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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 욕먹을 각오하고 쏟아낸 이유가...


입력 2016.05.30 15:28 수정 2016.05.30 15:37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새로운 판'을 모색하는 적기

새 리더십에 대한 갈망 부응 사회적 역동성 끌어내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명의 시계는 때로는 거꾸로 돌아갈 때도 있다. 야성의 시대가 가고나면 지성의 시대가 도래할 줄 알았는데, 웬걸? 야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오래 전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한국 행정관료(정치)를 삼류라고 했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 있는데, 솔직히 백번 지당한 말씀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삼류라는 말조차 아까울 정도다. 한국 사회가 만들어내 모든 저속함의 찌꺼기들을 모아 놓은 곳 같다.

어디 정치판뿐인가? 온 나라가 먹방에 미쳐 돌아가고, 성추행, 살인…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 몸소 성추행 모범을 보이는 어른들이 괜한 청소년 붙들어놓고 인성교육시킨다고 야단법석이다. 기실 인성교육(실은 인품교육)은 어른신들, 갑장들부터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기는 게 이기는 것이 아니고, 지는 게 지는 것이 아니다

총선의 먼지가 이제 좀 가라앉나 했더니 난데없는 반기문 총장의 방한으로 대선정국으로 곧바로 진입해버렸다. 별로 기대할 것도 없어 보이는 정권에 마음 떠난 국민들도 쉽게 그 소용돌이에 말려들 것이 뻔하다.

여당에 속한 한 친구가 했던 농담 같은 진담이 생각난다.

“우리 여당은 야당한테 정말 잘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여당이 잘하는 것 하나도 없는데, 야당이 너무 못해줘서 이나마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이야.”

그러다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야당이 이미 분열되었겠다, 예전 하던 대로 총선을 치렀다면 새누리당이 대승을 거뒀을 것이고, 오히려 그 바람에 필시 새누리당이 쪼개졌을 것이고, 지리멸렬한 두 야당은 도로 통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헌데 자만에 찬 여당은 숟가락 싸움하다 그만 밥상 엎고 국그릇 뒤집어 써버렸다. 눈만 뜨면 친박-비박 싸움질로 날 새는 것을 뻔히 보고도 본인은 친박을 만든 적도 없다는 대통령. 쪽박 난 꼴을 보고도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 허나 세상일이란 게 묘해서 참패하는 바람에 되레 쪼갤래야 쪼갤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더 기묘한 일은 앞으로도 계속 벌어지겠지만 승리에 도취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제 완전히 갈라서 다음 정권은 떼어놓은 당상인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다시는 통합하지 않을 것처럼! 아무렴 유권자들이 쪼개진 두 야당이 예뻐서 찍었으랴! 새누리당이 그보다 더 못해주는 바람에 그저 주운 승리일 뿐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두 야당이 새누리당에 고맙다고 해야겠다. 결국 이 나라 정치는 굳이 잘 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얌전하게 앉았거나 상대보다 덜 미운 짓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엘리트의 위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

한국 정치의 위기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의 위기다. 그리고 그것은 리더십의 위기다.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적, 경제적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있는 지도층 엘리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회 변동을 구현하기 위한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원 없이 체험했다. 비생산적이다 못해 아예 불필요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그들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열쇠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이다.

그들에게선 이미 그 흔한 역동성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창조, 혁신, 복지, 행복, 대박? 그들이 매일같이 읊어대는 청사진이나 구호들은 집단적 불만을 진정시키는 데 알맞은, 그저 순간의 허전함을 메우는 푸성귀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위기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고뇌를 완화시켜 주는 진통제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들의 무능과 실패를 가리기 위한 연막이다.

