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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서울우유, 정체모호 식품 사대주의


입력 2016.05.28 14:40 수정 2016.05.29 08:17        김영진 기자

[김영진의 라이프랩]한국야쿠르트와 서울우유 외국인 모델 기용...제품과는 전혀 관련 없는 경우도

서울우유가 지난 3월 출시한 '나100%우유' 광고 장면. 이 광고에 출연한 밀크 소믈리에 '바스 디 그루트'는 이 제품과 전혀 상관이 없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가 지난 3월 출시한 '나100%우유' 광고 장면. 이 광고에 출연한 밀크 소믈리에 '바스 디 그루트'는 이 제품과 전혀 상관이 없다. ⓒ서울우유협동조합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TV CF 광고에서 외국인 모델들을 기용하는 것이 유행이 된 적이 있었다. 럭키(현 LG생활건강)의 드봉에서 1989년 국내 최초로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화장품이나 식음료 회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유명 배우나 가수 등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지금 동남아에서 부는 한류 열풍처럼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홍콩 영화배우나 가수들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 이와 동시에 굳이 비싼 모델료를 주고 외국인을 모델로 쓸 필요가 있는가, 외화 낭비가 아닌가라는 비판 여론도 있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외국인들을 TV에서 보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근들어서는 식음료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런 것이 유행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야쿠르트와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의 광고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3월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이하 바빈스키)'라는 커피 브랜드를 내놓고 커피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한국야쿠르트는 건강기업을 표방하는 탓에 바빈스키에 '신선 커피'를 강조했다.

바빈스키 제품은 2015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 및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찰스 바빈스키와 한국야쿠르트가 함께 만든 제품이다. 매일유업의 커피전문점 폴바셋이 바리스타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처럼 한국야쿠르트도 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해석된다.

찰스 바빈스키는 제품 개발에도 관여했고 현재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찰스 바빈스키는 미국 서부 쪽에 'G&B 커피'라는 커피전문점을 2개 정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개인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현지에서 뜨고 있는 바리스타일지는 모르나 스타벅스나 블루바틀 커피처럼 유명 커피 바리스타나 브랜드가 절대 아니다. 따라서 한국은 찰스 바빈스키의 첫 해외 진출국인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왜 한국야쿠르트는 그 수많은 바리스타들 중 찰스 바빈스키를 선택했는지 의문이다. '콜드브루'라는 커피 추출 방법 역시 찰스 바빈스키만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 우리나라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과 같은 코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매년 열리고 있으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5위 까지 오른 바리스타도 있고 내년에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서울에서 열릴 정도로 우리나라 바리스타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한국야쿠르트가 미국 바리스타를 선택한 것은 폴바셋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사대주의적 발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3월 출시한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의 모델인 찰스 바빈스키. ⓒ한국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3월 출시한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의 모델인 찰스 바빈스키. ⓒ한국야쿠르트

서울우유는 여기서 더 나갔다. 서울우유는 제품 개발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외국인을 모델로 기용했다. 서울우유는 지난 3월 '세균수1A·체세포수1등급인 '나100%우유'라는 신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이 제품의 광고모델로 네덜란드 출신의 밀크 소믈리에인 '바스 디 그루트'라는 사람을 선정했다. 처음 이 광고를 보고 이 사람이 '나100%우유' 개발에 관여한 줄 알았다.

서울우유 측은 이 사람을 모델로 기용한 배경에 대해 낙농선진국인 네덜란드 출신이고 BBC 등 여러 유력 해외 언론매체에 이색 직업인 밀크 소믈리에로 소개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바스 디 그루트가 서울우유의 '나100%우유' 제품에 관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제품과 낙농선진국인 네덜란드와도 아무 관련이 없다. 심지어 네덜란드에는 체세포 기준으로 우유를 구분하지도 않는다.

바스 디 그루트는 TV CF 광고에서 '두개의 1등급 저는 대한민국에서 찾았습니다'라고 현지어로 말했을 뿐이다.

서울우유 측은 국내에 밀크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아직 없고 이 제품이 세계적으로 고품질 우유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이 사람을 모델로 기용했다는 것이다. 꼭 모델이 제품 개발단계에 참여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농선진국인 네덜란드 이미지를 부각하고 외국인 모델을 쓴다고 '나100%우유'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식품업체들이 이국적인 이미지와 외국인 모델을 쓰는 배경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면 '사대주의' 발상이 아닐까 조심스레 진단해 본다. 사대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주체성 없이 세력이 강한 나라나 사람을 받들어 섬기는 태도'를 말한다.

식품업종은 다른 업종보다 유독 미투(me too) 제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보다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카피하거나 경쟁사 제품을 카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야쿠르트와 서울우유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 역시 사대주의 발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외국 모델을 쓰고 현지 이미지를 부각시킨다고 제품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마케팅 방식에 좀 더 신중한 고민과 접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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