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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의 12인 탈북자 접견신청 불허 "당연한 결정"


입력 2016.05.25 17:51 수정 2016.05.25 17:56        하윤아 기자

전문가 "변호인의 일방적 요청일 경우, 법적 여건 충족 여부 따져봐야"

해외식당에서 근무한 북한 종업원 13명이 국내에 입국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해외식당에서 근무한 북한 종업원 13명이 국내에 입국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최근 국내로 입국한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12명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거부한 국가정보원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 여종업원들에 대해 임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그간 두 차례 민변의 공식 접견 요청에 대해 “해당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보호를 요청한 탈북자이기 때문에 난민이나 형사피의자 같은 변호인의 접견대상이 아니다”며 접견을 거부했다.

탈북자들은 국내법에 따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정부합동심문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있고, 통상적으로 이 과정에서는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되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정원의 민변 접견 요구 거부가 위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여종업원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 인권보호관을 통해 민변 접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24일 ‘데일리안’에 “물론 변호인들이 접견을 요청할 권리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경우는 변호인이 나서서 접견을 요구하고 있어, 변호인의 접견권이 인정될 수 있는가는 법률이 정한 여건에 충족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 요청은 헌법상의 권리이지만 거꾸로 변호인의 피의자 혹은 구금자 접견 요구는 법률상의 권리”라며 “법률상의 권리는 형사소송법이나 변호사법, 국정원법 등 관련 법 규정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제한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상의 권리는 폭넓게 보장하는 반면, 법률상의 권리는 상대적으로 제한 요소가 더욱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변은 현재 국정원이 지속적으로 접견을 거부할 경우 인신보호법에 따른 인신구제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신보호법 제3조는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이 위법하게 개시되거나 적법하게 수용된 후 그 사유가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용돼 있는 때에는 피수용자, 그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동거인, 고용주 또는 수용시설 종사자는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률에서는 ‘수용이 위법하게 개시됐을 경우’, ‘수용된 후 사유가 소멸됐음에도 계속 수용됐을 때’라고 구제 신청에 대한 전제를 달고 있다. 이에 따라 민변이 탈북자들의 시설 수용이 법률 위반이라는 점을 증명하거나 수용 이유가 끝났음에도 지속적으로 수용돼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만 구제청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현재 사안은 인신보호법 제3조에 따른 구제청구 사유에 해당되는 것이 없다”며 “탈북자가 보호센터 내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을 수용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하고, 수용이 위법하게 개시됐다는 것은 일방적 주장인데다 설사 수용됐다 하더라도 적법한 기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어 인신보호법이 적용될만한 사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앞서 24일 민변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서경아 외 11명 인신구제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여종업원들의 가족으로부터 구제청구를 위임받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민변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소재 청화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정기열 교수가 여종업원들의 북측 가족들이 작성한 위임장은 물론 위임장을 쓰고 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민변 단체 명의의 메일로 보냈다. 하지만 민변에 위임장을 보낸 이들이 실제 여종업원들의 가족임을 소명할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원 법무법인 을지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종업원 본인들이 구금됐다고 주장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민변이 접견을 요구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현재 북한에서 납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에 부응하는듯한 정황을 만들어내려는 저의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계 당국에서 조사하고 있는 도중에 이러한 주장을 펴는 것은 조사받고 있는 대상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라며 “만약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국내에) 들어오게 됐다면 탈북자들이 겪는 절차가 모두 끝난 뒤에 문제를 제기하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북한은 ‘집단탈북’ 사건이 공개된 이후 줄곧 선전 매체를 통해 이번 사례가 우리 정부에 의한 납치 혹은 모략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서울국제법무법인 변호사)는 “민변의 인신구제청구는 북한의 주장을 믿고 우리 정부를 못 믿겠다는 것인데 정상적인 사고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짓말·막말·욕설만 일삼고 최악의 비인간적인 체제의 주장과 민주 정부인 우리 정부의 주장 중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는 질문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친북인사로 알려진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는 SNS에 탈북한 여종업원들의 얼굴과 나이, 생년월일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공개 자료의 신빙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지만, 사실로 확인될 경우 노 대표의 신상공개는 추후 법률적인 문제제기 소지가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온다.

최진녕 변호사는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신상을 공개했을 경우 어떤 공격을 받을지 예측할 수 없다”며 “보호해야할 대상을 외부에 노출시킨 것은 그 자체로서 위험성이 없지 아니하기 때문에 신상공개를 하지 못하게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의 권리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원 변호사 역시 “본인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면 불법이 될 소지가 있다”며 “추후에 여종업원들이 이 같은 신상공개로 인해 피해를 봤다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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