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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바늘허리 실 매어 쓰나'


입력 2016.05.27 14:59 수정 2016.05.27 15:30        이충재 기자

기업은행 '직원 대다수 반대'에도 정부 '전 금융권 확대'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 전체로 확산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업은행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행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 전체로 확산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업은행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행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 전체로 확산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업은행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시중은행과 비슷한 성격의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민간 금융기관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기업은행의 '선도적' 역할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지난 23일 예정에 없던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 방안을 전격 의결한 것도 이런 상황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권선주 기업은행장에게 '서릿발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권 행장을 본받으라"는 등 칭찬을 받아온 권 행장이다. 노조에서는 "권 행장이 정부의 압박에 무리수를 뒀다"고 했다.

이에 권 행장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국책은행으로서 위치를 고려해야 하는 현실에서 고민 끝에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을 내렸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기업은행 노조 "성과연봉제 반대 96%…정부 압박에 권행장 무리수"

무엇보다 문제는 기업은행이 노조와의 합의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취업 규칙을 변경하면서 후폭풍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당장 금융노조 기업은행 지부는 은행장과 지점장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예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와 함께 노조가 전 조합원을 상대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7816명이 참가해 7571표(96.8%)의 반대가 나왔다. 찬성은 220표(2.81%)였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일방적으로 의결된 성과연봉제 도입안에 대한 무효 소송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금융사 '기업은행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민간 금융회사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의 기준이 될 기업은행의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비슷한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은행맨들이 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바라보며 노조측에 '소리없는 응원'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연봉 문제를 정부가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노사가 풀어야할 사안인데, 정부가 끌고가면 산으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중은행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개인별 평가지표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서별 업무의 특성이 다른데다 직급별로 평가 기준과 업무의 분담 정도 등에도 차이가 큰 만큼 단순히 성과표로 평가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 금융회사로 확대를 거론한 것 자체가 '너무 앞서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금융개혁추진위에서 "민간 금융권에서도 금융 공공기관의 사례를 참조해 성과중심 문화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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