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김성근 감독의 뜻? 뒷걸음질 치는 한화


입력 2016.05.18 20:30 수정 2016.05.19 10:53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김광수 대행 체제 이후 10경기서 1승 9패

작전 구사 및 투수 운용, 김 감독과 빼닮아

한때 ‘야신’이라 불리던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현대 야구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 구시대적 유물이 되고 말았다. ⓒ 연합뉴스 한때 ‘야신’이라 불리던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현대 야구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 구시대적 유물이 되고 말았다. ⓒ 연합뉴스

지난 2014년 10월 김성근 감독이 한화 이글스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야구팬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모든 이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야신’의 복귀에 긍정적 시선이 쏠렸던 이유는 김성근만 감독만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바람' 때문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점점 획일화 되어가는 야구 트렌드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2000년대 후반을 지배했다. 그리고 그런 기대 속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돌아온 김성근 감독에 대한 기대는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갔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김성근 특유의 감독 중심야구와 선수 운용 방식으로 소위 '마리한화' 열풍을 일으켰지만, 아쉽게도 시즌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 2년차를 맞은 올 시즌, ‘야신’의 신화는 무너져 내렸다. 여론은 김 감독에 대한 존경보다는 경계, 혹은 조소에 더 많은 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제 '김성근식 야구'는 프로야구에 반향을 일으키기는커녕 시대착오라는 오명만 남았을 뿐이다.

김광수 대행 체제, 달라지지 않은 한화

한화는 최근 김성근 감독이 허리디스크 수술로 이탈, 김광수 수석코치 대행체제로 운영 중이다. 물론 팀 운용에 대한 변화는 전혀 없다. 오히려 김광수 대행체제로 바뀌고 난 뒤 성적은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한화는 김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10경기서 1승 9패를 기록 중이다. 패하는 과정, 경기 내용 역시 김성근 감독이 있을 때와 대동소이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4.3점, 평균 실점은 두 배 이상인 9.5점이다. 심지어 김성근 감독 시절 지적 받았던 부분들에 대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즌 개막 이후 김성근 감독의 작전 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두 가지다. 선발 투수에 대한 불신과 감독 중심 야구에서 비롯된 잦은 퀵후크, 그리고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의 필승조 투입 남발이 바로 그것이다. 김광수 대행체제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김광수 감독 대행 2번째 경기인 지난 6일 kt전에서부터 드러난다. 김광수 대행은 선발 이태양이 흔들리자 1.1이닝 만에 내린 뒤 송창식으로 마운드에 올렸다. 이태양의 투구수는 31개에 불과했다. 1-3으로 뒤지던 4회부터는 박정진, 윤규진을 투입하며 불필요하게 필승조를 소모했다. 당연히 경기는 패했다.

이런 선수 기용은 계속 이어진다. 김광수 대행체제에서 치러진 10경기 중 선발 투수가 5이닝을 채운 경기는 단 3경기에 불과하며, 이 중 로저스가 두 차례 지분을 확보 중이다. 지난 12일 장민재, 14일 송은범은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도 5회 이전에 강판을 명받았다.

필승조의 불필요한 소모도 여전하다. 7일 kt전에서는 리드를 내준 상황임에도 박정진, 권혁, 윤규진, 정우람이 잇따라 등판했고, 이튿날에는 마무리 정우람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26구를 던지며 헛심을 썼다. 그나마 위안은 대행 체제 기간 불펜 투수들의 3연투가 없다는 점이다. 결국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의 모습과 똑같은 투수 운용이 이어지는 셈이다.


여전히 팬들이 곁에 있지만 한화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여전히 팬들이 곁에 있지만 한화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달라지지 않은 조급증, 계속되는 '작전야구'

투수 운용만 김성근 감독 때와 똑같은 것이 아니다. 타자들의 기용이나 김성근 감독 특유의 집요한 '작전 야구' 역시 되풀이되고 있다.

김광수 대행은 7일 kt전에서 초반부터 조급했다. 2회초 선두타자 김경언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경기 초반부터 차일목에게 번트를 지시하며 '김성근표 작전야구'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차일목의 번트는 허공으로 떴고, 이 공이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가며 허무하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작전을 시도하지 않자 한화의 공격은 풀리기 시작했다. 투 아웃 이후 네 타자가 연속 출루하며 순식간에 3득점.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조급해 보였던 번트지시가 아니었다면 대량 득점도 노려볼 수 있는 기회였다.

17일 삼성전은 더욱 극적이었다. 1회초부터 이용규에게 번트를 지시하고도 선취점을 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4회에는 무사 1, 2루 상황에서 최근 타격감이 좋은 양성우에게 번트를 지시했다가 쓰리번트 아웃으로 기회를 날렸다. 6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는 양성우를 내리고 대타 번트 작전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날 한화의 경기 운용은 최근 야구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처럼 번지던 '김성근 감독 원격조종설'이 진담처럼 다가오는 대목이었다. 팀의 추락을 불러일으킨 김성근식 야구를 김광수 대행이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 9위와의 승차는 벌써 8경기 차. 한화는 더 늦출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글 계민호 / 자료제공: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정보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