시민들은 이제 그들의 능력이나 윤리의식, 책임의식에 대한 불신을 넘어 그들의 존재양식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하여 여야간의 상호교대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모습, 다른 성격을 지닌 지도자층으로의 완전한 교체를 꿈꾼다. 투표에 의해 선출되거나, 제도에 의해 임명되는 지위만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진정한 변화를 이끌기 위해 새로운 모습을 지닌, 국민적 신뢰와 사회적 공감을 역동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촉매제적 능력을 갖춘 엘리트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우중태산등정(雨中泰山登頂)?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임무를 성실하게 마칠 수 있도록 가만히 둬 달라던 반기문 총장이 한국을 찾아 광폭행보를 펼쳤다.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거북해하면서도 굳이 안하겠다고는 하지 않더니! 사실 남은 임기동안 유엔에 충실하려면 아예 한국을 찾지 말았어야 했다. 한데 왜 벌써? 왜 지금일까?

지난 날 안철수가 그랬듯 정치 기반이 없는 촉매자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해서 ‘통합’을 내걸고 국민 추대 형식으로 대선전에 나가는 길을 모색하게 된다. 물론 반 총장은 경우가 다르다. 새누리당에서 그를 다음 주자로 옹립하려 애쓰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헌데 새누리당의 지난 총선 참패로 일이 엉뚱하게 꼬여버렸다.

25일 제주도 관훈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대선 출마 관련 언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기가 막히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겠다. 그랬다간 필시 자신도 쪽박이 될 것이기에 미리 선을 그은 것이다. 그게 이번 방한의 주목적, 그러니까 ‘마이웨이’ 선언일 것이다.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국정치판에서 자기세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안철수가 그랬지 않느냐!”고 하지만 반 총장에게는 안철수가 지니지 못한 경륜과 당장 가동시킬 수 있는 지지기반이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문제다. 외교관 경험만으론 경제를 살릴 수 있겠느냐?”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기업 CEO출신 대통령도 뭘 별 수 있더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나마 평생 외교를 했으니 소통하고 타협할 줄은 알지 않을까? 솔직히 말해서 역대 문민 대통령들을 보면 자기가 모든 면에서 최고로 똑똑해서 뽑힌 줄 착각한 데서 실패한 것 아닌가?

대통령 한 사람한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된 시스템도 문제지만 만기친람하려는 지나친 부지런함이 더 문제이지 않은지? 하여 국민은 지금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무엇 무엇이고, 나머진 각각 그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하는 지도자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물 안 작은 돌판 위에서 허구한 날 쌈박질로 내편 네편 가르기에 이골이 난 정치인보다 차라리 멀리 떨어져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보아온 시각을 가진 사람이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더 정확히 꿰뚫고 있지 않을까?

우물 안 개구리와 글로벌 신사

반 총장의 가족들은 대선에 나가는 것을 말린다고 한다. 한국정치판이 얼마나 추잡하고 저속한지를 잘 알기에 당연히 그럴 것이다. 허나 그도 그다지 걱정할 일이 아닌 듯싶다. 한국정치판이 지금 아무리 썩었다 하나 시민들은 그렇지 않다. 과거처럼 정치인들의 입발림 농간에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현안에 대한 해결책도 비전을 제시할 능력도 없는 자들이 막말이라도 뱉어 자신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려는 치졸함에 더 이상 동조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영호남타령 할 것인가? 심지어 호남에 인재가 없다고 영남인을 데려다가 대표로 내세우다니? 주소이전이라도 했으면 덜 우습겠다. 반세기 동안의 영호남 갈등에 국민들도 이제는 진이 다 빠졌다. 이 나라 정치는 영호남이 아니면 정말 안 되는지? 지지기반이 약한 대통령은 곤란? 지지기반 튼튼한 대통령일수록 오히려 더 독선적이고 배타적이지 않던가? 연립정권을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오히려 인재를 두루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렸을 때 우리끼리 하던 우스개소리가 있었다. “대통령이나 장관도 밖에서 좀 데려오면 좋겠다”고. 반 총장만큼 글로벌본선무대 경험을 쌓은 인물도 다시없다. 국내무대가 국제무대보다 더 어렵고 힘든가? 어느 당이든 정식으로 입당해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억지스럽다. 교통사고율 OECD 1위, 음주운전에 보복운전까지 난무하는 나라가 국제운전면허 인정 않겠다는 거와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까마귀 노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백년 가는 정당? 기껏해야 5년이다. 한국의 정당은 이미 전통적 정당으로서의 의미와 기능을 상실했다. 대통령병에 걸린 한 개인을 위한 사당이다. 작전세력, 일회성 투기 펀드, 떳다방에 지나지 않는다. 민초란 바람 부는 대로 눕기 마련이지만 그 본성은 잔혹하다. 금간 항아리 오래 두고 보지 못한다. 이왕 깨어진 거라면 자근자근 밟아 사금파리로 만들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다. 새누리당은 끝났다. 말 그대로 쪽박이다. 어떤 인물을 내세워도 소용없다. 그러니 그저 준들 누가 가져가겠는가?

