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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클리어링도 문화? 불문율과 원칙 사이


입력 2016.06.24 09:01 수정 2016.06.25 09:21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KBO는 주먹 다짐을 벌인 김강민과 류제국에게 징계를 내렸다. 중계화면 캡처 KBO는 주먹 다짐을 벌인 김강민과 류제국에게 징계를 내렸다. 중계화면 캡처

주먹다짐 벌인 김강민과 류제국에 징계
팀원 지키기 위한 관행vs엄격한 처벌 수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 도중 주먹다짐을 벌인 LG 류제국과 SK 김강민에게 제재금과 봉사활동을 지시했다.

KBO는 23일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지난 21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SK전에서 주먹다짐을 벌여 퇴장당한 류제국과 김강민에게 제재금 300만 원과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120시간 제재를 부과했다.

KBO는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상대 선수나 심판원에 폭력을 행사했을 때 300만 원 이하의 제재금과 최고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리그 규정에 의거하여 처벌 수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마산구장에서 열린 NC-한화전에서 나온 송은범-박석민간의 빈볼시비와 벤치클리어링에서는 양 구단에 엄중경고 조치로 마무리 했다.

벤치 클리어링은 야구경기에서 팀 문화에 따른 일종의 관행이다. 보통 사구나 빈볼시비 등으로 선수들 간 다툼이 발생할 경우, 선수단은 팀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음날 선발투수 또는 부상자를 제외하면 모두 그라운드로 나가야한다. 구체적으로 내부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미일 어느 프로야구계에나 존재하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만일 선수들이 나가지 않을 경우, 상대에게 기싸움을 회피했다고 만만히 보일수도 있고 자기 동료들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팀 문화에 익숙해진 선수들은 벤치클리어링 관행을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각 구단들은 벤치클리어링에 대하여 따로 제약을 두지 않는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억지로 강제할 필요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벤치클리어링이 흔한 편은 아니다. 만약 있더라도 김강민-류제국의 경우처럼 주먹다짐이나 물리적 충돌까지 번지는 경우 역시 드물다.

선후배 관계와 동업자의식이 뚜렷한 한국야구계에서 어차피 계속 얼굴을 봐야하는 사이들이기 때문이다. 설사 과격한 충돌이 있었다고 해도 보통은 하루 이틀이면 화해하고 원만하게 푸는 경우가 많다. 미국처럼 몇 년간이나 원수지간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벤치클리어링에 대해서도 이제 나름의 원칙을 정해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롯데간 빈볼시비는 해당 선수와 감독, 구단에 모두 벌금을 물린 사례다.

이번 LG-SK전에서는 주먹다짐까지 벌어지는 폭력사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징계수위는 더 낮아졌고 그나마 선수에게만 국한된 처벌이었다. 당사자들이 바로 화해졌다는 점과 여론을 참작한 ‘보여주기’식 처벌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더구나 NC-한화전 벤치클리어링 이후 나온 노골적인 빈볼도, 정근우가 대응하지 않고 참았기 때문에 넘어갔지만 크게 문제가 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어느 정도의 기싸움과 벤치클리어링도 야구문화의 일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켜야할 수위가 있다. 노골적인 빈볼이나 폭력행위는 엄격하게 처벌을 강화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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