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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무산, 부산은 "돈낭비 시간 낭비 한심"


입력 2016.06.24 09:24 수정 2016.06.24 09:27        장수연 기자

뜻밖의 발표 놀라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경남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경남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부산시청 인근에 붙어있는 가덕신공항 홍보 플래카드. ⓒ데일리안 장수연 기자
부산시청 인근에 붙어있는 가덕신공항 홍보 플래카드. ⓒ데일리안 장수연 기자

뜻밖의 발표 놀라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
정치판 미봉책 평가엔 "돈낭비, 시간낭비 참 한심하다"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나면서 그동안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주력했던 부산에서는 '최악의 결론은 면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뜻밖의 발표에 놀라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2011년 백지화에 이어 정략적으로 내려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데에는 여지없이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벌여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종보고회를 열어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치전 막판에 밀양 쪽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돌았던 탓일까. 부산 시민들은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부산 남포동에서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 씨(41)는 "너무 정치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넘어가는 방향으로 안 갔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영도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손모 씨(56)는 "김해공항을 확장한다해도 우리 입장에서는 별로 상관 없어 보이고, 그나마 이런 결과가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라며 웃었다. 손 씨는 "김해면 거의 그냥 지하철타고도 갈 수 있는 정도죠. 잘 됐지. 이왕 된 김에 면세점도 확장됐으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15년 가까이 거주한 직장인 김모 씨(35)는 "어르신들은 모르겠는데 우리같은 젊은 층은 김해공항이 익숙해져 있으니까 크게 반발없이 그러려니 하는 심정이죠. 하다못해 우리 아버지도 '상관 없다'고 말씀하시거든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김해공항 쪽에는 땅을 확장시키려는 가능성이 많이 있었으니까 10년 정도 투기해 놓은 사람이 많다 하더라고요. 뭐 그 사람들한텐 잘 된 거 아닌가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 갈등에 대한 봉합 없는 정치권의 예고된 결정이라는 비판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언성을 크게 높이며 흥분하기도 했다.

금정구에서 차량 정비업을 하는 박모 씨(54)는 "내가 욕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내가 볼 때는 봉합 아닌 봉합입니다, 봉합. 정치적으로 말하기도 참 좋잖아요? 너거도 양보했고, 우리도 양보했다. 좋아지는 거는 아무 것도 없어요. 부산 사람들 얼마나 빌난 줄 압니까. 부마사태 그게 그냥 일어난 게 아입니더. 만약 밀양으로 떨어졌으면 난리 났겠지. 그냥 아이고 마 즈그들끼리 꼴값하고 있네 이런 생각 듭디더"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부산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은 "애초에 경제성 평가나 여러가지 평가에서 밀양이나 부산 가덕도 둘 다 개발비용도 많이 든다고 들었는데 차라리 김해공항이 확장된 게 더 낫다는 생각은 들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여태까지 10년 넘게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렸다는 점이 아쉽죠. 5년 전에도 이러다가 또 돈 들여서 평가했잖아요. 이게 돈낭비, 시간낭비가 아니고 뭐에요"라고 짚었다. 그는 "이 꼬라지가 그냥 한심해요"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 개장한 가운데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1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 개장한 가운데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공항 관련 5개 시, 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대구가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과 경산이 지역구인 최경환 의원이 부산 김해, 가덕도가 지역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공항 관련 5개 시, 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대구가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과 경산이 지역구인 최경환 의원이 부산 김해, 가덕도가 지역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드물긴 했지만 여전히 신공항은 가덕도에 유치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었다.

보수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황모 씨(61)는 "공항이 밀양으로 가는 거 자체가 잘못된 거라. 내가 부산 사람이라서 이러는 게 아이고 부산 사람이 지방 인지도라는 게 있잖아. 당연히 가덕도로 와야지. 이번 발표가 그나마 부산에서도 많이 양보를 한기라. 사실 김해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난리굿을 직인다고. 지금 김해 사는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있는 거 갖고도 난리굿을 직이는데 더 확장시키 놓으면 한 마디로 김해 사람들만 죽이는 거 아니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김해공항 가덕이전추진단 측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발표 결과에 대해공식입장으로 내놓은 것은 없지만 해당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정부 결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면서도 갈등을 더 심화시키지 말자며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해공항과 가덕도 모두를 지역구로 둔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열린 영남권 5개 시도 중진의원 간담회 자리에서 "과연 김해공항 확장으로 인해서 소음피해 제로인 24시간 운항 가능한 공항, 안전한 공항이 가능한가. 여기에 대한 강한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의원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면서 "TK(대구·경북)도 PK(부산·경남)도 서운한 감정이 잇는데 정치권이 자꾸 부추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안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서 시장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용역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난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한 뒤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제2허브공항으로 가덕 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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