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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설익은 '서해 수산물 남북공동판매' 또 달러박스?


입력 2016.06.25 10:07 수정 2016.06.25 10:07        목용재 기자

<기자수첩>서해 어민들 '희망고문'…선심성 정책될까 우려

유정복 인천시장.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북한 어민들이 잡은 수산물을 중간수역에서 우리 어민이 넘겨받아 공동 판매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어느 정도의 숙고와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성 여부가 제일 먼저 드는 의문이었다.

중국 측의 불법 서해 조업으로 서해 어민들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관할 지자체에서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절실함은 이해한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 건의로 연평도 주민을 비롯한 서해 어민들에게 '희망고문'만 하는 것은 아닐지 염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연평도 주민들을 비롯한 서해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치어까지 싹쓸이 해가는 중국 측의 불법 조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북 간 '공동판매' 방식을 제시한 것이 과연 적절한가.

유정복 시장이 제시한 방안은 북한 측이 서해 수역에서 어로 행위를 할 수 있는 장비와 물자가 풍부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과연 북한 어민들이, 혹은 기업소 등이 그러한 장비와 물자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을까.

2000년대 서해에서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단속했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중국 측의 서해 조업을 허가하면서 그들로부터 일정비율의 수익을 챙겨온 것은 적어도 십수년이 지났다. 어로작업을 할 장비와 연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중국 어선들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가 13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불법조업한 50톤급 중국어선 1척을 해군과 합동으로 나포했다고 밝혔다. 나포된 중국어선 A호에는 어획물은 없었으나 경찰관의 정선명령을 무시한 채 도주한 혐의로 선장 B씨 등 승선원 총 8명을 인천해경 전용부두로 압송하여 불법조업 경위를 조사하고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사진은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모습. ⓒ연합뉴스 인천해양경비안전서가 13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불법조업한 50톤급 중국어선 1척을 해군과 합동으로 나포했다고 밝혔다. 나포된 중국어선 A호에는 어획물은 없었으나 경찰관의 정선명령을 무시한 채 도주한 혐의로 선장 B씨 등 승선원 총 8명을 인천해경 전용부두로 압송하여 불법조업 경위를 조사하고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사진은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스스로 서해에서 조업을 할 장비와 물자가 있었다면 현재 중국 어선들이 서해 북방한계선 이남까지 진출해 불법조업을 벌일 일은 없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이 탈북자는 "앉아서 돈 벌기"라고도 말했다.

과연 현재 북한 측이 서해에서 자체적으로 조업을 벌일 수 있는 장비와 물자가 풍부할까. 이에 대해 물으니 인천시 측은 "그것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유 시장의 제안이 정책으로 입안돼, 남북이 이와 관련된 협상을 벌인다고 해도 북한은 남한의 어민들에게 터무니없이 큰 비율의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계약을 맺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북한에 절반, 혹은 절반 이상의 수익을 떼어주고 있다는 것이 서해에서 중국 선박을 단속했던 탈북자의 증언이다.

또한 유 시장의 제안은 '달러박스'로 지목된 개성공단처럼 북한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현금루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으로 투입되는 남측의 막대한 연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켰다.

더욱이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서해상의 해상 납치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인천시 측은 유 시장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정책으로 시행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사회 각계와 논의를 벌이면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북한 어민들같은 경우 판로가 확보되면 조업 활동도 많아질 것이고 서해 5도 어민들의 경우도 북한 어민들이 잡은 수산물을 인수받으면 그만큼 어획량이 확보되고 판매 수익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유정복 시장의 제안이 생계가 어려운 연평도 주민들을 비롯한 서해 어민들을 생각한 인천시의 묘수가 될지, 주민들에게 '희망고문'만 줄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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