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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선언문, 실천 방안은 여전히 없었다


입력 2016.06.11 10:13 수정 2016.06.11 10:14        과천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기자수첩>이번에도 크게 다를 바 없었던 퍼포먼스

허울 뿐인 말보다 실속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책 워크숍에서 단체사진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책 워크숍에서 단체사진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당이 10일 20대 국회 첫 정책 워크숍을 가진 가운데 마지막 일정으로 계파청산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어 또 다시 '빚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 것이란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날 당은 오전 9시부터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장수 정치학 박사의 특강에 이어 경제 정책을 포함한 주요 법안 및 사이버테러방지법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이후 분임토의를 거쳐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영화 '태양아래'를 관람한 뒤 양성평등교육도 실시됐다.

이날 연찬회에는 122명 소속 의원 가운데 103명이 참석했다(오후 4시 기준). 그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도 참석했고, 서청원 전 최고위원도 자리했다.

이들은 마지막 순서로 새누리당 20대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적된 '계파'를 청산하겠다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오늘 새누리당은 혁신과 화합만이 살 길이라는 결연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시작되는 선언문에는 "이제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대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의원들은 "국민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민생, 경제, 외교, 안보 등 집권당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또박또박 실천해나가겠다"며 "말 뿐인 약속이 아니라 결과와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계파청산을 통한 대통합의 정치를 적극 실천하고 △새누리당은 혼신을 다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20대 국회를 구현하며 △새누리당은 국민의 총의를 모아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반드시 이뤄낸다고 결의했다.

선언문을 낭독하는 의원들의 말에는 힘이 있었고 표정은 결의에 차 있었으나 무언가 김이 빠지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계파를 없애고 국민을 향해 움직이겠다는 매번하는 원론적인 주장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는 복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더욱 심해졌던 계파 갈등…번번이 메아리에 그치는 구호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로 양분된 계파 갈등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 당의 가장 큰 과제는 '계파 청산'이었다. 지난달 3일 취임했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말 역시 '계파 청산'이었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더 큰 다툼이 일어났을 뿐이다.

지난 4월 26일 벌어진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부터 삐그덕댔다. 당시 비공개 토론에서 비박계는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친박계는 김 전 대표의 책임론을 강력히 주장하며 '네 탓 공방'을 이어나갔다. 논란을 거치며 자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당선자들은 '반성 결의문'을 채택하고 한 목소리로 "계파와 정파에 매몰된 작은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을 존중하는 민심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지난달 17일 정 원내대표가 결정한 비대위와 김용태 혁신위 추인을 두고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는 친박계의 집단 보이콧으로 무산됐고 거기에 기분이 상한 정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공주에서 칩거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당무는 정지됐고 여야 간 원구성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데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계파 간 정면 충돌은 없었으나 친박과 비박을 대변하는 다수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네 탓 공방'을 펼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한 번 더 나타났다. 한 때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PK(부산·경남) 지역 비박계 인사들이 당을 나와 제4당을 꾸리거나 국민의당과 연합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흘러나올 정도였다.

지난달 24일 정 원내대표와 김 전 대표, 최경환 의원이 3자 회동을 갖고 지금의 혁신비대위 구성에 합의하며 가까스로 당이 정상화됐지만 이미 깊게 패인 상처는 곪을대로 곪았다. 이렇게 구성된 혁신비대위조차 현재 무소속 탈당파의 복당 문제를 두고 계파 간 입장이 바껴 전운이 감도는 상태다. 결론적으로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근 두 달 가까이의 시간 동안 말로만 계파 청산을 외쳤을 뿐 전진한 것은 없다. 오히려 몇 걸음 뒤로 후퇴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의원들의 속은 도무지 알 수 없다. 계파 싸움이 당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본인들이 속한 계파의 세력이 약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누군가 마음 먹은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최대한 알리라고 할 때가 있다. 주변인에게 이야기를 해두면 그들과 한 약속이 되므로 더욱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계파청산선언문은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 너무 막연하다는 것이다. 막연한 약속은 지키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 아쉬움이 짙다.

틈만 나면 추상적인 문구가 담긴 '결의문', '반성문', '선언문' 등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퍼포먼스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차갑게 식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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