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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의원 ‘1호 법안’ 보면 '앞날'도 보인다


입력 2016.06.25 10:08 수정 2016.06.25 10:08        이슬기 기자

'전문 분야' 살려 민생경제 관련 입법에 올인..."직접 경험하고 만들어낸 법안"

20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대 국회의 막이 오르면서 4.13 총선으로 당선된 국회의원 300인의 ‘존재감 전쟁’에도 시동이 걸렸다. 특히 초선 의원들의 경우, 일찍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하며 다방면으로 얼굴을 알려온 다선 의원들에 비해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1호 법안’은 초선 의원들이 본인의 정치적 정체성과 방향을 알리는 동시에 이름을 알리는 양질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전체 당선인 123명 중 초선 의원(57명)이 절반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선 본인의 전공분야를 살린 1호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계파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먹고 사는 문제'에 방점을 찍겠다고 약속한 만큼, 서민 가계부채 문제부터 재벌의 계열에 대한 의결권 금지, 창업 기업 부담경감을 위한 연대보증 금지법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개원 첫날부터 ‘악성 채권 소각’ 퍼포먼스로 화제가 됐던 제윤경 의원의 경우,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 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에 대한 일괄·즉시 소각을 골자로 하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4일 대표발의했다. 그간 금융권은 장기간 회수하지 못한 1000만 원 이하 연체 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싼 값에 넘기고, 추심업체는 이를 받아내기 위해 과격한 방식을 동원하며 채무자를 압박해왔다.

현행법에 따라 민사채권은 10년, 금융채권은 5년이 지나면 소멸되지만, 채무자가 추심업체의 가혹한 독촉에 몰려 일부를 갚으면 ‘죽은 빚’이 부활한다. 대부분 장기간 쌓인 연체이자로 원리금이 수십·수백 배 불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 채권추심행위를 금지하고 △고의·과실로 이를 위반할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동일한 법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금융업계 등에선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지만, 제 의원은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는 그토록 문제를 삼으면서, 소규모의 빚을 갚을 능력도 없는 빈곤층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탐욕적 채권시장의 모럴해저드는 왜 문제인 줄 모르나”라며 “이런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가계와 국가경제에도 독이 된다”고 강조했다.

창업자들의 재기와 재도전을 막는 ‘연대보증채무’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법안도 발의됐다. 연대보증은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연대해 채무를 부담하고,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보증이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김병관 의원은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을 하는 경우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신용보증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기술신용보증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은행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창업기업이 파산하면 대표이사 등 연대보증인에게 구상권(타인의 채무를 갚아준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하여 갖는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들은 채무 이행 능력이 없어 개인까지 파산, 재기가 불가능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증을 하는 기금에서 연대보증을 내세울 이유도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창업 이후 5년 이내 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대표이사 연대보증을 금지하자는 게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독점거래 저격수’라 불리며 오랜 시간 입법 준비로 ‘칼’을 갈아온 박용진 의원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지난 8일 모습을 드러냈다. 사회공헌 활동을 목적으로 세워진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증여·매수하며 의결권을 행사, 편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것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일정 한도 내에서 독립 법인 간 자본 상호교환 형식의 출자를 제한하는 기업)에 속하는 회사의 지배인과 특수 관계에 해당하는 공익법인의 경우, 이미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득·소유한 주식 중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의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로써 공익법인을 통한 재벌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막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겠다는 목적이다.

아울러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기부 한도를 늘리는 법안도 발의할 예정이다. 재벌 대기업들이 공익법인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주식기부 한도를 20% 수준으로 올려 더 많은 투자와 공익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박 의원은 오는 28일 새누리당 오신환·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등과 공동으로 공청회를 열고,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맡은 수도권 중진의원은 “각자 전문 영역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젊고 개성있는 인물들이 대거로 들어오면서 우리당이 많이 달라졌다"며 "야당은 항상 계파 패권주의 문제로 때마다 욕을 먹었는데 이제는 당도 달라져야한다. 초선들이 계파에 줄 서서 눈치보는 문화가 아니라 자기 전문 분야를 적극 살려서 법안과 실제적인 성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분위기가 더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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