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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입 모은 한국의 이미지는?


입력 2016.05.22 07:54 수정 2016.05.22 07:57        목용재 기자 / 박진여 기자

<다문화가정 사각지대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만나다⑤>

'깨끗한 나라', '편리한 나라', '재밌는 나라' 순

정부가 지난 2006년 4월 다문화가족 사회통합지원대책을 마련한 이후 10년이 지난 올해 3월, 황교안 국무총리가 다문화 정책 10년 성과를 계승하면서 성장주기별 자녀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등 다문화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다문화사회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다문화가정의 '사각지대'인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정책과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다. 일선 실무자들조차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개념조차 정리돼있지 않아 업무의 혼선을 빚기도 한다. 데일리안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잠정적 한국인'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이자는 취지로 중고입국청소년들이 한국 정착 생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그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11일 서울 영등포구 서남권글로벌센터에 위치한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왼쪽부터) 에트자즈 아슬람(21, 파키스탄), 김정훤(21, 중국), 이재하(17, 한국), 샤마 자이레티오도시오(18, 필리핀), 압둘라이브 아히전(20, 우즈베키스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1일 서울 영등포구 서남권글로벌센터에 위치한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왼쪽부터) 에트자즈 아슬람(21, 파키스탄), 김정훤(21, 중국), 이재하(17, 한국), 샤마 자이레티오도시오(18, 필리핀), 압둘라이브 아히전(20, 우즈베키스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학교 대신 매일 등교해 한글 수업을 듣고 여러 가지 한국문화 체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서울온드림교육센터(서울특별시, 현대차 정몽구 재단 운영).

수업만 끝나면 '수다'를 좋아하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삼삼오오 모여 떠들기 바쁘다. 고향이 다른 또래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다보니 한 종편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의 청소년 버전이 돼버린다. 이들이 모이면 "비정상회담하자"며 서로 '낄낄' 대며 수다를 떤다.

이 아이들이 모이면 무슨 수다를 떨까. 궁금해서 압둘라이브 아히전(우주베키스탄 20세, 남), 샤마 자이레티오도시오(필리핀 18세, 여), 김정훤(중국 21세, 여), 에트자즈 아슬람(파키스탄 21세, 남) 등 4인의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서울온드림교육센터 로비에 불러 모았다. 여기에 '한국 대표' 이재하(17세, 남) 군도 끼었다.

김정훤 양이 "한국말 잘못하는데 어떡해요?"라며 걱정부터 했지만 그래도 또래끼리 모이니 또다시 수다가 시작됐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 아이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두렵고, 불편하고 낯설기만한 곳은 아닐까. '비정상회담'이 열린 김에 물었다. "너희들에게 한국은 어떤 곳이니?"라고. '데일리안'이 지난 11일 만난 17~20세 사이의 중도입국 청소년 4인에게 한국은 편리하고, 예쁜 사람이 많고, 치안 걱정 없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 첫 느낌이 어땠어요?

김정훤(이하 김): 제가 중국에서 살 때 작은 도시에서 살았는데요, 한국에 들어오니까 너무 편했어요. 공부하는 것도 그렇고 교통도 그렇고. 특히 한국에는 놀거리가 많아서 좋았어요.

압둘라이브 아히전(이하 아히): 저도 첫 느낌 너무 좋았어요. 건물이 너무 높아서 놀랐고요 특히 대중교통이 너무 편리했어요. 한국 여자 분들은 너무 예뻤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이 저 한테 처음 한 질문이 기억이 남아요. 저한테 우즈베키스탄 여성분들 예쁘냐고 물었었거든요.

샤마 자이레티오도시오(이하 샤마): 필리핀에 있을 때 집에서만 있었어요.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나가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마음껏 놀 수 있어요.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를 마음껏 탈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기차나 버스, 지하철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점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너무 편해요.
11일 서울 영등포구 서남권글로벌센터에 위치한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왼쪽부터) 이재하(17, 한국) 군, 샤마 자이레티오도시오(18, 필리핀) 양, 압둘라이브 아히전(20, 우즈베키스탄) 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1일 서울 영등포구 서남권글로벌센터에 위치한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왼쪽부터) 이재하(17, 한국) 군, 샤마 자이레티오도시오(18, 필리핀) 양, 압둘라이브 아히전(20, 우즈베키스탄) 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국 생활해보니 어때요? 문화적 차이로 겪는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아히: 한국하고 우즈벡은 문화가 거의 비슷해요. 우즈벡에서도 어른 공경하고 또 존댓말도 사용하거든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죠. 그래서 문화적 차이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는데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우즈벡은 밤에 상점들이 문을 다 닫거든요? 그런데 한국의 밤은 좀 시끄럽더라구요. 우즈벡 남자들은 술을 먹긴 하는데 많이 먹진 않아요.

샤마: 홍대입구가 그렇더라구요.

에트자즈 아슬람(이하 에트): 그런 곳이 또 있어요. 홍대입구가 제일 그렇고, 두 번째 이태원, 세 번째 인사동이요.

아히: 밤에 시끄러운 것은 저는 상관없지만 한국 사람들은 친절해요. 커피도 주시고 그렇더라고요. 서비스가 좋은 나라 같아요.

