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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에릭 서현진…반전의 '또 오해영'


입력 2016.06.29 08:49 수정 2016.06.29 10:56        부수정 기자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 살린 로맨틱 코미디

'치인트' 깨고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 기록

'또 오해영' 마지막 회에선 교통사고를 당한 박도경(에릭)이 살아나 해영(서현진)과 행복한 결혼식을 치르는 장면이 그려졌다. tvN '또 오해영' 화면 캡처 '또 오해영' 마지막 회에선 교통사고를 당한 박도경(에릭)이 살아나 해영(서현진)과 행복한 결혼식을 치르는 장면이 그려졌다. tvN '또 오해영' 화면 캡처

"'또 오해영' 끝났네. 나 심심하다 진짜!"

매주 월, 화요일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린 tvN 월화극 '또 오해영'이 28일 종영했다.

'또 오해영' 마지막 회에선 교통사고를 당한 박도경(에릭)이 살아나 해영(서현진)과 행복한 결혼식을 치르는 장면이 그려졌다.

도경과 해영은 내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죽다 살아난 사람은 생을 다르게 살아간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행복한 마음, 그것만이 전부. 지금 더할 수 없이 편하고 행복하다. 모두에게 고맙다."(도경)

"함께하면서 울고 웃었던 시간, 쓰고 달았던 시간, 무너지고 일어났던 시간, 아마도 생의 마지막 날 그런 시간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해영)

에릭 서현진 주연의 tvN '또 오해영'은 로맨틱 코미디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을 얻는다. ⓒtvN 에릭 서현진 주연의 tvN '또 오해영'은 로맨틱 코미디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을 얻는다. ⓒtvN

마지막 회는 주인공 도경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장면으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했다. 도경의 사고 소식에 오열하던 해영이 수술실 앞에서 결혼식 때문에 다투는 가족을 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감동과 웃음이 조화된 '또 오해영'스러운 신선한 전개였다.

에릭 서현진 주연의 이 드라마는 방송 초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8화에선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8.3%(닐슨코리아)를 기록, tvN 월화극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월, 화요일은 '또요일'로 불렸고, 시청자들은 "'태양의 후예' 가고 정착했다", "'또 오해영' 보고 설레서 잠이 안 온다", "'또 오해영'이 계속했으면 좋겠다"며 열광했다.

에릭 서현진 주연의 tvN '또 오해영'은 현실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로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tvN 에릭 서현진 주연의 tvN '또 오해영'은 현실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로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tvN

평범녀 오해영에 공감하는 시청자

'또 오해영'은 동명이인의 잘난 사람 때문에 인생이 꼬인 여자 오해영과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는 남자 박도경(에릭)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는 예쁜 오해영(전혜빈) 때문에 비교당하며 살아온 그냥 오해영 중심으로 나아간다. 결혼 전날 남자친구로부터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차인 해영은 하루하루를 술로 지새우다 옆집 남자 도경(에릭)과 엮인다.

그냥 오해영은 예쁜 오해영 때문에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구박당한다. 실연당한 것도 모자라, 동기들 다 승진할 때도 혼자 떨어진다. 사랑도 커리어도 어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으니, 직장 여성들이 공감하는 건 당연지사.

'또 오해영'은 흔한 로코에서 봐왔던 그럴듯한 판타지를 주지 않는다. 백마탄 남자도 없고, 캔디녀도 없다.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여성 캐릭터가 나와 직장 여성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 시청자들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애, 일,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오해영을 통해 마주한다.

사랑 때문에 아프고, 일 때문에 지친 해영이가 도경에게 "난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잘되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기를 바란다"고 한 장면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해영이가 항상 울기만 한 건 아니었다. 아프고 힘들어도 할 말은 했다. 예쁜 오해영에게 "너는 너고, 나는 나야"라고 한 방 먹인다. 사랑 앞에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다. 왕자님만 기다리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결을 달리한 게 해영이만의 매력이다.

굳게 닫힌 해영의 마음은 도경으로 인해 열린다. 사랑을 하는 해영이는 빛난다. 그 흔한 밀당(밀고 당기기)은 없다. 이것저것 따지지도, 재지도 않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파혼이 도경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사귀자"고 말하는 해영에게선 사랑에 대한 절실함이 엿보인다.

해영이에게 사랑은 구원이다. 사랑만 있으면 행복하고, 즐겁다. 얼굴도 예뻐 보인다. 자기 존재를 증명해주는 게 사랑인 셈이다.

사는 게 바쁘고, 목표 없이 일하느라 사랑도 잊고 살던 요즘, '또 오해영'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아픈 사람을 구원해주는 건 사랑인 것을,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경험도 의미 있다는 삶의 이치를 길어 올린다.

tvN '또 오해영'은 여주인공 서현진의 연기력이 빛났던 작품이다.ⓒtvN tvN '또 오해영'은 여주인공 서현진의 연기력이 빛났던 작품이다.ⓒtvN

로코 불씨 살린 서현진 에릭 로맨스

드라마 인기의 일등 공신은 서현진이다. 서현진은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펼쳤다. 만취 연기가 과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의 그녀는 화려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눈물 연기가 압권이다. 볼이 빨개질 정도로 우는 서현진의 연기에선 거짓을 찾아볼 수가 없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건 서현진 덕분이다.

서현진과 호흡한 에릭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로맨스 연기에 특화된 배우라는 걸 입증했다. 신화 출신인 그는 '불새'(2004)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으나 MBC '신입사원'(2005), '케세라세라'(2007), '연애의 발견'(2014) 등을 통해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았다.

전작 '연애의 발견'에서부터 뽐낸 여자 배우와의 케미스트리는 이번 작품에서 정점을 찍었다. 서현진과의 애틋한 로맨스와 각종 키스신은 매화 화제가 됐다. 에릭 특유의 아련한 눈빛 연기가 상처 입은 박도경과 잘 어울렸다는 평이다.

무심한 듯하지만 다정한 '츤데레' 매력도 극대화됐다. "있던 거야", "먹는 거 예쁜데?", "와줘 보고 싶어", "가보자, 끝까지 가보자" 등 단문 어록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서현진 에릭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활약도 빛났다. 수경 역의 예지원, 진상 역의 김지석은 코믹 연기로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예지원은 종잡을 수 없는 몸개그와 연기로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두 사람이 불어오 대화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서현진 엄마 덕이 역의 김미경과 아빠 역의 이한위 역시 노련한 연기력으로 극을 받쳐줬다. 말이 없는 이한위와 '성격 있는' 김미경의 조합은 찰떡궁합이었다. 하나뿐인 딸 때문에 웃고 우는 이들의 연기는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다.

신선한 로코를 만든 박해영 작가의 필력도 생생하게 날아올랐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직장 여성 이야기를 다룬 박 작가는 시트콤 특유의 코미디 요소에 흙수저 금수저로 나뉘는 사회 세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매끄럽게 버무려 맛깔스러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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