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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15세 등급은 타당한가?


입력 2016.05.27 09:19 수정 2016.05.27 09:21        부수정 기자

과도한 폭력·동물 학대 장면 많아 온라인 시끌

나홍진 감독 "15세 관람가 목표로 달려온 작품"

흥행 중인 영화 '곡성'이 15세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 흥행 중인 영화 '곡성'이 15세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

"15세라기엔 너무 잔인한 영화", "볼 만한데 15세 관람가는 절대 아니다", "15세 관람가라는 게 가장 의문이다."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의 15세 관람가가 논란이다.

영화는 '추격자'(2008), '황해'(2010)을 연출한 나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영화로 전라남도 곡성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과 이를 수사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그렸다.

'곡성'은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극장가를 삼킨 마블 신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단숨에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볼 것 없는 극장가에 단비가 된 '곡성'은 '해어화', '시간이탈자' 등 톱스타들 출연에도 실패한 한국 영화계에서 한 줄기 빛으로 떠올랐다.

'곡성'이 이렇게 흥행한 이유 중 하나는 15세 관람가 등급도 한몫했다. '추격자', '황해'에서 모두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받은 나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 단계부터 15세 등급을 보고 달려왔다고 밝혔다.

전작에서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묘사를 여과 없이 표현한 것과 달리 '곡성'은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고 미술, 분장 등 디자인과 미장센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으로 평점이 8.08으로 꽤 높지만 1점도 많다. 반면 기자, 평론가는 전체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다. 평점은 8.31이다.

높은 점수를 준 관객들은 "관객에게 미끼를 던진 영화", "현혹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공포", "절대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고 극찬했다. 1점을 준 관객들은 "무섭고 잔인하고 징그럽고 소름 끼친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비위만 상한 좀비물"이라고 혹평했다.

흥행 중인 영화 '곡성'엔 15세 등급이라고 하기엔 잔인한 장면이 꽤 많이 나온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 흥행 중인 영화 '곡성'엔 15세 등급이라고 하기엔 잔인한 장면이 꽤 많이 나온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

혹평과 호평에 상관없이 관객들이 지적한 부분이 15세 등급이다. 15세 이상 관람가는 부모가 동반할 경우 연령에 도달하지 아니한 자도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 관람이 가능하다.

영상물 등급을 판단하는 영등위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들은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개 항목에서 표현 수위를 '낮음', '보통', '다소 높음', '높음', '매우 높음' 등으로 구분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상물의 등급을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5등급으로 분류한다.

'곡성'의 경우,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모방위험 등 6개 부문에서 유해 정도를 '다소 높음'으로, 약물 부문은 '보통'으로 각각 평가했다.

영등위는 '곡성'이 15세 등급을 받은 배경에 대해 "선정성 및 폭력적인 부분은 정당화하거나 미화되지 않게 표현돼 있고, 그 외 공포, 대사 및 모방위험 부분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으로 15세 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다르다. 한 관객은 "'추격자'보다 더 많이 죽이고 피범벅이다. 15세 관람가 준 인간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아이디 hh***는 "흥미롭게 봤지만 15세 등급은 아니다. 이 정도면 청불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ga****는 "청소년이나 심신이 나약한 분들은 보지 말아라.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다. 왜 15세 관람가인가?"라고 말했다.

흥행 중인 영화 '곡성'이 15세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 흥행 중인 영화 '곡성'이 15세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

관객들이 지적한 부분은 '곡성'의 과도한 폭력성과 잔인함이다.

영등위 홈페이지에 나온 15세 이상 관람가에서 폭력성의 기준을 보면 '물리적 폭력 및 학대 행위가 구체적·지속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 '흉기나 폭력으로 인한 상해, 선혈 등 경미한 신체 손괴가 있으나 지속적·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것', '폭력적인 느낌을 주는 음향효과가 사실적·자극적·지속적이지 않은 것' 등이다.

공포의 기준으로는 '심리적 불안과 긴장감을 주는 장면이 구체적·지속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 '공포 분위기의 음향효과가 사실적·자극적·지속적이지 않은 것' 등이다.

그러나 '곡성'에는 영등위가 정한 폭력성과 공포의 기준을 뛰어넘는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이 곡괭이로 개를 때려죽이는 장면, 동물이 사람의 얼굴을 물어뜯는 장면, 사람이 날 동물을 뜯어먹는 장면, 여러 사람이 피범벅이 돼 죽어 나가는 장면에선 소름이 끼친다.

관객들은 "이게 왜 15세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청소년을 둔 학부모들은 혹여나 안 좋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영화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첫 번째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첫 번째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등위가 아동·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등급을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은 "아동과 청소년은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기 이전인 상태로 보호가 필요하다"며 "단순하게 폭력 장면이 아닌, 언어폭력, 불안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 이로 이한 정서적 폭력까지 고려해서 등급을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영화의 폭력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양 소장은 "'곡성'뿐만 아니라 15세 등급을 받은 영화 중에 논란이 되는 영화가 있다"고 짚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국내에서는 선정적인 부분은 엄격하게 다뤄지는 반면,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부분은 그렇지 않은 편"이라며 "폭력적인 장면을 엄격하게 다뤄야 하고,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등급 심사의 개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10명 내외의 소규모 인력으로는 1년에 1400여편의 영상물을 심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양 소장은 "많은 영상물을 소호하기엔 등급 심의원이 수가 적다"며 "영등위가 부산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전문가들을 구성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강 평론가 역시 "1000여편이 넘는 영상을 소규모 인력으로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겠느냐"며 "학생들도 등급 심사에 함께 참여하는 등 심사를 보완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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