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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없어요"…유승호의 아픈 고백


입력 2016.06.26 06:19 수정 2017.07.17 18:06        부수정 기자

'봉이 김선달'서 능청스러운 사기꾼 역할

"코미디 장르 처음, 캐릭터보다 작품 중요"

배우 유승호가 영화 '봉이 김선달(7월 6일 개봉·박대민 감독)로 스크린에 돌아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유승호가 영화 '봉이 김선달(7월 6일 개봉·박대민 감독)로 스크린에 돌아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자신감이 사라져요. 사람들한테 데여서 새로운 사람을 꺼리게 됐죠. 스트레스나 고민도 저 혼자 해결해요. 지금,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만나고 싶어요."

영원한 국민 남동생 유승호(22)에겐 마음의 벽이 있는 듯했다. 잘생긴 외모와 바른 이미지로 대중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그는 "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토로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푼단다. "사람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얻는 점도 있을 텐데"라고 했으나, 이 단단한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영화 '봉이 김선달(7월 6일 개봉·박대민 감독)로 스크린에 돌아온 유승호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승호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자신감이 없어서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는 사기꾼 김선달이 부러웠단다.

자신 없어 하는 그에게 "자신감을 충분히 가져도 된다"고 했더니 "아니다"라고 웃었다.

'봉이 김선달'은 구전 설화 속 김선달을 모티브로,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통쾌한 사기극을 다룬 영화다. 유승호는 극 중 매력적인 사기꾼 김선달로 분했다. 훤칠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를 비롯해, 천재적인 지략과 특유의 뻔뻔함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캐릭터다.

배우 유승호는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매력적인 사기꾼 김선달 역을 맡아 코미디에 처음 도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유승호는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매력적인 사기꾼 김선달 역을 맡아 코미디에 처음 도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승호는 지난해 5월 전역 후 처음 인터뷰 자리에 나섰다. "말을 조리 있게 못 하고 쑥스러워서 인터뷰를 잘 안 했어요. 어제부터 영화 인터뷰를 했는데 취재진이 절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인터뷰가 이렇게 재밌는지 처음 알았죠(웃음)."

유승호는 제대 후 '상상고양이'(2015),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 '조선마술사'(2016)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일했다. '리멤버'는 성공했으나 '조선마술사'는 흥행에서 참패했다. 유승호는 "인터넷에서 매를 많이 맞았는데 '리멤버' 덕분에 죽기 직전에 살아났다"고 했다.

"'조선마술사' 성적이 안 좋아서 힘들었어요. 실패한 게 저 때문인 것 같고...그래도 이번 영화는 시사회와 쇼케이스 반응이 좋아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전작에 이어 또 사극이라는 점에 고민도 했지만 처음 시도하는 코미디에 마음이 끌렸다. 유승호는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와 여자들을 홀리는 상남자 매력을 뽐낸다. 바른 청년의 색다른 발견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졌어요. 흐흐. 제 나이에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이 넓지 않은데 김선달은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예요. 젊고 섹시한 사기꾼 김선달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동안 무겁고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힘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마냥 재밌었어요.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짜릿한 희열을 느꼈죠. 유쾌한 현장 분위기 덕에 저도 정말 좋았답니다."

밝고 능글맞은 김선달은 유승호와 정반대다. 유승호는 "김선달스럽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최대한 노력했는데 감독님이 '조금만 더'를 외치셨다. 처음엔 나를 깨기 어려웠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배우 유승호는 "절절한 연애 경험이 없어서 멜로 영화엔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유승호는 "절절한 연애 경험이 없어서 멜로 영화엔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매력을 지닌 인물을 표현하는 건 도전이자 색다른 경험이다. 닮고 싶은 김선달의 매력은 무엇일까. 부러워 할 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유승호는 김선달의 '자신감'을 꼽았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면서 척척 실행하는 점이 부러웠어요.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싶은데 잘 안 돼요. 김선달이라는 인물 자체가 정말 부러웠습니다."

유승호는 여장도 했다. 여자보다 더 곱다. 곱상한 외모로 어렸을 적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들은 그에겐 안성맞춤이다. 여장 얘기를 언급하자 유승호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웃었다. "막상 해보니 너무 안 어울리고 이상한 거예요. 분장팀에서 공을 많이 들인 덕에 그나마 잘 나왔답니다."

그는 위장 전문 보원 역의 고창석과 복채 강탈 전문 윤보살 역의 라미란 등 선배들과 호흡했다. 세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미디는 처음이라 선배님들의 연기를 눈여겨봤어요.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해야 하는 구나 싶었죠. 내가 어색하다고 느끼면 보는 사람도 어색하잖아요. 사기패들과 변장을 하고 사기극을 벌일 때 가장 재밌었어요.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왔죠.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해서 힘든 점은 없었죠."

