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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동성애, 예술 vs 외설 줄타기 '아가씨'


입력 2016.05.29 09:01 수정 2016.05.29 11:58        부수정 기자

박찬욱 감독 7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주연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를 통해 7년 만에 돌아왔다.ⓒCJ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를 통해 7년 만에 돌아왔다.ⓒCJ엔터테인먼트

7년 만에 돌아온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2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아가씨'는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등을 통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박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가 됐다.

'올드보이' 제작 당시 원작 만화의 영화화를 처음 박 감독에게 제안했던 임승용 프로듀서가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박 감독에게 소개하며 '아가씨'는 시작됐다.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조선으로 옮겼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히데코의 이모부 고우즈키(조진웅), 백작에게 고용돼 히데코의 하녀가 된 숙희(김태리)가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백작은 히데코와 결혼해 그를 정신병원에 가둬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 숙희는 백작의 계획이 성공할 경우, 히데코의 재산을 함께 나누어 갖는다는 조건으로 하녀가 된다.

그러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숙희가 히데코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 히데코 역시 숙희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이후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급물살을 탄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가씨'에는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이 출연한다.ⓒCJ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가씨'에는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이 출연한다.ⓒCJ엔터테인먼트

이야기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숙희, 2부는 히데코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3부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정리하는 식이다. 14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가 촘촘하고, 극이 매끈하게 흘러간다.

중반부부터 공개되는 반전과 곳곳에 배치한 맛깔스러운 대사를 즐기는 것도 묘미다.

캐릭터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는 부분은 영화의 재미를 이끄는 큰 축이다. 무언가 감춘 듯한 히데코, 반면 날 것 그대로의 숙희가 이뤄내는 감정은 생생하게 튀어 오른다. 아가씨를 향한 진심과 백작과의 거래 사이를 줄타기하는 숙희의 감정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숙희, 히데코 두 여성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다. 여성은 서로를 구원하는 존재이지만 남성은 지질하고 굴욕적이고, 폭력적으로 그려지는 게 흥미롭다.

박 감독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일제강점기 1930년대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동양과 서양의 문화, 계급 사회와 자본주의,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과도기적 이미지를 다양한 볼거리를 창조했다.

동·서양의 멋이 혼재된 저택, 서양식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책장, 화려하지만 차가운 색감의 방, 어둡고 비좁은 벽장 등이 그렇다. 제작진은 일본과 한국을 오간 로케이션을 통해 매혹적이고, 고혹적인 시각적 효과를 뿜어낸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미술·음향·촬영 등의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주는 벌칸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가씨'는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히데코의 이모부 고우즈키(조진웅), 백작에게 고용돼 히데코의 하녀가 된 숙희(김태리)가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CJ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가씨'는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히데코의 이모부 고우즈키(조진웅), 백작에게 고용돼 히데코의 하녀가 된 숙희(김태리)가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CJ엔터테인먼트

박 감독은 "'단지 아름답다, 멋지다, 압도적이다'라는 것을 목표한 건 아니었다"며 "그것을 뛰어넘는 식민지 시대의 상류 계급과 지식인 내면의 풍경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연기엔 엄지가 올라간다. 신비로운 이미지의 김민희는 사연을 감춘 아가씨 역에 꼭 들어맞는다. 김태리는 신예인데도 파격 노출을 시도, 에너지를 폭발한다. 하정우는 능청스러운 사기꾼 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했고, 조진웅은 변태적인 캐릭터를 맡아 소름 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 말미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장면은 다소 잔혹하지만, 박 감독의 이전 작품보다는 훨씬 수위가 낮다.

박 감독은 "내 영화치곤 얌전하다. 고문하는 곳에서 나온 장면인데 어느 정도의 폭력은 피해갈 수 없다. 클로즈업은 없고 소리와 표정만으로 처리했다. 이 정도는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숙희와 히데코의 동성애 정사 장면은 수위가 높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배우들의 정사 장면이다. 숙희 역을 맡을 배우 오디션 공고에서 "노출 수위:최고 수위, 노출에 대한 협의 불가능합니다"라는 조건을 단 게 이해가 될 정도다.

박 감독은 "두 배우의 베드신은 아름다웠다"며 "서로 대화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섹스 그 자체가 일반적인 욕망의 분출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배려하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며 "친밀감의 교류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에선 김민희 김태리의 파격 동성애 정사 장면이 등장한다.ⓒCJ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에선 김민희 김태리의 파격 동성애 정사 장면이 등장한다.ⓒCJ엔터테인먼트

동성애 정사 장면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감정은 부족하고 격렬한 신음과 몸짓이 화면을 메운 느낌이 든다. '남성적인 시각으로 본 여성의 사랑을 그렸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영화전문매체 필름스테이지는 "사춘기 소년이 레즈비언 섹스에 가진 전형적인 판타지에 걸맞은 섹스신"이라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그렇게 비판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앞에 있다면 묻고 싶다. 어떤 장면이나 시선에서 그렇게 느낀 건지 말이다. 구체적으로 비판했다면 대답을 할 수 있을 텐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가씨'는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175개국에 수출돼 종전 한국영화 최다 국가 판매 기록을 가졌던 영화 '설국열차'(167개국)의 기록을 넘어섰다.

박 감독은 "영화제 갔다가 상도 못 받고 고배만 마시고 빈손으로 돌아온 박찬욱"이라고 웃은 뒤 "영화가 여러 나라에 수출돼 부담을 덜었다"며 "내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정성을 쏟았다"고 밝혔다.

6월 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44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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