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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포 휘날렸지만…유승호도 못 살린 '봉이김선달'


입력 2016.06.26 06:18 수정 2016.06.26 06:21        부수정 기자

유승호·고창석·라미란·시우민 출연

'그림자 살인' 박대민 감독 연출·각본

배우 유승호가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사기꾼 김선달로 분했다.ⓒCJ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승호가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사기꾼 김선달로 분했다.ⓒCJ엔터테인먼트

조선 팔도를 누비는 전설의 사기꾼 인홍(김선달·유승호). 훤칠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는 물론, 천재적인 지략과 특유의 뻔뻔함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다. 내시부터 여자, 왕까지. 각종 변장을 해가며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인홍은 위장 전문 보원(고창석), 복채 강탈 전문 윤보살(라미란), 사기 꿈나무 견이(시우민)와 함께한다. 사기를 벌이는 목적은 '재미'다. 즐겁고 신나면 그뿐이다. 전설의 사기패 때문에 조선 팔도에는 피해가 속출한다. 피해 금액은 무려 100억원. 의금부가 나서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사기패는 조선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리는 담파고(담배) 탈취라는 새로운 판을 준비한다. 승승장구도 잠시, 뜻하지 않은 큰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기패는 전환점을 맞는다. 이 사건과 담파고 거래의 배후에는 당대 최고 권력가 성대련(조재현)이 있다.

재미를 우선으로 사기를 쳤던 사기패는 신의와 복수를 위해 '주인 없는 대동강'을 미끼로 인생 최대의 판을 꾸민다.

'봉이 김선달'은 임금도 속여먹고, 주인 없는 대동강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통쾌한 사기극을 다룬 영화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구전 설화 속 김선달을 모티브로 했다.

조선 후기 평양 출신 선비였던 김선달은 엄격한 신분 제도와 낮은 문벌 때문에 관직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방랑하던 중, 특유의 기지와 속임수로 양반과 부유한 상인들을 골탕 먹인다. 주인 없는 대동강물을 팔아 거금을 챙긴 일화 등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은 유명하다.

유승호 주연의 '봉이 김선달'은 임금도 속여먹고, 주인 없는 대동강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통쾌한 사기극을 다룬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유승호 주연의 '봉이 김선달'은 임금도 속여먹고, 주인 없는 대동강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통쾌한 사기극을 다룬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봉이 김선달'은 천재 사기꾼으로서의 지략과 두둑한 배포는 그대로 갖추되, 수려한 외모에 위험과 유희를 즐기는 젊은 남자의 모습을 부각,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사기꾼의 매력을 강조했다.

단편적인 구전 설화의 구조에 상상력을 더해 사건의 규모를 키우고, 김선달과 함께 큰 사기판을 벌이는 주변 인물들을 재구성했다. '그림자 살인'(2009)을 만든 박대민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영화는 크게 김선달 사기패가 재미를 위해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전반부와 성대련을 향해 복수 사기극을 펼치는 후반부로 나뉜다.

사기꾼 김선달 역을 맡은 유승호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으로'에서 엉엉 울던 그 꼬마는 없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와 여자들을 홀리는 상남자 매력이 인상적이다.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 윙크하는 장면을 보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유승호의 팬들에겐 추천할 만한 영화다.

제대 후 '상상고양이'(2015),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 '조선마술사'(2015) 등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선보이며 한 단계 도약했다.

유승호는 "다양한 변장을 통해 김선달을 섬세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했다. 코미디 장르는 처음인데 현장이 정말 즐거웠다. 재밌게 찍었던 만큼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봉이 김선달'에 출연한 유승호는 "다양한 변장을 통해 김선달을 섬세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했다"며 "코미디 장르는 처음인데 현장이 정말 즐거웠다"고 밝혔다.ⓒCJ엔터테인먼트 '봉이 김선달'에 출연한 유승호는 "다양한 변장을 통해 김선달을 섬세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했다"며 "코미디 장르는 처음인데 현장이 정말 즐거웠다"고 밝혔다.ⓒCJ엔터테인먼트

유승호라는 존재감이 영화의 장점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영화는 사기극이 주는 통쾌하고, 짜릿한 부분을 놓친다. 기발한 사기 수법은 없다. 어디서 많이 본 사기 수법이 난무해 결과가 뻔히 보인다. 수법도 너무 쉬워 속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될 정도다. 전반부 사기극이 너무 단조로워 지루하게 느껴진다.

김선달 사기패가 큰 사건을 겪고 2부에 펼치는 사기극도 흥미롭지 않다. 성대련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온갖 인물들이 총출동했으나 이야기가 산만하고, 장황하다. 좀 더 산뜻하고 신선하게 이야기를 풀 수 있었을 텐데 '새로움'을 주려다 사기극 특유의 재미를 잃어버린다.

기억에 남는 사기판도 없다. 마지막에 성대련 역의 조재현이 광기 어린 연기를 펼치는 부분이 그나마 강렬하다.

박 감독은 "누구나 아는 인물이자 익숙한 김선달 소재를 새롭게 다루고 싶었다"며 "사기를 통해 악당을 단죄하는 모습에서 통쾌함을 주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풍자와 해학을 보여주면서 '캐치 미 이프 유캔'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처럼 젊고 신선한 사기꾼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시원하고 재밌게 보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7월 6일 개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21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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