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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몬데 나섭니까 진짜! 밀양이 될거라예"


입력 2016.06.19 10:09 수정 2016.06.19 10:11        대구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영남권 신공항 유치 준비 현장을 가다 - 대구>

"부산은 이미 발전해 있잖아예"주장 속 일부는 '무관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어디로 선정되든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 집권여당의 경우 지역적 배경인 '영남'은 TK와 PK의 연합이었지만 이제 '영남'의 분열은 다가올 대권 레이스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듯하다. 데일리안은 신공항으로 들끓고 있는 대구와 부산을 각각 찾아 현지 민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영남권 신공항 밀양 예정지 조감도.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영남권 신공항 밀양 예정지 조감도.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대구 동구 신천3동 상공회의소 건물 내에 위치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사무실 내부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대구 동구 신천3동 상공회의소 건물 내에 위치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사무실 내부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대구 동구 신천3동 상공회의소 건물 내에 위치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사무실 내부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대구 동구 신천3동 상공회의소 건물 내에 위치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사무실 내부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가덕도 대신 밀양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도는 상황이다. 때 마침 금융권에서는 밀양 신공항 관련주가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밀양 유치가 사실상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밀양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구의 분위기는 비교적 여유 있어 보였다.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위원장 강주열)는 홍보 캠페인용 부채와 팸플릿을 제작해 지난주부터 구미역광장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대구 서문시장 등 주로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서 배포하고 있다. 홍보단은 1~20명의 소규모로 구성했다. 잇따라 집회를 열고 삭발과 얼음 깨기 등 강한 퍼포먼스를 하는 부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16일 '데일리안'이 대구에서 만난 강 위원장은 "우리는 신공항 유치전이 지역갈등과 정쟁으로 비춰지길 원치 않는다"며 "홍보활동 인원이 20명을 넘으면 집회라는 성격을 띠기 때문에 소수 인원이 어깨띠를 두르고 유인물을 나눠주는 정도의 홍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구미와 울산 등 다양한 곳에 갔다 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부산이 불리하니까 정보를 왜곡해서 시민들과 언론에 퍼트리고 있다"며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공정하게 조사를 하고 있는데 부산은 만약 밀양으로 결정될 경우 불복하겠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유치가 힘들어졌다는 상황을 인정한 꼴이다. 시험을 쳤는데 가채점을 해보니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임을 확인하고 들고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덕도 유치에 실패할 시 시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강 위원장은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표심과 연계시켜 진행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정치권의 외풍을 무시하고 합리적인 결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 관련 취재를 위해 본보가 대구를 찾아 택시에 탑승, 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저 멀리 차창 너머로 신공항 밀양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16일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 관련 취재를 위해 본보가 대구를 찾아 택시에 탑승, 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저 멀리 차창 너머로 신공항 밀양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민심의 바로미터' 택시 기사 "당연히 밀양이 돼야지예"

민심의 풍향계 또는 바로미터로 불리는 택시 기사들은 현재 대구 시민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함축해 전달했다. 택시 기사들과의 대화에 따르면 이들은 경제성과 접근성, 지역 균형발전 등의 이유로 밀양이 더욱 합당한 위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부산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권 싸움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대구역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모 씨는 "가덕도는 교통 면에서 너무 안 좋아예. 부산하고 그 주변 지역만 가깝지예. 요는 멉니다"라며 "가덕도는 바다를 메꿔야 해서 지지기반도 불안하고예"고 말했다.

