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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박스피 갇힌 코스피, '30분 거래연장' 약 될까?


입력 2016.05.25 11:20 수정 2016.05.25 19:27        이미경 기자

금투업계, 30분 거래시간 연장으로 거래량 증가 기대 안해

투자자 편의성 제고 차원은 긍정 평가…"24시간 오픈 시스템 필요"

한국거래소가 지난 2000년에 점심휴장을 폐지해 1시간 매매거래시간을 늘린지 16년 만에 다시 한번 30분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4일 거래소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편의 증진을 위해 증권·파생상품시장 매매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매매거래시간을 연장하면 거래량이 획기적으로 늘어 유동성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 활성화 차원에서 액면분할, 가격제한폭 확대, 공모시장 활성화 대책 등을 쏟아냈지만 전체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거래시간 연장은 사실상 거래소가 주도하는 증시활성화 대책의 마지막 보루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거래소 입장에는 지난 10여년간 지속되고 있는 시장 침체가 부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거래소는 박스권 탈출을 위해 증시 활성화 대책으로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그 중 매매거래시간 연장은 증시침체 국면을 탈피할 가장 큰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거래소의 판단이다.

거래소는 30분 매매거래시간 연장으로 6년간 지속됐던 박스피 탈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거래소는 30분 매매거래시간 연장으로 6년간 지속됐던 박스피 탈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금투업계 "거래시간 연장, 반드시 거래량과 비례하지 않아"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거래소의 기대와 달리 이번 거래시간 30분 연장 카드가 일부 거래량과 거래대금 증가로 나타날 순 있어도 6년째 지속되고 있는 박스권 탈출구의 특효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시각으로 거래시간이 늘면 거래량이 늘어나야 하는게 맞지만 거래량 증가는 시간과 비례하는 형태가 결코 아니다"라며 "일부 데이트레이드 방식으로 매매를 하는 기관투자자나 개인들의 거래량은 늘겠지만 거래시간 연장만으로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낙관적인 관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주식매매에서 하이-프리컨시트레이딩(high-frequency trading·초단타매매)을 적용하고 있는 해외거래소들의 경우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 방식을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거래량이 획기적으로 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하이-프리컨시트레이딩은 알고리즘 매매 방식을 이용해 일반 거래보다 10배 가량 빠른 속도로 대규모의 주식매수나 매도주문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이 방식을 매매거래에서 활용하고 있다.

거래소 측은 통상 장 종료시간대에 유동성이 집중됨에 따라 거래시간이 30분 늘어나게 되면 거래가 집중되는 시간도 그만큼 많아져 3~8% 정도의 유동성 증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거래소는 장 종료시간을 연장했을 때 일평균 거래대금으로 기존 2600억~6800억원이 증가하고 연간 거래액이 170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은 거래소 주장에 대해 거래 집중시간이 30분 뒤로 늦춰져서 거래 집중시간이 늘어나기 보다 기존시간 대비 30분 뒤에 거래가 몰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 마감시간까지 20분간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만 보고 거래시간 연장으로 거래 집중시간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은 어불성설"이라며 "통상 이러한 거래 집중 현상은 장 마감을 앞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에 2시 40분에서 3시 10분으로 시간만 늦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권 탈출, 땜질식 대책보다 기업 펀더멘탈 개선 관건

전문가들은 증시활성화 대책이 단순히 거래량을 늘리기 위한 땜질 방식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거래량 부진이 아닌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상 증시의 바로미터는 기업실적인데 지난 몇년간 기업들은 대내외 변동성 여파로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저성장 기조 장기화로 인한 산업전반의 침체가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10년간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평균 4~5조원대에 머물러있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는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거래량 감소는 증권사들의 수익 부진으로 연결되며 증권업계 불황 가중으로 이어졌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래시간 연장으로 거래량이 조금 늘수 있지만 증권사 수익으로 연결될만큼 획기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이 좀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되려면 바이오를 비롯한 신성장 기업들을 키워 기업들의 기초체력을 단단히하는게 선행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거래소가 추진하는 거래시간 연장은 증시활성화 보다는 투자편의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증권거래시간 연장은 주식시장 활성화로 연결되기보다 투자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실장은 "더 나아가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매수매도가 가능하려면 장기적으로는 24시간 오픈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IT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운용비용도 많이 줄어들어 향후 15년내에 24시간 증시를 개장한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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