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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소녀의 외침 "당당하게 세상에 나오세요"


입력 2016.05.15 07:34 수정 2016.05.15 07:50        하윤아 기자

<성폭력 피해자 인식전환 캠페인 진행자 최민아씨 인터뷰>

"낙인 찍힐까봐 숨어지내는 피해자들 도움 요청할수있게"

성폭력 피해자인 최민아 양(17)이 성폭력 피해자 인식전환 캠페인 '나는 당당하게 살기로 했다'를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 최민아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캡처. 성폭력 피해자인 최민아 양(17)이 성폭력 피해자 인식전환 캠페인 '나는 당당하게 살기로 했다'를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 최민아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캡처.

"문득 '내가 피해자인데 왜 숨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당당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죠."

상습적인 성폭행과 주변의 무관심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었다. 피해를 당했지만 그 사실을 알리기가 두려워 자신을 숨기고 살았던 소녀. 그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성폭력 피해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데일리안'은 성폭력 피해자 인식전환 캠페인 '나는 당당하게 살기로 했다'를 진행 중인 최민아 양(17)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린 시절 당한 성폭력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열일곱 소녀는 "이번 인식전환 캠페인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당한 분들이 용기를 내 신고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 2013년 친부의 알코올 중독과 계모의 험담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선 최 양은 이후 우연히 알게 된 27세 남성에게 상습적인 강간을 당했고,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다. 집을 나오기 전에도 총 6번의 성폭력을 당했던 그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주변 사람이 없어 피해 사실을 숨긴 채 홀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피해자인 자신이 숨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고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최 양은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 대부분은 가해자가 주변 인물이거나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리기 꺼려한다"며 "그러나 내가 먼저 내 이야기를 알린다면 누군가도 용기를 내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피해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좋은교육협동조합'(대표 백종원)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최 양은 좋은교육협동조합이 연결해준 성폭력 전문 상담소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성폭력 피해 경험은 여전히 그에게 아프고도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 양은 "성폭력을 당했던 일이 악몽으로 다가올 때 당시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 하루 종일 울기도 하고, 성폭력범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를 답답함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며 "그럴 때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지만 나와 같이 힘들어하며 홀로 버티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자신이 직접 겪어온 일을 이야기책으로 제작·출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예방 게임 제작 △인식전환 토크콘서트·인터넷 방송·세미나 개최 △피해자 모임 주최 등을 주요 활동 목표로 삼아 성폭력 피해자 인식전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4월말부터 '성폭력 및 갈등관리'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고, 좋은교육협동조합 조합원들과 성폭력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성폭력 예방 보드게임도 제작 중이다. 또 5월 말에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개선을 주제로 한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터넷 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 계획을 밝힌 그는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양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낙인을 찍어버리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선뜻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성폭력을 당해도 그 것이 성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성폭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성폭력을 당했을 때의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성폭력상담소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의 94%가 남성인데 사회는 오히려 여성들에게 '네가 조심해라'라고 다그치고 있는 부분들도 고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여성혐오를 경계하고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 성평등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편견과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온 최 양은 인터뷰를 마치며 성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을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저는 한 때 제가 잘못해서 성폭력을 당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제 잘못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절대,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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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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