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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전격사퇴의 비하인드 스토리...


입력 2016.06.23 18:12 수정 2016.06.24 10:48        문대현 기자

'정진석 중재안'에 마음 돌렸다는 권성동

친박과 비박간 물밑 타협 여부 두고 설왕설래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경질 발표를 거부하고 당무를 이어가던 권성동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희옥 위원장의 뜻을 수용하겠다”고 말하며사무총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경질 발표를 거부하고 당무를 이어가던 권성동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희옥 위원장의 뜻을 수용하겠다”고 말하며사무총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무소속 의원 일괄 복당 결정을 두고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경질 의사를 전달 받고도 사흘째 당무를 이어가던 권성동 사무총장이 23일 전격 사퇴했다. 권 총장은 표면적으로는 잃었던 명예를 되찾아 사퇴를 결정했다고 했지만 명확한 결정 이유와 후임 인선 등 뒷이야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권 총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8차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나의 (물러나지 않겠다는) 소신이 비대위의 앞 길을 조금이라도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하며 물러날 뜻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어 "임명된 지 2주 만에 일괄 복당 결정의 책임을 저에게 묻는 듯한 처사로 사무총장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지금까지 밝혔지만 김희옥 위원장이 유감 표명을 해주고 앞으로 비대위를 잘 이끌겠다고 한 만큼 김 위원장의 뜻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김 위원장으로부터 '사무총장 교체'라는 말이 나온 이후 나흘째 이어지던 '버티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복당 결정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의 강한 태도를 지적하며 지난 주말 간 칩거를 선택했고 그로부터 사흘 만인 20일 당무에 복귀했다. 그의 손에는 사무총장 교체 카드가 들려 있었다. 권 총장은 합당하지 못 하며 즉각 반발했고 비대위의 표결 없이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권 총장의 뒤에는 비박계 의원들이 자리하며 권 총장의 사퇴를 막았다.

그러나 권 총장은 그간의 주장과는 달리 23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권 총장은 이날 오전 회의 참석을 위해 당사 건물에 들어서면서까지도 "(표결) 붙이라고 그래. 온갖 망신 다 당할텐데 붙일 수 있겠어"라고 강하게 나왔기에 사퇴 결정은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권 총장은 이 같은 결정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음을 밝혔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가 지속될 경우 당에 많은 피해를 끼친다는 우려를 종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정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공개했다.

정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복당 결정 문제가 아닌 당무에 관한 견해차로 경질하는 것으로 알리고 유감의 뜻을 표하라고 중재안을 내놓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이었는지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당 사무총장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내가 교체하겠다고 한 이유는 당무 보좌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경질 발표를 거부하고 당무를 이어가던 권성동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희옥 위원장의 뜻을 수용하겠다”고 말하며 사무총장직 사퇴를 밝힌뒤 정진석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경질 발표를 거부하고 당무를 이어가던 권성동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희옥 위원장의 뜻을 수용하겠다”고 말하며 사무총장직 사퇴를 밝힌뒤 정진석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명예회복' 표면적 이유 뒤 숨은 거래 있었나?

권 총장은 정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김 위원장이 수용하며 명예회복을 했다고 생각해 당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고자 사퇴를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혼자 뒤집어 쓴 것 같은 불명예 때문에 위원장의 사퇴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의 희생양은 자신임을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권 총장 사퇴 이유가 알려졌으나 며칠째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그가 갑작스레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 여전히 뭔가 시원치 못한 면이 있다. 이번 일을 거치며 정가에서는 '뜨거운 감자' 유승민 의원의 복당 승인을 두고 청와대가 김 위원장을 향해 비박계인 권 총장을 경질시키라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에 비박계 역시 결집하여 김 위원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계속해서 권 총장의 사퇴를 반대하던 김영우 위원은 이날 회의 말미에도 "아무리 우리의 의도가 선하다 해도 국민들이 계파주의로 바라보면 혁신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권 총장 경질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혁신을 지향하는 비대위원으로서는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외에 권 총장 사퇴를 놓고 공식 코멘트를 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이에 정가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가 권 의원 사퇴와 다른 비박계 카드를 꽂는 것을 놓고 딜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계파를 청산하겠다며 생긴 비대위지만 이미 계파 싸움으로 번진 만큼 계파 간 모종의 거래가 없었다면 권 총장이 순순히 사퇴 의사를 밝힐 리가 없다는 논리다.

당 안팎에선 계파색이 옅은 홍일표, 이철우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무총장은 통상 3선 의원이 맡아 왔다는 점에서 이 외에도 강석호, 조원진, 김성태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 중 홍 의원은 친박에서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인선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홍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아직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며 "어려운 문제다. (제의가) 온다면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홍 의원 또는 이 의원 등 비박 인사가 사무총장에 오를 경우 권 총장 사퇴를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타협을 본 것이라는 주장이 더욱 힘을 싣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제1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태흠 의원이 사무총장 대리 임무를 맡다가 자연스럽게 총장 직을 물려받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단 이에 대해선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다. 지상욱 대변인은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구체적인 후임에 대해선 거명되지 않았다"며 "김 부총장이 권한 대행을 맡게 되는 지도 논의된 바 없다. 앞으로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추가 논의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부총장이 재선 의원임을 감안할 때 총장직에 오르는 것은 명분이 부족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김 부총장은 강경 친박으로 통하기 때문에 만약 김 부총장이 총장직에 오를 경우 비박계의 강한 반대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본인에게나 당으로서나 부담이다.

무소속 의원 일괄 복당 결정에 따른 김 위원장의 당무 보이콧, 권 총장 경질 요구와 그의 항명으로 정리되는 새누리당의 또 다른 계파 갈등은 권 총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형태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것이 갈등의 종착점이 될 지,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이 될 지는 결국 향후 권 총장의 후임으로 누가 결정되냐에 따라 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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