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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여권 텃밭 분열 불은 껐지만 불씨는...


입력 2016.06.21 17:29 수정 2016.06.21 21:18        고수정 기자

정부, 영남권 신공항 무산…김해공항 확장 결정

부산-TK·경남 '책임론' 갈등 심화…여권에 악영향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경남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경남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무산한 뒤 5년 만에 박근혜 정부에서 이같은 결론이 내려졌다. 정가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부산과 TK·경남의 신공항 발(發) 지역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도리어 여권 정계개편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2층 대회의실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해 사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장 말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 엔지니어는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정부는 이번 용역결과가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출된 합리적 결론이라고 평가한다”면서 “이번에 제시된 김해공항 확장방안은 기존 김해공항을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의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장래 영남권 항공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 영남권 전역에서 김해공항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김해공항이 영남권 거점공항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대안이라고 판단한다”며 “입지 평가결과는 공항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가진 ADPi가 5개 지자체가 합의한 방식에 따라 오직 전문성에 기초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내린 최적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검토되기 시작해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극심한 지역 갈등을 고려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시 여권 텃밭의 민심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전임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했다가 역풍을 맞았음에도 현 정부가 유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치적 선택’ ‘시기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가덕도를 주장했던 부산 지역과 밀양을 주장했던 TK·경남 모두 여당 텃밭인 만큼 분열을 막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양쪽 지역에 실망감은 안겨줬지만 상실감을 주진 않았다”며 “상실감을 안길 경우 박 대통령의 임기 말에 지역 기반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결국 상실감보단 실망감을 주는 방향으로 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본보에 “양쪽의 갈등을 모두 피한 것”이라고 말했고,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한 쪽을 택하지 않고 무산 결정을 내린 것은 정치적 고려였고, 타협을 본 것”이라고 했다.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대구, 경북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대구, 경북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경남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21일 오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경남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하지만 지역 갈등 봉합을 위한 고육지책이 오히려 지역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수(惡手)가 됐다는 지적이다. 부산과 TK·경남 여론이 서로에 ‘무산’ 책임론을 떠넘길 공산이 크고, 민심 이반 현상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지난 4·13 총선에서 여당 텃밭이라는 공식이 깨진 만큼 야도(野都)로 변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상황은 당장 오는 8월 9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물론 내년 대선 구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 신공항이 박 대통령 공약이라는 점에서 친박계 당권 주자, 여권 대선 후보에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부산, TK·경남 민심 다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부산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야당 의석이 5개 나오면서 민심 이탈의 조짐이 보였는데, 이를 계기로 부산의 민심 이반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책임론이 쏠릴 가능성이 있어 대선은 물론 전당대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공약을 무효화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치적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신공항 입지가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났다면 한쪽은 반발하더라도 한쪽은 만족했을 텐데 결과적으로 양쪽 다 불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김해공항 확장은 결국 PK의 손을 들어준 거나 다름없다. TK에서 불만을 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대한 불신이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한 듯 정부와 새누리당은 수습에 나섰다. 대승적 차원에서 결과를 수용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지자체장의 정치력 발휘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그간 신공항 유치 경쟁 과정에서 일부 갈등과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5개 지자체가 합의한 방식에 따라 입지평가 결과가 나온 만큼, 용역 진행과정에서 보여준 성숙한 민주의식과 합의정신을 발표 이후에도 끝까지 존중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평가 결과를 수용하여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국토부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우리가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프랑스 업체에 용역을 맡겼고,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토출했다”고 말했다. 또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정치권이 기울여야 한다”며 “정치지도자들·시도지사의 책임 있는 역할 중요하며, 해당지역 설득하고 협조하는 역할 나서야한다. 이날 결정이 국가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 되도록 여야 정치권 국민 모두 일치단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무산 결정이 여권 정계개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 통화에서 “신공항이 경제성이 없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과학적·기술적으로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양쪽 다 불만은 있겠지만, 여권 정계개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폭발할 것 같지는 않을 듯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하기로 하고, 이번 결론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단 구성 계획을 밝히면서 여야 갈등이 예상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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