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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점심 논쟁'…마지막까지 한심한 국회


입력 2016.05.20 09:05 수정 2016.05.20 10:35        전형민 기자

<기자수첩>'점심의 유무(有無)', '의사진행권'이 중요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상정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는 135개의 안건이 상정돼 처리되며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1만 7천여건에 달하는 법안중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1만여건의 법안들은 자동폐기 된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9일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상정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는 135개의 안건이 상정돼 처리되며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1만 7천여건에 달하는 법안중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1만여건의 법안들은 자동폐기 된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기자수첩>'점심의 유무(有無)', '의사진행권'이 중요한가

조선 현종대(代)에 효종이 승하하자 인조의 계비이던 자의대비의 복상 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남인과 서인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를 '제1차 예송 논쟁'이라고 한다. 이후 효종의 비가 죽자 조대비의 복상을 몇 년으로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또 다시 논쟁이 일어나는데 이것을 '제2차 예송논쟁'이라고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예송 논쟁'은 단순한 복상 문제를 둘러싼 당파의 대립이 아닌 왕권을 바라보는 정치적 입장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신권(臣權)과 왕권(王權) 강화 목적의 권력투쟁이라는 역사적 의의가 있지만, 먹고살기 바쁜 백성의 입장에서는 '예법'이나 '신권 왕권 권력투쟁'은 '아무 짝에 쓸모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다.

19대 국회가 19일 마지막 출근길에 나서며 4년의 임기 마무리에 나섰지만 '예송 논쟁'을 연상케 하는 때아닌 '점심 논쟁'으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마지막 날까지 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리는 본회의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해철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노인장기요양 보험법' 등 무쟁점 법안의 무난한 통과를 예상하며 "19대 국회가 마지막날에 그래도 유종의미를 거뒀다"는 평가를 한다. 하지만 정작 19대 국회 내내 첨예하게 여야가 대립했던 쟁점인 '노동법 개정안', '서비스산업 발전법', '세월호특별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은 모두 폐기될 것으로 전망돼 결론적으로 국회는 "폐기될 법안을 붙잡고 4년을 허비한 꼴"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국회는 법안을 한 건이라도 더 협상하고 한 건이라도 더 통과시키려 노력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짝에 쓸모없는 뜬구름 잡는 '점심 논쟁'으로 국민을 또 다시 허탈하게 했다.

보통 각 정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총회를 연다. 이 의총에서 각 당 의원들은 그날 본회의에 대해 개략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당론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당은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공개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는 "오늘 3당 수석간 합의한 것은 점심시간 없이 계속해서 약 5시간 소요되는 본회의를 하자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처리해야할 의안, 무쟁점법안 등 130여 건이 넘게 쌓였으니 점심을 거르더라도 우선 법안부터 처리하자는 생각의 발로였다.

그러나 그는 "당에서는 점심을 준비했지만 지금 국회의장께서 의사진행은 당신의 권한이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가져야한다고 했다"고 말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사진행권'을 이유로 3당 수석간 합의를 거부했다는 점을 밝혔다.

이 같은 박 원내대표의 이야기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속 한 켠 허탈감을 가져온다. 마지막 본회의를 앞둔 상황에서까지 19대 국회는 '민생'보다는 '권리', '협치'보다는 '비방'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휴회를 할 경우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것을 고려한 박 원내대표나 의회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마지막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정 의장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점심을 먹고 안 먹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그 문제를 놓고 3당이 합의를 했는지, 그 합의를 국회의장이 '의사진행권'을 이유로 거부했는지도 관심이 없다. 국민은 350여년 전 '예송 논쟁' 같은 때아닌 '점심 논쟁'이 아닌 오직 '민생 논쟁'이 이루어지는 국회를 보고싶을 뿐이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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