다음에 또 코미디를 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네'라는 대답이 나왔다. "한 번 내려놓으니까 더 잘할 수 있을 듯해요."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한 유승호는 아역 시절을 거쳐 어느덧 데뷔 16년 차를 넘었다. '돈 텔파파'(2004), '부모님 전상서(2004), '4교시 추리영역'(2009), '공부의 신'(2010), '블라인드'(2011), '보고싶다'(2012) 등을 통해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조선마술사' 흥행 참패를 경험한 유승호는 "실패가 내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작품은 반응이 좋은 듯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조선마술사' 흥행 참패를 경험한 유승호는 "실패가 내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작품은 반응이 좋은 듯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근데 정통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등 달달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 없다. 욕심이 없냐고 했더니 멜로에는 자신이 없단다. 절절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 연애 관련 작품을 봐도 공감을 못 하겠단다. 그러면서 연애가 진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감정을 흉내 낼 순 있겠지만 제대로 표현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경험한 게 아니니까요. 연인들이 이별했을 때 왜 가슴이 찢어지도록 힘든지 모르겟어요. 얼마나 많은 추억이 있길래 그런 걸까요? 헤어지면 끝 아닐까요?"

유승호가 원하는 이성상은 '편한 친구 같은 여자'다. '주토피아'의 닉고 주디 관계 정도면 좋다고. 집착하고 싶지도 않고, 왜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단다.

제대 후 네 개의 작품을 연달아 한 그는 "제대해서 너무 신난 나머지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닌데 좋은 시나리오를 많이 접했다. 이것도 끌리고, 저것도 하고 싶어서 택했는데 이제는 천천히 작품을 택할 생각이다"고 했다.

군대 생활은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젠 '나 유승호'보다 작품 전체를 본다. "군대에서 선임들이 드라마를 봤을 때가 생각나요. '나도 얼마 전까지 TV에 나왔던 사람인데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난 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군대에서 연기는 먼 우주 같은 느낌이었죠.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생겼죠. 군 생활 덕분에 이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소중한 경험이죠."

영화 '봉이 김선달'로 코미디 장르에 출연한 유승호는 "다음에도 코미디 장르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화 '봉이 김선달'로 코미디 장르에 출연한 유승호는 "다음에도 코미디 장르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마냥 착하고, 바르게만 살 것 같은 스물네 살 청년 유승호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대답은 간단했다. 아무것도 안 한단다. 집에만 있고 아무것도 안 해서 '유승호 목격담'이라는 기사도 안 나온단다. 취재진은 '빵' 터졌는데 유승호는 담담했다.

"쉴 때는 운동하고, 집에서 자고, 고양이 키우고 그래요. 친구들도 저한테 '너 도대체 뭐하냐'고 해요. 왜 너 근황 기사는 안 나오느냐는 식이죠. 중학교 친구들하고만 어울려요. PC방 가고, 장난도 치고요. 친구들은 제 작품 안 봐요. 최근에'야 '조선마술사' 망했다면서?'라고 아픈 부분을 건드리더라고요. 작품을 안 할 때 저는 연예인이 아닌, 일산에 사는 일반인 유승호죠(웃음)."

유승호는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었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했다. "'내 길이 맞을까?", "이걸 해야 하나?"라는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진로에 대한 의심은 항상 해요. 후회한 적도 많아요.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았으면 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았을 텐데...그래도 또래 친구들이 취업 때문에 공부하고, 힘들어하는 거 보면 전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거 같아요. 운이 따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친구들에게 미안하거든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는 '작품'이다. 돈엔 관심 없고, "이 작품은 잘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 앞으로 나아간다. "도박 같아요. 될지 안 될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듯하면 마음이 움직이죠."

만약 일반인이었으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모범생 청년의 입에서 '일탈의 답'이 나왔다. "운전할 때 창문 내리고 욕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깜빡이를 안 켜잖아요! 창문 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요. 하하. 이런 소소한 것들을 못해서 아쉽죠."

영화 '봉이 김선달'에 출연한 유승호는 "난 자신감이 없어 자신감 넘치고, 여유 있는 김선달이 부러웠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화 '봉이 김선달'에 출연한 유승호는 "난 자신감이 없어 자신감 넘치고, 여유 있는 김선달이 부러웠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선달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땐 내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멋있는 역할보다는 지질하거나, 한없이 가벼운 역할 등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작품을 택할 땐 주변 사람의 얘기보다 자신의 선택을 믿는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함께한 박성웅은 유승호를 두고 '천사', '피 한 방울까지 다 좋다', '승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좋았다'고 극찬했다. 이를 언급하자 유승호는 쑥스러운 듯 "전 진짜 아무것도 안 한다. 선배 앞에서 화를 내고 짜증낼 순 없지 않으냐. 나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무섭게 변하는 건 싫다. 기분 좋게 인사해서 하루를 멋지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승호를 사랑한다"고 한 박성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연예계에선 유명한 바른 생활 청년으로는 유승호 외에 박보검도 있다. 둘은 24살 동갑이다. 유승호는 박보검에대해 "나보다 더한 놈이 나타났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저도 재미없게 살고 있는데 보검이는 더하더라고요. 뭐하냐고 했더니 대학교, 교회 가야 한다고 했어요. 전 PC방에 가서 놀기라도 하는데 보검인 정말 바른 생활 청년이에요. 멋진 삶을 살고 있구나 싶었죠. 남자가 봐도 멋있고 착해요."

유승호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고, 악플도 관심이란다. 악플러들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글을 쓰는 것으로 기분이 좋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귀를 의심케 하는 답변이었다. 박보검에게 '나보다 착한 놈'이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착해도 너무 착한 '천사'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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