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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쏘렌토 잘 놀았나, 이젠 QM6다"


입력 2016.05.28 12:11 수정 2016.05.28 12:35        박영국 기자

쏘나타·K5 잡은 SM6 돌풍 오버랩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르노삼성 QM6, 기아차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르노삼성/기아차/현대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르노삼성 QM6, 기아차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르노삼성/기아차/현대차

평화롭게 국내 중형 SUV 시장을 나눠먹던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기아자동차 쏘렌토 형제 앞에 만만찮은 방해꾼이 나타났다. 불과 몇 달전 혜성처럼 나타나 쏘나타·K5가 지배하던 중형 세단 시장을 뒤흔들어 버린 르노삼성자동차의 SM6를 꼭 빼닮은 중형 SUV QM6다.

28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오는 2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하는 2016모터소에서 QM6가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정식 출시 시점은 올 9월이 유력하지만, 기왕이면 대중의 시선이 많이 집중되는 부산모터쇼에서 신차를 발표해 중형 SUV 구매 예정자들을 묶어두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중형 SUV 시장은 별다른 경쟁차 없이 싼타페와 쏘렌토에 의해 양분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UV 명가’ 쌍용차는 싼타페·쏘렌토와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될 만한 모델을 운영하지 않았다. 소형 티볼리부터, 준중형 코란도C, 대형 렉스턴W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에 중형 SUV는 빠져 있다. 굳이 차급을 따지자면 코란도스포츠가 중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픽업트럭으로 분류되는 차량 특성과 가격대 등을 고려할 때 싼타페·쏘렌토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보긴 힘들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9월 유로5 캡티바 단종 이후 한동안 이 차급을 공백 상태로 방치했고, 6개월 만인 지난 3월 유로6 기준을 맞춘 캡티바를 출시하며 중형 SUV 시장 공략을 재개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못했다. 본격 판매 첫 달인 4월 판매실적은 436대로, 유로5 모델이 판매되던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31.7%나 감소한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비록 엔진을 바꾸고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라는 인기 아이템도 장착했지만, GM대우 시절 윈스톰부터 10년 동안 우려먹은 모델의 부분변경에 불과하다는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GM의 중형 SUV 플랫폼 재편 스케줄에 발이 묶인 캡티바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내 시장에서 싼타페와 쏘렌토에 위협이 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역시 싼타페와 쏘렌토의 거침없는 질주에 한 몫 했다. QM5라는 왕년에 잘 나갔던 SUV 모델이 있었지만, 2007년 말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풀체인지를 거치지 않은 노후 모델이었던데다, 차체 크기나 가격 측면에서도 준중형과 중형의 중간쯤에 위치한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싼타페보다는 저렴하지만 덩치가 작고, 투싼보다는 크지만 가격은 비싼, 딱히 누가 경쟁상대인지 규정하기 힘든 모델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부터는 유로6에 대응하지 못하는 디젤 모델을 단종시키고 가솔린으로만 운영하며 판매량은 더욱 떨어졌다. 지난해 QM5의 연간 판매실적은 6804대로 싼타페와 쏘렌토의 한 달 판매실적에도 못 미쳤고, 올 들어서는 1~4월 판매가 396대로 월평균 두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처럼 위협이 될 만한 경쟁차가 없었으니 싼타페와 쏘렌토는 그동안 국내 중형 SUV 시장을 ‘날로 먹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건 싫건 중형 SUV를 사려면 싼타페 아니면 쏘렌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SM6(왼쪽)과 QM6.ⓒ르노삼성자동차 SM6(왼쪽)과 QM6.ⓒ르노삼성자동차

QM6 '스마트 프리미엄' 앞세워 SM6 오마주

하지만 QM6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단 QM6는 QM5보다 덩치를 키우면서 제대로 된 중형 SUV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장은 4670mm로 QM5보다 145mm 길어졌고, 휠베이스는 2710mm로 20mm 늘었다. 전폭은 15mm 줄어든 1840mm지만, 어쨌든 앞뒤 실내공간은 전보다 넓어졌다는 얘기다. 여전히 싼타페·쏘렌토보다는 조금 작지만 같은 차급으로 보기엔 무리가 없다.

QM6의 더 큰 무기는 이미 국내에서 호평 받은 SM6의 디자인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점이다. 특히 전면 디자인은 ‘SM6의 SUV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3월 출시돼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M6의 후광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QM6에게는 큰 이점이다. 르노삼성이 이번 부산모터쇼에서의 QM6 발표에 공을 들이는 것도 SM6의 인기가 한창일 때 QM6를 내놓아야 이슈몰이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QM6의 마케팅 콘셉트로 SM6를 오마주한 ‘스마트 프리미엄’을 앞세우며 SM6의 후광 효과를 제대로 보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SM6가 경쟁 중형 세단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QM6도 다른 SUV와 차별화되는 감성 품질로 기존 국산 중형 SUV 고객은 물론, 수입차로 넘어가려는 고객까지 싹쓸이하겠다는 전략이다.

SM6의 성공을 QM6로 이어가겠다는 르노삼성의 야심은 현대·기아차에게는 악몽이다. SM6 출시를 전후해 기존 중형 세단 시장을 양분하던 쏘나타와 K5 판매가 급감하고, 급기야는 2017년형 모델을 서둘러 내놓게까지 한 굴욕이 싼타페와 쏘렌토에게도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직 QM6의 상세 제원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을지는 알 수 없지만, 중형 SUV 차급에서 싼타페와 쏘렌토 외에 선택의 여지가 생기게 됐고, 그만큼 현대·기아차가 고객 모시기에 더 열과 성을 다하게 될 것이라는 점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는 이득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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