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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당대회 결국은 '호시절 김일성 시대' 향수 자극하기


입력 2016.05.12 05:44 수정 2016.05.12 05:51        박진여 기자

김정은, 할아버지 김일성 용모·복장·태도·행적 '복사'

전문가 "북 '좋았던 시기' 김일성 시대 답습하려는 것"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 마지막 날 김정은이 당 최고직책인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김정은이 얻은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은 과거 1949년 할아버지 김일성이 맡은 직책과 동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동신문 캡처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 마지막 날 김정은이 당 최고직책인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김정은이 얻은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은 과거 1949년 할아버지 김일성이 맡은 직책과 동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동신문 캡처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 마지막 날 김정은이 추대된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은 김일성 시대의 '재해석', 김일성 시대의 '재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셀프 대관식'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번 7차 당대회가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를 흉내내는 행사로밖에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당대회에 양복 차림에 뿔테안경을 쓴 모습으로 등장한 김정은의 모습은 흡사 김일성을 연상시켰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도 못 열었던 당대회를 36년 만에 개최하며 할아버지 김일성의 뒤를 이었다. 김일성의 1980년대 6차 당대회를 끝으로 김정일 시대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당대회가 김정은 시대에 7차 당대회로 이어졌다.

이때 김정은은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라는 대목의 사업총화보고에서 과거 김일성이 강조한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 쁠럭불가담운동(비동맹운동) 강화를 주장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3년 이례적으로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는 김일성의 생전 마지막 해인 1994년 육성 신년사 이후 19년 만이다. 이처럼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 건너뛴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전 업적을 답습하면서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용모, 복장, 태도 등을 따라해 이미지를 차용하는 모습도 줄곧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7차 당대회 마지막 날인 9일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는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 인민들의 한결 같은 의사와 염원을 반영해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통일부는 10일 김정은 시대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이 과거 김일성 시대 직책의 재해석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1949년 6월 30일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이 당 대회 없이 제1차 전원합동회의를 개최, 조선노동당으로 통합하면서 김일성이 위원장에, 박헌영과 허가이가 부위원장에 각각 선출됐다. 과거 김일생 시대 정책노선이나 조직 등을 흉내냈다는 평가다.

공개된 이번 당대회 영상 속 김정은의 모습도 '김일성의 재림'을 연상케 했다. 평소 인민복을 즐겨입던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검정 줄무늬 양복에 뿔테안경을 착용했다. 이때 머리칼을 뒤로 넘긴 모습, 한 손에 종이를 들고 장시간 연설하는 모습, 젊은 나이가 무색한 걸걸한 목소리 모두 할아버지 김일성을 연상케 했다.

김일성은 1980년 10월 개최된 6차 당대회 때는 인민복을 입었지만, 1961년 9월 개최된 4차 당대회 때는 양복을 착용했다. 김일성은 생전 인민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인민복을 즐겨 입었지만 1980년대 이후 공식석상에서 양복 입은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김일성은 지난 6차 당대회서 한 손에 사업총화보고 원고를 든 채 5~6시간에 거쳐 직접 낭독했다.

이외에도 김정은은 배 내밀고 걷기, 뒷짐 지기, 중절모 착용, 소련군 코트입기 등 ‘김일성 따라하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핵무기 연구소 시찰 당시 이제껏 공식석상에서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카키색 코트와 털모자를 쓰고 나왔다. 이는 김일성이 생전 전시 때 착용하던 소련군 장교복으로, 김일성 우상화에서 상징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복장이다.

김정은의 이 같은 행보는 과거 김일성 시대 정치·경제적으로 부강했던 역사를 답습하고자 하는 의지로, 김정일 시대 최악의 경제난으로 체제 붕괴 위기에 직면했던 ‘고난의 행군’ 시대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본보에 “(김정은은) 겉으로는 할아버지-아버지-자신으로 이어지는 3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고난의 행군으로 좋은 기억이 없어 (외면하고자 한다)”며 “김일성이 과거 1945년 소련군을 등에 업고 북한에 처음 들어왔을 때 양복을 입었는데 (김정은이) 이런 모습들을 다 따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이 북한으로서 ‘좋았던 시기’인 김일성 시대를 답습하고자 김일성의 용모, 복장, 태도 등을 따라하며 결국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와 유사한 행보를 펼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일 시대 굳어진 권력집단을 재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혀가며 아버지 김정일 시대 때 고난의 행군으로 부상한 야전군, 당 행정부 등 비정상적인 두 권력집단을 대대적으로 정리, 군을 장악할 수 있는 공안 세력을 중심으로 물갈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정은은 집권 이후부터 선군을 강조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군에 대한 당적 통제를 강화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간 정통 군부 출신의 북한군 총참모장이나 북한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되거나 교체된 바 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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