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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자판기 설치…제약계 '말 못할 속사정'


입력 2016.06.28 11:05 수정 2016.06.28 16:20        임소현 기자

자판기 도입 입법 예고에 대한약사회 등 강력 반발

제약계 "긍정적 효과 예상되지만…지켜봐야 할 것"

자판기 도입 입법 예고에 대한약사회 등 강력 반발
제약계 "매출 상승 예상되지만…지켜봐야 할 것"


보건복지부가 약국 앞에 '의약품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관련업계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약국 앞에 '의약품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관련업계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약국 앞에 '의약품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관련업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약사 단체 등과 갈등을 우려해 입장표명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업계의 규제개혁 요구를 받아들여 환자가 심야 시간과 공휴일 등에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쳐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을 다음달 26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약국의 내측 또는 경계면에 약국의 시설로 의약품 투약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즉 약국의 벽면에 외부를 향한 의약품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판기를 통해 판매되는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에 한하며 약사가 자판기에 설치된 영상기기를 통해 화상으로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편의점 의약품 판매 도입과 비슷하게 의약품 판로를 넓히고 소비자 편의를 돕는다는 의견과 지나친 규제 완화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편의점 일반의약품 판매 도입과 마찬가지로 일반의약품의 판매 비중이 높은 제약사에서는 매출 상승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개정안"이라며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모든 의약품이 판매되는 것도 아니고 상비약 수준의 의약품만으로 한정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화상 복약지도가 병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제약사 입장에서 자판기가 확대되면 유통 관리 등에 부담을 느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약사단체 눈치보는 제약사 '좋아요'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자칫 약사 단체 등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직접적인 목소리를 피하고 있다. 일부 제약사 측은 회사 내부적으로 아직 논의된 바가 없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제약사 측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도입 입법 예고만 된 사안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는 대한약사회를 포함한 의료단체,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이 개정안 입법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7만명에 달하는 회원과 함께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약사회는 의약품 자판기는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고 의약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 측은 "국민 건강을 위해 탄산음료나 카페인 드링크 판매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거꾸로 가는' 정책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의약품 자판기 도입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약사뿐 아니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용도와 부작용, 정확한 용법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원격화상 의약품 자판기를 허용하면 대면 복약지도라는 그간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신산업 투자위원회 직후 더불어민주당도 "의약품 복용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며 기계 오작동이나 의약품 변질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의약품 자판기의 허용은 약국 내 약사의 대면판매만 허용한 약사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현행 약사법은 50조에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몇 차례 시도만 하다 무산됐던 의약품 자판기 도입 가능성은 이번에도 여전히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계는 안전성 등의 이유로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당히 특수한 업계"라며 "의약품 자판기는 그동안 업계 대립 때문에 번번이 무산된만큼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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