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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압박감·긴장감' 여름에 끌리는 연극 4편


입력 2016.06.24 17:43 수정 2016.06.24 22:06        스팟뉴스팀
대학로에 공포 연극이 붐을 이루고 있다. ⓒ 공연 포스터 대학로에 공포 연극이 붐을 이루고 있다. ⓒ 공연 포스터

언제나 여름이면 더위를 식힐 납량 특집 공포 연극이 인기다.

대부분은 죽은 이들의 한(恨)이라는 공통적인 소재에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무대 장치와 날카로운 비명 소리 등 자극적인 연출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연극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연극 '데블 인사이드' 'Q'와 같이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통해 실체가 없는 악(惡)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사이레니아' '카포네 트릴로지'와 같이 밀폐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과 긴장감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는 등 더욱 신랄해진 공포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연극 '데블 인사이드'

연극 '데블 인사이드'는 '래빗 홀(2007)'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굿 피플(2011)'로 뉴욕 드라마 비평가상을 수상한 미국의 유명 작가 '데이빗 린제이-어바이어'의 데뷔작이다.

1997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데블 인사이드'는 산행 중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알고 있던 아버지의 죽음이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는 비밀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는 복수의 여정을 통해 '욕망과 집착의 공허함'을 이야기한다.

작품은 1997년 세기말, 쓰레기가 넘쳐나고, 굶주린 개들은 사람을 공격하는, 물에 잠겨가는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과장된 우연과 필연으로 엮인 등장인물 여섯 명 모두가 '가질 수 없는 것'에 집착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얼마나 공허한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연극 '데블 인사이드'는 음습한 분위기가 만연한 시공간적 배경과 어울리지 않은 과장된 상황만으로도 웃음이 터지는데, 그 안에서 몹시 진지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은 마치 코미디로 비극을 더욱 강조하는 체홉의 작품마저 떠올리게 한다.

자극적인 공포 연극이 무서웠던 여성 관객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연극 '데블 인사이드'로 올 여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스릴러 코미디를 만나보자. 7월 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연극 'Q'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있던 극작가 겸 연출가 '요세프 케이'의 연극 'Q'는 연쇄 아동 살인 사건의 용의자 싱페이가 체포되고, 언론이 주목하자 이를 이용하려는 방송국 PD와 검사, 교도소장이 벌이는 악마들의 파워게임을 그린다.

PD는 연쇄 살인범 싱페이의 취조 과정을 생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전국에 송출하여 전국민의 호응을 얻고, 교도소장에게는 검은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이자, 검사에게는 명예욕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기획한다. 하지만 취조가 계속 될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주도권은 PD에서 검사로, 검사에서 싱페이로 오가며 힘의 구조가 바뀌는데, 그때마다 각자 원하는 것이 달라지는 파워게임을 그린다. 또 싱페이가 살인에 앞서 전조곡으로 부르는 동요 '클레멘타인'은 오싹함을 더한다.

연극 속 생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에는 7대의 카메라와 4대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비춰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실제 쇼를 보는 느낌 또한 받는다. 7월 3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사이레니아'

2015년 국내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카포네 트릴로지'의 연출가 제스로컴튼의 또 다른 작품인 '사이레니아'는 두 명의 배우, 단 서른석의 객석, 정식 공연장이 아닌 연습실이라는 공간으로 개막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1987년 10월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지난 8년간 홀로 등대를 지켜온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요청을 남긴 채 실종된다.

그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스물 한 시간을 그린 연극 '사이레니아'는 연습실 안에 무대 세트를 들여와 거센 폭풍우가 밀려들어오는 낡은 등대 안이라는 공간을 리얼하게 구현해 낼 뿐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의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서늘한 한기까지 느끼게 될 것이다.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공연된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에서 1923년, 1934년, 1943년에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코미디, 서스펜스, 하드보일드라는 각각의 다른 장르로 그려낸 옴니버스식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작년 국내 초연 당시, 갱스터 느와르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3개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 작품은 특유의 폭력적인 소통 방식에 사방과 천장이 모두 벽으로 막힌 7평 남짓의 호텔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리얼한 무대로 관객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인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불과 50cm이다. 7월 5일부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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