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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러 나와라” 알리VS프레이저 UFC 버전?


입력 2016.06.26 00:21 수정 2016.06.26 07:0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치고 빠지는 아웃파이팅 대가 톰슨, 챔피언 라울러에 도전장

과거 복싱에서의 알리 스타일과 닮아 라울러와의 매치 기대

[UFC]치고 빠지는 아웃파이팅 대가 톰슨, 챔피언 라울러에 도전장
과거 복싱에서의 알리 스타일과 닮아 라울러와의 매치 기대

UFC 웰터급 랭킹 1위로 올라선 톰슨은 예전의 톰슨이 아니다. ⓒ 게티이미지 UFC 웰터급 랭킹 1위로 올라선 톰슨은 예전의 톰슨이 아니다. ⓒ 게티이미지

UFC 웰터급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32·미국)의 기세가 무섭다.

톰슨은 UFC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던 파이터는 아니었다. 가라데, 아메리칸 킥복싱 등을 베이스로 하는 파이터라 타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그래플링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지옥의 체급’ 꼭대기에서 경쟁할 수준은 아니라는 혹평을 들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톰슨에 대한 평가가 확 바뀌었다. 전 챔피언이자 실질적 최강자로 불리던 조니 헨드릭스(32·미국)를 TKO로 잠재우는 대이변을 일으킨데 이어 꾸준히 정상권을 노크하던 로리 맥도날드(27·캐나다)마저 완파했다.


‘치고 빠지는’ 공격적 아웃파이팅의 대가

헨드릭스와 맥도날드는 파이팅 스타일도 달랐다. 헨드릭스는 신장은 크지 않지만 강력한 레슬러면서 묵직한 한 방을 갖춘 하드펀처였다. 맥도날드는 대등한 사이즈에 거리 싸움에 능한 안정적 패턴을 자랑했다. 톰슨은 각기 다른 이들을 맞아 서로 다른 내용으로 승리를 따냈다.

최근 톰슨의 원거리 아웃파이팅은 물이 오를 대로 올라있다. 좋은 신장에 자유자재로 스탠스를 바꿀 수 있는 키커라는 점만으로도 상대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롭다. 몸놀림이 빨라 날렵하게 치고 빠진다.

톰슨은 경기를 앞두고 전략도 잘 수립한다. 신장이 작은 헨드릭스를 상대로는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강공을 퍼부었고, 대등한 신체조건을 갖춘 맥도날드를 맞이해서는 수비에 중점을 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클린치를 허용할 큰 움직임의 발차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타격전을 펼쳤고, 근거리에서 펀치 연타를 가할 때도 사각으로 빠질 공간을 확보하고 움직였다. 맥도날드가 자신의 거리에서 타이밍을 잡고 펀치를 시도하려 할 때 톰슨은 멀리 빠져버렸다.

톰슨은 다양한 발차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다. 기본기가 잘 잡힌 탄탄한 정석적 패턴은 물론 변칙 스타일도 능하다. 빠르고 위력적인 옆차기로 리듬을 깨고 상대가 대비하려고하면 비슷한 동작에서 돌려차기, 찍어차기 등으로 바로 전환한다. 언제 어떤 타이밍에서 어떤 발차기가 나올지 모른다.

일반적인 가라데 스타일 선수들과 달리 복싱 실력도 뛰어나 거리가 좁혀지면 바로 펀치 연타를 퍼붓는다. 어떤 자세에서도 원활한 스텝이 가능해 위험한 순간 빠졌다가 금세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공격한다. 빠르고 변칙적인 데다 생소하기까지 해 카운터를 꽂기 어려운 유형이다.

이러한 톰슨의 움직임을 가리켜 김대환 해설위원은 중계방송 도중 “무하마드 알리를 보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경쾌하게 치고 빠지는 톰슨의 모습에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알리의 향기가 났기 때문이다.

UFC 옥타곤에서 경쾌하게 치고 빠지는 톰슨의 모습에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알리의 향기가 났다. ⓒ 게티이미지 UFC 옥타곤에서 경쾌하게 치고 빠지는 톰슨의 모습에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알리의 향기가 났다. ⓒ 게티이미지

톰슨은 현 챔피언 로비 라울러(34·미국)와의 대결을 원한다.

라울러는 타이론 우들리(34·미국)를 상대로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라 우들리가 챔피언이 된다면 상대는 바뀔 수 있겠지만 톰슨은 라울러를 원한다. 화끈한 타격전으로 유명한 라울러라면 좀 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팬들 역시 라울러를 원한다. 어떤 상대와 맞붙어도 특유의 투지를 앞세워 화끈한 혈전을 만들기로 유명한 라울러와 원거리 파이팅의 대가 톰슨이 맞붙게 되는 ‘극과 극’ 승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복싱계의 라이벌로 유명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UFC판 버전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프레이저는 기량이나 업적에서는 알리에 미치지 못했지만, 둘이 붙으면 기억에 남을 혈전이 벌어졌다. 아웃 파이터의 주 패턴은 치고 빠지기다. 일단 정타를 맞추면 치고받기보다는 뒤로 빠지며 기본적인 포인트 우위를 점한다.

이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급해진 상대는 무리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웃 파이터는 이를 활용해 주도권을 잡고 포인트를 더 따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인파이터 프레이저는 알리의 공간을 누구보다도 잘 뚫었다. 가드를 굳히고 허리와 어깨를 낮춘 자세에서 상체 움직임으로 잽을 피하며 근거리로 들어갔다. 알리라 해도 빠르고 묵직한 펀치를 갖춘 인파이터에게 근거리를 허용하게 되면 난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헨드릭스전만 놓고 보면 타격전에서 톰슨의 우세가 그려진다. 톰슨 스타일은 자신보다 신장이 작은 상대에게 아주 강해진다. 원거리 파이팅을 잘하는 상태에서 신장과 리치의 우세까지 점하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수월해진다.

더욱이 라울러는 킥 기술을 별로 쓰지 않는 펀처 스타일이며 위협적인 수준의 그래플링도 갖추지 못했다. 얼핏 보면 빠르고 큰데다 킥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톰슨에게 답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라울러는 늘 그래왔다. 상위 체급 미들급에서 뛰던 시절부터 자신보다 큰 선수와 싸우는데 익숙하다. ‘무법자’라는 닉네임처럼 늘 그러한 것에 관계없이 전진 스텝을 밟으며 상대를 압박해왔다. 신장과 리치에서 앞서는 상대와 격돌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패턴은 단순하지만 스텝을 활용해 펀치 거리를 잘 유지한다. 리치에서 밀려도 어느새 품으로 파고들어 대등한 거리에서 앞손 싸움을 벌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아무리 톰슨의 움직임이 기민하다 해도 중간 거리 정도만 허용하면 경기는 삽시간에 난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흙탕 싸움이 이어질수록 유리한 쪽은 라울러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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