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갑자기 입 다문 비박계, 이유가...


입력 2016.05.31 05:13 수정 2016.05.31 05:17        장수연 기자

친박계 추천받은 김희옥 추인에 반발 예상됐으나 함구

'반기문 효과'·'혁신 비대위의 제한적 권한'이 원인?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첫날인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인사말을 위해 발언석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첫날인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인사말을 위해 발언석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비박계가 잠잠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친박계 추천으로 추대된 김희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를 추인하기 위한 30일 의원총회에서 비박계 의원들이 선임을 성토하는 발언을 쏟아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빗나간 것이다. 그들이 급작스럽게 함구하게 된 배경엔 '반기문 효과'와 '혁신 비대위의 제한적인 권한·시한'이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임시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단일화하고 김희옥 전 동국대학교 총장을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하는 방안을 사실상 추인했다. 이는 24일 정진석 원내대표·김무성 전 대표·최경환 의원이 회동해 합의한 당 정상화 방안의 핵심이다. 이와 함께 의원들은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뉜 계파 갈등을 청산해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특히 김 내정자는 계파갈등 청산에 대해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는 "혁신비대위가 구성되면 부정적 의미의 분파 활동으로 당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과 분열 가져오는 구성원에 대해 공식적인 윤리위원회를 통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당적인 계파가 있어서 갈등과 분열 부르고, 분당이나 특정인의 탈당을 주장한다면 당에 대한 국민의 사랑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김 내정자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온 비박계는 함구했다.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인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김 내정자의 인선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비대위원의 인선과 관련된 발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의총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많이 혼란스러워진다. 전혀 없었다"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태경 의원도 의총장을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모른다. 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라고 말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비박계가 '밀실 합의' 논란이라며 반발한 정진석-김무성-최경환 3자 회동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의 반발이 잦아든 가장 큰 이유는 당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반기문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최근 2주 연속 하락세를 끝내고 상승세로 반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으로 인한 보수층 중심의 지지층 결집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3~28일 전국 2532명을 상대로 유·무선 전화 조사를 한 결과(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 새누리당 지지율은 1.7%p 오른 30.1%를 기록해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1주일 만에 오차범위 내 1위를 회복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총선 참패 후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새누리당으로서는 '반기문 마케팅 효과'라는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상황이다. 굳이 계파갈등을 수면 위로 꺼내 지지율을 도로 깎아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이 방한하면서 망연자실해있던 보수 진영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당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긍정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여기서 초를 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혁신형 비대위원장의 임기나 권한이 제한적이란 점 또한 비박계를 잠잠하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김 내정자의 임기는 7월말, 혹은 8월초에 열릴 전당대회까지다. 2~3개월 정도 새누리당을 이끌게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혁신안을 실천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 평론가는 "'김희옥 비대위'는 과거 김용태 전 혁신위원장과 같이 임기가 무한대인 비대위가 아니다. 이번 비대위의 경우 권한도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기한도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세간의 주목도, 비난도 없는 김 내정자를 흔들어서 득 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밖에 비박계의 구심축이라 할 수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친박계 리더 최경환 의원과 정진석 원내대표와 합의한 부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좋지 않은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지난 4·13 총선 이후 계속돼온 혼란과 내홍을 극복하고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됐다. '반기문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에 비박계는 언제까지 침묵을 이어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장수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