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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열정도 있는데 실력도 있구나' 보여드릴것"


입력 2016.05.29 06:52 수정 2016.05.29 11:43        이슬기 기자

<20대 국회를 주목하라-당선자 릴레이 인터뷰>

"야당이자 제1당, 우리당만의 일하는 방식 만들어야"

20대 총선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안일한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은 준엄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조성했으며, 집권여당은 원내 1당을 야당에 넘겨줬다. 영호남에서 여야의 독점 체제도 무너졌다. '쇄신'과 '협치'가 정국 화두로 떠오르며 20대 국회 당선인 개개인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데일리안'은 대안 정치인으로서 기대를 받거나, 두각을 나타내는 여야 당선인들을 만나봤다. < 편집자 주 >

강훈식(충남 아산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강훈식(충남 아산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걸어오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동행하는 보좌진 한 명 없이 홀로 카페에 들어서 "뭐 마실래요?"라며 환하게 웃는 젊은이에게서 이른바 '영감'(국회의원의 거드름을 꼬집는 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설 지역구인 충남 아산을 첫 국회의원이자 충청권 최연소 당선인이지만 선거 도전만 이번이 세번째, 서른 셋 나이에 국회의원에 출마한지 꼭 10년째다. 대학 졸업 후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단식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시민사회단체와 연합해 의원 낙선운동을 벌이며 신경민 당시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앳된 얼굴로 "사립학교의 민주적 시스템이 보장돼야 한다"고 당당하게 인터뷰하던 학생은 이제 앵커와 같은 당 국회의원으로 만나게 됐다.

강 당선인이 20대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배정을 희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세 기간 내세웠던 대표 공약 역시 아산 지역의 보육·교육 시설 확충이다. 그는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법을 바꾸려고 노력하게 되다보니 '결국 정치권이 바뀌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후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가 "운동권 출신에 기획력 탁월한 녀석을 찾아보라"고 주문했고, 손 지사는 야성이 살아있는 젊은이를 발탁해 실력을 발휘할 판을 마련해줬다.

강훈식(충남 아산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강훈식(충남 아산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역구의 교육 및 보육시설 확충을 1호 공약으로 내건 이유가 무엇인지?
"교육과 일자리 문제는 무엇보다 내가 정말 잘 해볼 수 있겟다는 자신이 있다. 경기도지사 보좌관으로 근무하던 때,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하고, 외자유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직접 보고 경험했다. 또 아산은 현대와 삼성이 둘다 있는 지역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아산에 오는데, 그럼 자연히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문제와 직결된다. 원래 신도시를 지을 때는 아파트와 학교를 함께 건축해하고서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아산은 아파트를 다 지은 다음에 수요를 따져서 학교를 짓다보니 인프라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교육 시설을 확충하는 게 시급한 이유다. 국회에 입성하면 가장 실천하고 싶은 것이 바로 아산을 교육 걱정 없는 도시로 만드는 거다."

-이번 선거 결과 충청에서 더민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당내에서도 충청권에 요구되는 역할과 기대감도 한층 확대될 것 같은데.
"대전·충남북·세종까지 총 27석이고, 그 중 12석을 더민주가 얻었다. 이해찬 전 총리까지 하면 13석이다. 현재 충청 출신의 양승조 비대위원이 지도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고, 박병선 의원도 국회의장 출마를 준비하고 계시다. 또 지난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충청권의 표가 이탈 없이 하나로 뭉쳤지 않나. 당내 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서 충청이 이렇게 하나가 되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게다가 여당에서도 충청인들이 주요역할을 맡게 된 만큼, 충청권의 새로운 역할과 무게가 더 확장될 거라 본다."

-그런 면에서 반기문 사무총장 등 '충청 대망론'도 더 구체화되고 힘을 받고 있다. 어떻게 보나.
"역대 모든 대선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충청이 택한 인물이 당선됐다. 충청은 언제나 승리할 사람을 정확히 찍었고, 항상 충청이 어디를 선택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졌다. 반 총장이 충청 출신이기 때문에 충청의 표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더 관심이 모아지는데, 충청의 선택은 그와는 또 별개의 문제다. 분명한 건 충청은 항상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세를 읽어왔다는 거다."

-정치권에 있으면서도 당 바깥에서 활동하면서 균형잡힌 시각을 갖췄으리라 생각된다. 제1당이 된 더민주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더민주만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내야한다. 야당이나 소수당은 우선적으로 반대 논리를 잘 만들면 됐다. 그런데 이제는 야당이자 제1당이다. 1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대해 힘을 실어줄 건 실어줘야 하는 역할이다. 즉 야당이자 제1당은 반대뿐 아니라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맞는 것에 대해선 함께 협조하고, 아닌 것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볼때 '야당에게 1당 자리를 줘도 국정이 운영되면서 견제도 잘 하는구나'라고 신뢰를 얻지 않겠나. 그런데 지금 더민주는 그럴 준비와 자세가 되어 있다는 거다. 이제 중요한 건 정부가 야당이 제1당임을 인정하고 동등한 국정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거다."

강훈식(충남 아산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강훈식(충남 아산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본인을 비롯해 젊은 초선 당선인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당 분위기도 변했다는 평을 받는다. 야당은 항상 계파문제가 잦았는데, 20대 국회에선 '계파 정당', '운동권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이번에 워크숍을 갔다와서 확실히 느낀 건, 당선인 본인들부터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높다는 거다. 초선 당선인들만 봐도, 실력과 전문성 면에서 각 사람의 역할이 상당히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이 당을 운동권 정당으로 규정하고 보면 제대로 그림을 해석할 수가 없다. 물론 과거에는 학생운동이라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그 틀로 정치를 해왔던 부분도 있지만, 이미 성숙과 자성의 단계를 거치면서 변화했다. 이미 86세대가 원내대표를 하고 있는 시대 아닌가.

실제로 옳은 것은 어떤 세력이 주장해도 함께 가고,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당 안에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 눈에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당 의원들 역시 계파를 벗어나자는 흐름과 의지가 훨씬 강하다고 본다. 물론 대선이 다가오면 세력 간 경쟁을 작동시키려는 움직임도 있겠지만, 그런 움직임이 많지도 않거니와 국민들도 결코 동의하지않을 거다."

인터뷰 말미에 '강훈식의 정치 키워드'를 물었다. 건국대학교 총학생회장부터 법 개정 운동, 도지사 보좌관을 거치며 이제야 '자기 정치'를 할 수 있게 된 만큼 그의 대답이 궁금해졌다. 다소 수줍은 웃음을 지어보인 그는 "거창하게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지만"이라며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열정과 실력으로 보여줄 거다. 아직은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고 나서지 않되, 때가 되면 움직일 생각이다. '저 사람은 열정도 있는데 실력도 있구나' 이걸 직접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사람'으로 다가가고 싶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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