이어 "곧 정부에서 발표를 한다 카는데 밀양이 틀림 없이 될끼라예"라며 "뉴스 보이 부산시민들 데모하고 그 카든데 아무리 그래도 나라 전체를 생각해야지, 부산 즈그만 생각하면 안 되지예. 부산만 살고 요 사람들은 몬 살믄 됩니꺼"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김모 씨도 "대구 사람들은 무조건 밀양이 돼야 한다 카지예. 밀양은 고속도로나 철도가 주변으로 잘 돼 있는데 가덕도는 주변 인프라도 안 좋다 아입니꺼. 밀양에 공항 생기믄 호남 사람들도 인천까지 안 가도 되고예"라며 "부산 사람은 전부 이걸 정치적으로 해가지고 시장이 사표낸다 카고 문재인이도 거들고 전부 지 인기 얻을라고 그 카는거 아입니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진위가 홍보활동을 펼친 서문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70대 남성 박모 씨는 기자를 보며 "정치인들은 이거에서 발 떼라 카이소, 문재인이 지가 뭔데 나서는데예"라며 "밀양으로 굳어진다카이 부산 정치권에서 논란을 만들어서 백지화시킬라는거 아입니꺼"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가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지난 1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가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지난 1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가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지난 1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가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

60대 양모 씨도 "당연히 밀양이 돼야지예. 가덕도는 돈도 마이 들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지금 나라에 돈이 어딨습니꺼"라며 "이거는 정치권 논리로 정해질 게 아니라 국민의 편리성과 입지조건으로 판단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러 온 20대 권모 씨도 "부산은 이미 마이 발전돼있잖아예. 밀양하고 이 쪽은 뭐 돼 있는 것도 없는데 부산만 자꾸 커지면 되겠습니꺼"라며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지예. 대구 입장에서는 밀양이 가깝기도 하고"라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반대의 의견을 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20대 여성 조모 씨는 "밀양에 공항에 들어오기 위해선 산을 깎아야 한다고 들었다"며 "그렇게 되면 환경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장애요소가 크다. 가덕도가 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여성 이모 씨는 "당초 대구, 부산 등 5개 시도지사가 지역 갈등을 우려해 신공항 부지 선정에 대해 개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서 시장이 그것을 깨면서 지금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라며 "영남권 발전을 위한 신공항 유치가 지역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었다"고 전체적인 현 상황을 진단했다.

대다수 시민, 강 건너 불구경?

한편 이 문제를 정치권들의 권력 다툼, 밥그릇 챙기기라고 판단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도 크게 감지됐다.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은 당장 눈 앞의 생업이 중요할 뿐 신공항 문제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는 반응이었다.

택시기사 정모 씨는 "사실 일반 서민들은 공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거든요. 대구에 무슨 큰 공장이 들어온다카고 해도 그 관련 있는 사람들은 반응이 크게 있어도 아닌 사람도 많아예"라며 "우리 같은 서민들이 공항이 밀양에 들어오든 가덕도에 들어오든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게 없습니더. 징치인들이 쇼하는거 아입니꺼"라고 비관적인 말을 쏟아냈다.

지난 1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가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친 가운데 관련 팸플릿이 길가에 버려져 있다.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지난 1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가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친 가운데 관련 팸플릿이 길가에 버려져 있다.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서문시장에서 만난 대다수 시민들도 신공항 유치전에 별 관심이 없었다. 최근 야시장이 개장돼 16일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지만 사람들은 추진위에서 나눠주는 부채를 받기만 할 뿐 거기 쓰여진 문구를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일부는 바닥에 흘리고 가던 길을 계속 가기도 했다. 부채와 함께 나눠 준 팸플릿의 경우는 더 했다. 또한 야시장 길목에선 그룹사운드의 록 공연도 펼쳐져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문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40대 남성은 기자가 신공항에 대해 묻자 "모릅니더~"라며 멋쩍게 웃었고 장을 보러 온 50대 남성도 "관심 없어예"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이웃과 함께 장을 보러 온 50대 여성 두 명도 해당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밀양 유치를 원하는 한 중년 남성은 이같은 현상에 "공항 유치가 확정되고 완공되기까지는 1~20년이 걸린다. 공항이 생기면 나중에 혜택을 볼 사람은 우리같은 사람이 아니라 2,30대"라며 "그러나 그들은 눈 앞의 일만 관심을 가진다. 안타깝다. 결국 정부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대승적인 결정을 해주는 수 밖이다"라고 말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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