김: 한국 사람들은 커피랑 소주를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 와서 가장 좋은 것은 배달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거예요. 중국에서는 배달음식을 잘 시켜먹지 않아요. 배달을 시키더라도 돈을 더 줘야해요.

에트: 한국 사람들이 국기로 여러 가지를 하더라고요. 태극기로 옷을 입고, 여자들은 태극기 모양의 귀걸이도 하고, 자동차에 태극기를 달기도 하는 모습보고 놀랐어요. 이런 것 외에도 밖에서 큰소리로 노래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불꽃 놀이하는 사람들도 자주 봤어요.

김: 아 그리고 한국은 깨끗해요. 중국은 너무 바쁘고 공기도 안 좋아요. 교통도 너무 불편해요.

샤마: 맞아요. 한국은 정말 편리한데 필리핀은 너무 복잡해요. 차가 정말 많이 막혀서 1시간 만에 갈 곳도 3시간이나 걸리죠. 특히 필리핀에서는 자동차 연기, 공기 오염이 너무 심해서 숨 자체를 쉬기 어려워요.

-서울 공기가 더 깨끗하다고요?

샤마: 네. 그곳에서는 숨 자체가 쉬기 어려운데 여기에서는 마음껏 숨을 쉴 수 있어요. 한국은 깨끗한 곳이에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좋아서 다행이네요. 나쁜 기억 같은 것은 없나봐요?

에트: 한국사람들은요, 길을 가다가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넘어지면 그냥 가요. 제일 나쁜 점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나서더라고요. 파키스탄에서는 구급차 부르기 전에 이미 사람들이 다친 사람을 챙기고 있어요. 지하철에 나이 어린 사람들이 앉아있는데 그 앞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와도 자리를 양보 하지 않고 휴대폰만 보고 있어요.

샤마: 나쁜 것은 아닌데요, 한국에서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이용한다는 점이 힘든 것 같아요. 필리핀은 손으로 먹었거든요.

에트: 저는 또 할 얘기가 있는데요, 언젠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데 7~8분이면 가는 거리였어요. 제가 한국어 잘 못해도 다 알아들을 수는 있거든요? 그런데 이 택시기사가 길을 쭉 돌아서 제가 원하는 장소에 가는 거에요. 그냥 가만히 보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1만 5000원이 나오더라고요. 4000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어요. 그래서 제가 112에 신고하겠다고 하니까 미안하다면서 3000원만 달라고 했어요.
11일 서울 영등포구 서남권글로벌센터에 위치한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왼쪽부터) 에트자즈 아슬람(21, 파키스탄) 군, 김정훤(21, 중국) 양, 이재하(17, 한국) 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1일 서울 영등포구 서남권글로벌센터에 위치한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왼쪽부터) 에트자즈 아슬람(21, 파키스탄) 군, 김정훤(21, 중국) 양, 이재하(17, 한국) 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런 한국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들이 많아요.

에트: 그럼요. 특히 나이 어린사람들이 친절하더라고요. 어디를 가야하는데 지하철 타고 이동해야 해서요, 그래서 여자분에게 물어봤더니 핸드폰에서 지하철도를 찾아서 저에게 알려줬어요. 그 여자분 일하러 가야하는데 저 때문에 늦었어요.

아히: 네. 한국 사람들 친절해요. 영어로 한 아저씨한테 길을 물어봤는데 여러 가지 못짓으로 길을 알려주셨어요. 제가 중간중간 한국말 하니까 한국말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셨어요.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도 따로 있을 것 같아요.

아히: 제가 한국에 오기전에 한국에서는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고 알고 왔어요. 한국이 IT 강국이잖아요. 저는 그쪽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지금 한국 대학 IT관련 학과로 준비하고 있어요.

김: 제가 처음 알고 들어 온 한국은 '드라마 같은 나라'라는 거에요. 중국에 있을 때 '마이걸'과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그게 한국에 대한 저의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드라마 같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요.

샤마: 저는 '풀하우스'를 봤는데요, 필리핀에서 아주 유명해요.

아히: 우즈벡에서 가장 유명한 건 '주몽'이었어요. 주몽을 본 이후 어머니께서 자주 쓰시는 한국말이 생겼는데요, 어머니가 무슨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고"라고 한국말을 내뱉으셨어요. 우즈벡에서는 주몽을 너무 좋아해서 주몽의 한 칼싸움 장면을 흉내내다가 형제를 죽이는 사건까지 벌어진 적이 있어요.

에트: 파키스탄에서 유명한 한국 드라마가 없어서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법을 잘 지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키스탄 사람들은 법, 잘 안 지키거든요. 밖에서 사고가 나면 서로 때리면서 싸워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사고 나면 싸우지 않고 경찰과 보험사를 불러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아..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이러면서 눕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괜찮은데 그렇게 쓰러지더라고요.

중도입국청소년들의 '수다'는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한국말을 잘했으면 더 수다를 잘 떨 수 있었을 텐데"라는 한숨도 나왔지만 "한국말 공부 더 잘해서 '비정상회담' 또 하고 싶어요"라는 당찬 포부도 나왔다.

이날 중도입국청소년들의 '비정상회담'의 사회를 본 김수영 서울온드림교육센터 팀장은 "아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이미 한류 문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면서 "본국에 비해 비교적 깨끗한 도시 분위기과 발전된 한국에서 본인의 꿈을 펼쳐보고자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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