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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후보'라던 반기문 출사표를 비박계도 반긴다?


입력 2016.05.28 06:42 수정 2016.05.28 06:49        문대현 기자

반의 친박계와 거리두기 돌입에 비박 미묘한 입장 변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제주포럼 환영 만찬 참석을 위해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제주포럼 사무국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제주포럼 환영 만찬 참석을 위해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제주포럼 사무국

최근 방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을 시사한 가운데 그는 새누리당 친박계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에 비박계는 속으로는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방한 이후 연일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자주 만나냐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만났다"며 "(박 대통령을)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가니까 사진이 찍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너무 확대 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은 기가 막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친박 대권 후보' 내정설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국내 정치에 대해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 솔선수범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여당의 내분을 일으킨 친박계를 향해 쓴소리를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언질을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대다수의 매체는 반 총장이 '나는 친박 후보가 아니다'라는 것을 천명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 총장은 대체적으로 분열의 리더십보다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곧 친박이 아닌 비박과 손을 잡겠다고 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여러 해석들이 이어지는 사이 '반기문 대망론'은 점점 커져 갔다. 대다수 언론들은 반 총장을 사실상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규정해 보도했고 국내 유수의 여론조사기관들은 앞으로 반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조사에 편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힘 입어 반 총장은 경선 방식이 아닌 추대를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상황이다.

당초 반 총장은 친박계 후보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게 보여졌다. 친박계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현실 정치에 때가 묻지 않은 반 총장이 승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우호적인 시선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가 강력하게 지지를 보낼 것으로 예측됐다. 이 때문에 김무성이라는 유력한 대표 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비박계에서는 반 총장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을 것으로 추측됐다.

그러나 반 총장이 친박계와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하면서 비박계에서는 반 총장을 멀리 대할 이유가 없어졌다. 예상대로 비박은 당장 반응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추대에 반대하는 '새누리당혁신모임' 소속 황영철, 김영우, 하태경, 오신환 의원이 지난 4월 19일 오후 원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위해 국회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추대에 반대하는 '새누리당혁신모임' 소속 황영철, 김영우, 하태경, 오신환 의원이 지난 4월 19일 오후 원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위해 국회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비박계 "반기문 친박 후보? 국민 지지 못 받을 것"

이번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황영철 의원은 27일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반 총장이) 친박 후보라는 딱지가 씌워지면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이번 총선 결과를 국민들이 다 기억하고 있다. (국민은) 뭔가 통합의 리더십이라든지, 새로운 비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 나가는 비전, 새로운 트렌드나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대통령을 원하지 않나"며 "그런 부분을 어느 후보든지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반 총장 또한 후보가 될 생각이면 그런 관점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의 발언은 반 총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표하기 보다 '반기문 대망론'을 현실화 시키기 위한 판을 만드려는 속내가 담긴 발언으로 해석됐다. 반 총장을 향한 비박계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포착된 것이다.

수도권의 비박계 A 의원도 이날 '데일리안'에 "현재 여당에 대선 후보가 변변치 않고 어려운 상황이라 반 총장 등장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반 총장이 친박계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의견에는 "총선 참패에 큰 책임이 있는 분들과 손을 잡는 게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 것을 알지 않겠나. 대선에 나서는 사람은 지지세력이 좁게 형성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수도권 소재 비박계 B 의원 역시 "반 총장으로서는 자신이 친박 후보로 보여지면 여론조사에서 상처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은 대체적으로 반 총장의 최근 행보를 지지하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여전히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UN에서의 임기가 아직 남은 만큼 현재 직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박계로 잘 알려진 C 의원은 본보에 "반 총장은 유능한 분이지만 특정 계파에 기대서 대선에 나서는 것은 정치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정권 재창출도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그런 것보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데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한 의원은 "나는 지금 반 총장이 드러나게 친박과 거리를 두려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며 "반 총장이 분열의 정치를 지적했는데 그것이 꼭 친박계를 겨냥했다고는 볼 수 없다. 지역·이념별로 나눠져 있는 우리나라 정치 전체를 지적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나"라고 다른 견해를 내놨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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