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대구시민들 "진상 진박들, 대통령이 선물 준다며?"


입력 2016.06.23 06:04 수정 2016.06.23 06:04        문대현 기자

'참담함을 넘어 허무함까지' 초상집 분위기

"지키지 못할 약속 선거 때 꺼내들지 말았어야"

지난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교안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1일 정부의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 발표에 대구 및 경북민들의 불만이 엄청나다.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 4곳의 지방자치단체가 밀양 유치를 바랬는데 그 중에서도 대구의 염원은 특히 컸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밀양 신공항이 사실상 확정이라는 말도 돌았던터라 대구는 분노를 넘어 허탈감에 빠져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경남 밀양이나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지금의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새로운 활주로 1본과 국제여객 터미널을 추가로 신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분노를 감추지 못 했다. 권 시장은 21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마저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릴 줄은 예상 못했다. 신공항 사업추진의 기본전제가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영남권의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다고 해서 출발한 것이었다"며 "김해공항 확장으로 항공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는 앞으로 용역진행 과정과 내용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 판단하겠다. 현재로선 앞에 고속도로가 가로막고 돗대산, 신어산이 있는 김해공항으로는 장래 항공물류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산도 가덕도 신공항을 원했지, 김해공항 확장은 원치 않았다. 부산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현 정부는 원칙대로 결정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거듭 말했다.

다음 날인 22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필요한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회의에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국방부·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자치부·환경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김해 신공항이 명실상부한 영남 지역의 거점 공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로·철도 등 연결교통망 구축 작업을 병행해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보고했고 황 총리는 국토부 등 관계부처에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차질 없이 후속조치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영남권 신공항을 대선 공약에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확장되는 김해공항이 사실상 신공항이라며, 공약파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종합적 고려를 통해 내려진 최적의 결론으로 알고 있다"며 "김해 공항이 확장되면 동남권의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상의 김해 신공항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지만 저희 입장에선 피하지 않았고 약속을 지켰다고 본다"며 "공약 파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날 발표에 여론은 청와대가 표를 얻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세웠다가 국론 분열만을 일으켰다고 비판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 발표에도 대구 지역 여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21일 정부의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 발표에 대구 및 경북민들의 불만이 엄청나다. 사진은 지난 2014년 5월 24일 대구 도심의 전경.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1일 정부의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 발표에 대구 및 경북민들의 불만이 엄청나다. 사진은 지난 2014년 5월 24일 대구 도심의 전경.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1일 정부의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 발표에 대구 및 경북민들의 불만이 엄청나다. 사진은 지난 16일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가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상인을 상대로 신공항 건설에 대한 홍보 활동을 펼치는 모습.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21일 정부의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 발표에 대구 및 경북민들의 불만이 엄청나다. 사진은 지난 16일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가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상인을 상대로 신공항 건설에 대한 홍보 활동을 펼치는 모습.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대구 지역지 1면 '백지화'로 항의, 강주열 위원장 "국민 상대로 친 사기"

22일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강주열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위원장의 목소리는 매우 침울했다. 지난 16일 '데일리안'이 대구에서 강 위원장을 직접 만났을 때의 자신감 있는 말투와는 전혀 달랐다. 추진위는 2주 전부터 1~20명의 소규모 홍보단을 구성해 홍보 캠페인용 부채와 팸플릿을 제작,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서 홍보 활동을 해왔던터라 실망감은 더욱 커보였다. 강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며 겨우 말문을 열었다.

강 위원장은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의 문제점으로부터 시작돼 밀양과 가덕도로 압축됐는데 부산 쪽에서 밀양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정치인들까지 나서니까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ADPi도 이해할 수 없다. 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한다고 하면 어떡하나. 기술 회사가 기술에 대해서만 생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 내일 회의를 열어 다양한 방법으로 불복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 대구의 분위기는 매우 격앙돼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선거철이 되면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을 지켰다는 청와대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입장 발표"라고 비난했다.

이날 대구지역 한 일간지는 신문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데 따른 항의성 성격이다. 이 신문은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가슴이 무너지고 통분에 떠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매일신문은 22일 자 1면에 기사 광고를 싣지 않은 채 백지로 발행했다"며 "신공항 건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정부에 대한 시도민의 강력한 항의`규탄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역민들의 반응 역시 거셌다. 대구 중구에 거주 중인 20대 직장인 여성 이모 씨는 "참담하다 못해 허무하지예. 이런 결과 받으려고 10년 기다린깁니까"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용역결과 발표가 가까워올수록 수도권 언론을 중심으로 신공항 무용론이 많이 나오긴 했어도 실제로 이칼 줄은 상상도 몬 했지예"라며 "우리 대구 사람들은 이거를 두 정권(MB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포퓰리즘으로 이용하다가 입맛에 따라 가차 없이 버렸다고 보고 있습니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경제성도, 효용 가치도 없었던 사업이라 카믄 선거 때 하겠다고 약속을 안 했어야지예"라며 "이번엔 된다는 허황된 약속으로 영남민들을 현혹하고 엉뚱하게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게 하고 이게 뭐라예 진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동구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20대 직장인 장모 씨도 "정부 발표 이전까지는 밀양으로 여론이 기울었었는데 이제 와서 무산 발표를 해버리니까 김이 팍 새는 느낌이라예"라며 "김해공항이야 원래 있었어도 잘 이용도 안했던 터라 밀양으로 유치되면 '그래도 대구 보고 유치했나' 싶어서 몇 번 가봤을긴데 이도저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을 한다카니까 많이 실망스럽네예"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경북 왜관에 거주하는 50대 박모 씨는 "집에서 부산보다는 밀양이 가까우니까 밀양에 세워졌으면 좋겠다 싶었지예"라며 "근데 안 그카더라도 어디에든 신공항이 생길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둘 다 안 됐다카이 더 아쉬워예"라고 밝혔다.

반면 왜관 거주 20대 조모 씨는 "부산과 나머지 영남 지자체들이 신공항 유치를 두고 갈등을 심하게 빚는 꼴을 보기가 싫었는데 두 쪽 다 무산됐다 카이 차라리 잘 됐심더"라고 말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문대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