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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SM5·EF소나타… 흔한 차 타는 흔치 않은 의원들


입력 2016.06.26 07:45 수정 2016.06.26 14:05        전형민 기자

신보라 "걸어서 출근한다. BMW(Bus, Metro, Walk)다"

권칠승, 22만키로 탄 SM5 "왜 바꿔요. 잘 굴러가는데"

채이배, EF소나타 직접 운전해 출퇴근 "힘 닿는데까지…"

20대 국회 개원 첫 날인 30일 오전 국회 본청으로 국회의원들이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대 국회 개원 첫 날인 30일 오전 국회 본청으로 국회의원들이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얼마 전 보도를 통해 국회의원의 상징과도 같은 '검고 큰 차량'들의 관용차 여부 논란이 화제가 된 적 있다. 국회의원의 차량이 장관처럼 세금으로 지원되지는 않기 때문에 관용차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차량을 렌트해 이용하고 그 비용을 의정활동 지원경비인 '차량유지비'와 '차량유류비', 지지자들이 제공하는 정치후원금에서 지출하는 만큼 사실상 관용차로 볼 수 있다. 국회사무처에서 배포한 종합안내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에게는 '차량유지비' 35만8000원과 '차량유류대' 110만 원이 매달 지급된다.

이처럼 무료 혹은 일정 금액을 지원받으면서 이용할 수 있는 '검고 큰'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의원들이 있어 화제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거나, 자차를 이용해 출근한다. 새누리당 신보라·더민주 권칠승·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다. 이들은 어떻게 출근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차량유지비'와 '유류지원비'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 "저는 BMW 타요"

새누리당의 청년몫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신보라 의원은 매일 'BMW'를 타고 출퇴근한다. 자동차 브랜드 BMW가 아니라 Bus, Metro, Walk라는 뜻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신 의원은 "제가 불광동에 살아서 6호선을 타고 광흥창역까지 와서 153번 버스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고 의원회관까지 걸어온다"고 말했다. 지하철, 버스, 도보가 두루 이용된 신 의원의 출퇴근길은 편도로만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신 의원은 최근 국산 준중형차 한 대를 렌트했다. 다른 의원들과 비슷한 '검고 큰 차'를 렌트하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 다 검어요"라며 여느 젊은 여성과 다르지않은 대답을 내놓은 신 의원은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업무용으로 렌트하는 것인데 처음엔 경차로 하려고 했으나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되는 준중형차를 렌트했다"고 말했다.

차를 렌트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동력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당의 청년 비례대표로서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대중교통과 택시 만을 이용하는 것으론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쳤다는 설명이다. 신 의원은 출퇴근은 되도록 기존 하던대로 'BMW'로 하고 업무나 행사 참석 등 기동력이 필요한 일정에 렌트한 차량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이 절약한 '차량유지비'와 '차량유류대'는 어떻게 쓰일까? 신 의원 의원실 관계자는 "렌탈한 차량의 렌탈비(50만 원)와 주유비(40만 원) 등을 합쳐 90여 만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남게되는 비용만큼은 따로 덜어 사무실 운영에 보태고 당 안팎의 청년들을 만나는 현장활동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민주 권칠승 의원 "왜 바꿔요. 잘 굴러가는데"

국회 의원회관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의원들을 태우거나 태울 차량이 끊임없이 들락거린다. 특히 주말을 하루 앞둔 금요일이면 지역구 행사나 현안을 챙기기위해 지역구로 이동하는 의원들로 의원회관 앞은 북새통이 되고 바야흐로 '검고 큰 차'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근데 검은 차들 사이에서 빛바랜 은색 차량 한 대가 유독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차다.

권 의원은 여느 의원들이 타는 검은색 대형차와는 다르게 은색 구형 SM5 차량을 타고 다닌다. 이 차량은 권 의원이 4·13 총선 당시 선거유세를 위해 지인으로부터 구입한 중고 차량으로 현재 운행거리만 22만여 km에 육박한다. 권 의원 측 관계자는 "권 의원이 따로 차량을 렌트하지 않고 개인 차량에 수행기사만 딸려서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탈하고 솔직하게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권 의원은 22만km가 넘은 구형차량을 타는 이유를 묻자 "특별히 안바꿔도 되는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좋은 차 타면 저도 좋지만 특별히 불편한 게 없는데 멀쩡한 차를 처분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빛이 바래 보기에 따라 누렇기까지한 차량에 관한 에피소드는 없을까. 권 의원은 "가끔 동료 의원들이 색깔이 너무 튄다며 검은색으로 좀 바꾸라고 우스개를 한다"며 "나중에 불편하다면 바꿀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권 의원 측은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과는 달리 지역구(경기 화성을)가 있어 '차량유지비'와 '유류비'는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아직 젊잖아요"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채이배 의원은 흰색 2002년식 EF소나타를 직접 몰아서 출퇴근한다. 출퇴근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한다. 낙천적이고 서글서글한 웃음이 매력적인 채 의원은 차량과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은 것에 대해 취재진의 보도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자신이 차를 따로 뽑지 않은 게 무조건 모범답안인 것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민의당 제3정조위원장이자 경제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차량과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은 것에 대해 "보좌진 7명중 1명이 수행기사로서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렇게되면 그 분은 정책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좋은 정책 개발에 대한 욕심이다.

채 의원은 매달 받는 '차량유지비'와 '차량유류대' 총 148만5000원에 대해서도 '정책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보좌진을 구성하다보니까 열심히 일하려면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하더라. 그래서 우리 당과 보좌진으로 부족한 부분은 외부 전문가들을 충분히 활용할 계획인데, 그런 분들을 모시는데 필요한 금액으로 사용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당 행사 등 기동력이 필요할 땐 어떻게 할까? 채 의원은 주로 택시나 당에서 제공되는 버스 등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계속 자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젊잖아요? 좀 더 부지런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체력이 어떻게 될 지, 일정이 얼마나 바빠질지 알 수 없지만 힘 닿는데 까지는 지금처럼 해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안 타고 안 쓰는 게 무조건 미덕은 아냐…"필요하면 유연하게 할 것"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의원들의 행동을 '보여주기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에게 차량과 기사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은 이동에 쓰게 될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국정을 위해, 정책개발을 위해 쓰라는 것인 만큼 수행기사와 차량을 두고 의정활동을 더 충실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자택이 있는 경기도 안양에서 국회까지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최근 차량을 렌트했다. 이 의원 측은 렌트 이유로 "일정이 너무 팍팍해서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신보라 의원은 "의정활동 경비 안에서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일정과 일정 사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만 차량을 이용하고, 나머지 경비를 다른 의정활동에 활용하는 것이 더 효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채이배 의원은 "아직은 전체 국회일정을 가동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간이 부족한 점은 없지만, 이후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지고 수행기사를 두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함이 생긴다면 유연성 있게 대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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