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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조선 구조조정 첩첩산중…선주·노조 고비 넘을까


입력 2016.05.23 10:23 수정 2016.05.23 22:01        박영국 기자

현대상선, 30일까지 용선료 재협상 실패시 법정관리 불가피

조선업계, 채권단 압력-노조 반발로 샌드위치 신세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힘든 고비를 맞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 전경,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전경.ⓒ데일리안DB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힘든 고비를 맞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 전경,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전경.ⓒ데일리안DB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힘든 고비를 맞고 있다. 해운업계는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이 불투명하고, 조선업계는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23일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마감 시한인 20일을 넘겼지만 이달 말까지는 시간을 줄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사실상 마지막 담판으로 여겨졌던 지난 18일 해외 선주 4곳 대표단과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결론을 내는 데 실패함으로써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했지만, 타결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바로 법정관리행을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물리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31일 사채권자 집회가 예정돼 있어 늦어도 그 전날인 30일까지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18일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선주 대표단 협상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용선료 재협상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인 것도 문제지만, 협상 대상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다는 건 더 큰 난관이다.

현대상선은 다나오스(13척), 조디악(6척), 이스턴퍼시픽·나비오스·캐피털십매니지먼트(각 5척), 현대오션서비스(2척)로부터 컨테이너선을 장기 용선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다나오스와 나비오스, 캐피털십매니지먼트 등 3사는 18일 단체협상에 직접 참석했고, 이스턴퍼시픽도 화상 회의로나마 참여했다. 하지만 조디악은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선주들 입장에서는 용선료 인하를 거부했다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불황에 배를 놀리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만큼 협상 창구가 단일화 돼 있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선주들이 제각기 현대상선과 개별 계약이 돼 있다 보니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사는 용선료를 깎아줬는데 다른 선주는 원래 계약을 유지한다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용선료 인하 폭을 두고도 눈치 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리스계 선주인 다니오스와 나비오스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용선료 인하에 따른 부담도 큰 상황이다.

다나오스의 경우 현대상선에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포함해 13척을 대선하며 용선료 수입의 28%를 의존하고 있으며, 한진해운에도 컨테이너선 8척을 대선해 17% 수입의 17%를 의존하고 있다.

나비오스는 현대상선에 5척, 한진해운에 2척을 대선하고 있으며, 용선료 수입 의존도는 각각 28.9% 및 11.3%에 달한다.

수입의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국내 선사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깎아줄 경우 한진해운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도 같은 수준의 인하 요구를 들어줘야 할 상황이라 부담이 크다.

영국계 선주 조디악은 현대상선에 대선하는 선박이 대부분 올해 운항을 시작하는 최신식 초대형 선박인 만큼 시장에 용선 수요가 많아 상대적으로 고자세로 나올 여지가 많다. 18일 단체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지난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가 자구안을 제출한 가운데, 주채권은행의 추가 자구안 요구와 구조조정 내용에 대한 노조 반발이 관건이다.

조선 3사의 자구안은 인력 감축, 조직 축소,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노조는 이들 두고 “경영 부실의 결과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이들 3사 노조를 비롯한 조선업계 노조와 금속노조가 연합한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서울로 상경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정책을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아닌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 반발이 심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는 희망퇴직을 가장한 집단해고를 추진하면서 단 한차례도 노동조합과 대화를 거치지 않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뒤집고 집단해고를 진행했다”며 경영진에 “은밀하게 진행하는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즉각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대한 항의 투쟁을 선언하고 24일에는 현대중공업 집단 감원 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 출범 준비위원회를 만든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23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만남을 갖고 인력 구조조정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등 구조조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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