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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디마프'의 울림


입력 2016.06.24 09:08 수정 2016.06.24 09:33        부수정 기자

노희경 작가 신작…사회적 약자 보듬어주는 이야기

노배우들의 연기 보는 재미 쏠쏠…고정 시청자 확보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층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 인기를 얻고 있다.ⓒtvN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층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 인기를 얻고 있다.ⓒtvN

그 흔한 아이돌, 20대 청춘스타도 없다. 시청률을 위한 막장 요소도 없다. 근데 잘 나간다.

5월 13일 첫 방송 이후 줄곧 평균 4~5%(닐슨코리아 기준)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순항 중인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 얘기다.

노희경 작가의 신작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의 삶을 현실적이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배우들은 모두 '선생님'급이다. 신구(79), 김영옥(78), 나문희(74), 김혜자(74),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이 주연이다. 올해 46세인 고현정이 막내다.

평균 나이 70대, 연기 경력 50년을 자랑하는 이들의 연기를 보노라면 감탄이 나온다. 연기인지, 실생활인지 구분 안 될 정도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사랑과 사람에 대한 노 작가의 따뜻한 시선 또한 드라마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디마프'는 무거울 수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유쾌 발랄하게 건드렸다. '꼰대' 노인을 보는 젊은이들의 시선, 젊은이들을 보는 노인들의 눈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주는 것도 미덕이다.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는 평균 시청률 4~5%(닐슨코리아 기준)를 넘나들며 순항 중이다.ⓒtvN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는 평균 시청률 4~5%(닐슨코리아 기준)를 넘나들며 순항 중이다.ⓒtvN

누구나 상처·결핍은 있다…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디마프'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온다. 4차원 독거 소녀 조희자(김혜자), 세계일주 꿈나무 문정아(나문희), 깡패 엄마 장난희(고두심), '쿨내'나는 원조 스타 이영원(박원숙), 순수꼰대처녀 오충남(윤여정), 황혼의 로맨티스트 이성재(주현), 방랑할매 오쌍분(김영옥), 성질 더러운 짠돌이 김석균(신구) 등이다.

이들은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 같은 건 없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물들을 통해 현실성을 높였다. '너의 얘기가 아니라 나의 얘기, 그리고 우리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6개월 전 남편과 사별한 희자는 혼자 산다. 외롭다. 자살 시도까지 한다. 치매 증상과 망상 증세를 보인다는 의사의 소견 때문이다. 아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단다.

정아는 무뚝뚝한 일중독 짠돌이 남편 석균 탓에 고생만 했다. 난희는 과거 남편의 외도로 딸 완이와 동반자살을 시도한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영원은 유부남 선배를 사랑했다. 이혼 경력도 있다. 암 투병도 했다.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충남은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았다. 버는 돈은 족족 가족의 병원비로 들어갔다. 가족들 신경 쓰느라 연애 한 번 못 해본 모태솔로다. 쌍분은 어떤가. 딸은 과부요, 남편은 아프고, 아들은 하반신 불구다.

난희가 애지중지하는 딸 완(고현정)은 미치도록 사랑하는 남자 연하(조인성)가 교통사고 당하는 걸 눈앞에서 봤다. 사고로 연하는 장애인이 된다. 완은 연하를 떠나고, 죄책감과 연하를 향한 그리움이 완을 지배한다.

타인이 경험한 상처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직접 상처를 겪어 봐야 "널 이해한다"는 말을 할 수 있고, 자기 상처는 아프다고 생각하지만 남의 상처는 나몰라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드라마는 상처와 결핍을 담담히 보여주면서 이들의 말에 귀기울인다. 각기 다른 상처, 사연, 결핍을 지닌 터라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어느 하나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 다들 가엾다. 그래서 상처에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드라마를 통해 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를 담은 노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층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경쾌하게 담아 호평을 얻고 있다.ⓒtvN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층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경쾌하게 담아 호평을 얻고 있다.ⓒtvN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흡입력 있는 스토리

노장 배우들의 연기는 진수성찬이다. 어느 배우가 나와도 감칠 맛 나는 대사가 귀에 쏙쏙 박힌다. '디마프'는 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정아가 엄마를 떠나보내고 우는 모습은 시청자를 울렸고, 난희와 완이 과거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유리병을 오열하는 장면은 소름이 끼쳤다는 평이 나왔다.

완과 연하의 애틋한 사랑은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해내는 거'라는 걸. 연하를 찾은 완이가 다시 돌아올 것을 다짐하며 뱉은 대사가 가슴을 울린다.

"우리 삼촌 사고로 누워만 있다 7년 만에 앉았고 이제 목발 짚고 걸어.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말고 운동해. 장애인은 절대 안 된다는 우리 엄마에게 '엄마, 연하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게."

드라마에서 노인들은 젊은 청춘을 보는 듯하다. 새롭게 찾아온 사랑에 설레고, 꿈과 희망을 품는다. 신체 나이는 늙었어도 마음은 그대로인 셈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 도와주고, 위해 주는 노인들의 우정도 반짝반짝 빛난다.

'디마프'는 완이 노인들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전개된다. "누가 꼰대들 이야기를 돈 내고 읽어"라고 하지만, 완이도 서서히 어른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시청자들도 "우리 부모님, 할머니도 이랬겠지"라고 되뇐다. 이어 어른들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번진다. "우리는 모두 시한부다. 오늘 지금이 이 순간이 가장 젊은 한 때"라는 대사에 공감하는 이유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에 "'재밌다'는 한마디로 치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여운이 깊은 드라마다. 어른들의 생각,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본다. 어떨 때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다고 느껴 머릿속에 맴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드라마"라고 썼다.

또 다른 시청자는 "내 노년과 그때 내 곁에 남아 있을 친구들을 본다. 때로는 같이 웃고 같이 울면서 내 노년을 예습한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말했다. "노 작가의 작품들은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 돋을 때도, 불편할 때도 있다. 그래도 노 작가의 글이 좋고, 자꾸 보게 된다. 인간은 다들 상처와 추한 모습을 지니고 살아가는 걸 일깨워 주니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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