준호폰’으로 불릴 만큼 조준호 현 사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던 터라 실패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인 체제의 한 축인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이 이끌고 있는 가전은 준수한 성적표에도 CEO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H&A사업본부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과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성진 사장은 지난 2014년 경쟁사인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후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대법원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게 된 상황에 처해 있다.

LG전자는 대표이사를 맡아 온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해 연말 인사로 (주)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하면서 올해부터 정도현 CFO,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조성진 H&A사업본부장의 3인 각자대표체제로 재편했다.

LG전자는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하기 위해 지난 3월 중순 정기주주총회(주총)에서 이사 정원을 기존 7인에서 9인으로 확대하는 정관 개정까지 승인했었다. 당시 정관 개정은 조성진 사장과 조준호 사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대표이사에 보다 많은 자율권을 보장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책임경영'을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사업본부장 중 2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도 사업을 책임지는 대표가 스스로 책임경영을 하라는 의미였다.

당시 LG전자는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대표이사가 자율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 경영효율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2015-2016년 상반기 각 사업부문별 실적 비교.(왼쪽 2015년 실적치, 오른쪽 2016년 추정치)ⓒLG전자·증권사 LG전자 2015-2016년 상반기 각 사업부문별 실적 비교.(왼쪽 2015년 실적치, 오른쪽 2016년 추정치)ⓒLG전자·증권사
하지만 각자대표 체제 반년간의 성적표도 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각자 대표체체 양축인 H&A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간 실적 격차는 올 상반기에 더욱 벌어진 상태다. H&A사업본부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4078억원을 달성, 역대 사업부 사상 최고인 9.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이를 경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반면 MC사업본부는 반전카드였던 G5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2분기 흑자전환에 실패하면서 4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2분기 약 1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1분기(-2022억원) 포함, 올 상반기에만 적자 규모가 3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각자 대표체제로 자율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음에도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2분기 초까지만 해도 흑자전환 전망이 우세했지만 초반 판매량이 지속되지 않으면서 이제는 적자 폭이 얼마나 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더 큰 문제는 올 하반기 수익성 개선을 통한 흑자전환도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구본준 부회장의 단독 대표 체제때보다 사업부간 격차가 커진 것으로 자율 경영의 명과 암이 한 회사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H&A사업본부는 5213억원, MC사업본부는 7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모두 흑자를 기록한데다 올해처럼 편차가 크지도 않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가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전기차 등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을 대규모 조직으로 계속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 하반기 MC사업본부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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