그럼 반 총장이 내년 1월1일 어떤 식으로 한국정치판에 데뷔할 것인가? ‘기가 막히는’ 사람들과는 악수조차 못하게 되었다. 해서 예상보다 일찍 들어와 창당을 위한 포석을 깐 것이다. 기존 정당에 들어가 진흙탕 뒹굴기가 싫은 것이다. 비전 없는 오합지졸 기성 정치인들의 잔꾀, 뻔뻔함, 저속함에 넌더리난 수많은 시민들이 이제부터 그가 놓은 포석에 몰려들어 집을 지을 것이다.

벌써 잔뜩 겁먹은 야당에선 ‘시궁창’ 운운하며 아예 반 총장이 정치판에 발도 못 붙이게 제 주변에 배설물을 뿌려대며 겁주기에 나섰다. 허나 이번엔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다. 그는 지난날 안철수와는 급이 다르다. 오죽하면 별명이 기름장어일까?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 자신들이 시궁창 쥐떼임을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반 총장의 대선가도에 이런 저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아마도 부인의 만류일 것이다. 평생 외교무대에서 세계의 정상들과 일류급 오피니언들만 상대해온 분이 저속하다 못해 천박하기까지 한 한국의 저품격 정치인들과 뒤섞이는 일이 내킬 턱이 없다. 허나 어쩌겠는가? 더 떨어질 것도 없이 추락한 국격을 당장 업그레이드시키는 일 또한 더없이 중요한 것을! 분명 우리 사회와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품격경영으로 국격 업그레이드

난세도 아닌데 영웅이 나올 리 없다. 게다가 영웅은 필시 독재자일 수밖에 없다. 까마귀 노는 골에 백로가 혼자 들어가니 못 견디는 것이다. 백로, 흑로, 왜가리, 비둘기, 갈매기… 우르르 몰고 들어가면? 언제까지 인턴 시민으로 살 것인가? 덜 미운 놈 찍기가 신성한 참정권 행사인가? 기권으로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하든지, 아니면 마음이 가는 인재들을 적극 무대 위로 밀어 올려야 한다. 그래야 민주사회의 주인이라 할 수 있다. 개혁이든 혁신이든 모험이든 시민이 하는 것이다.

정치는 여의도 정치인들만이 할 수 있다는 건 케케묵은 편견이다. 미꾸라지만 용 되란 법 없다. 개구리, 땅강아지도 용이 되는 세상이다. 틀을 뛰어넘는 식견과 용기를 가진 지도자가 나온다한들 그것을 담아낼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지닌 상태에서 행동하여야만 한다. 무엇보다 시민 개개인들의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도국도 아닌 다음에야 박정희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별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지도층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눈앞에 닥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비전의 부재와 ‘위기의 터널 끝에 보이는 한 줄기 빛’과 같은 미래에 대한 계획의 결핍이다. 사회적 역동성을 끌어낼 ‘새로운 세계’를 향한 비전을 제시해준다면 기름장어면 어떻고 소금쟁이면 어떠랴!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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