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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통과시킨 국회의원들 제외시킨 김영란법


입력 2016.05.10 10:38 수정 2016.05.10 10:58        데스크 (desk@dailian.co.kr)

<류여해의 명명백백>모든 법은 대상이 명확해야 실효성 논란 없어

성영훈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제2공용브리핑룸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제2공용브리핑룸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는 9월 28일 시행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안이 발표되자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법이 만들어질 때에도 많은 논란이 계속되었고 끝없이 수정안이 제기되더니 시행령안을 만드는 과정도 평탄치 않아 보인다.

시행령안이 논란이 거듭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난 3월 공포된 김영란법안에서 가장 애매하고 논의가 어려운 8가지 사항의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으로 위임했었기 때문이다.

법을 만들 때 가끔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이다. 상위법에 깔끔하게 규정을 하면 좋을 내용들을 논의하기 어렵거나 혹은 많은 쟁점이 있을 때 또는 물가변동등을 따라야 할때는 시행령으로 위임을 한다.

이는 엄연히 금품수수의 범위를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한 법률 조항 자체가 입법부의 권한을 행정부로 위임하는 것을 막고 있는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임을 했을 때 가끔은 상위법을 능가하여 하위법에서 만드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상위법에서 위임하지 않았음에도 하위법령에서 규정한 경우도 있다.

그럼 이번 시행령안을 통해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왜 그리 모두가 말이 많은지를 따져보자. 먼저, 국회의원이 적용대상인가 하는 부분이다.

김영란법은 국회의원도 직무연관성이 없어도 1회 100만원, 연간 누적 300만원을 초과해 받으면 형사 처벌된다. 그러나 부정청탁 관련 조항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금지되는 부정청탁을 15개 유형별로 규정하고, 7가지 예외 사유를 두고 있는데, 예외 사유 가운데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건의하는 행위"가 있다.

이 법대로라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에게 공익을 목적으로 한 민원 전달은 가능한 것이고 이는 부정청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의 취지는 부정청탁을 근절하고자 하는것인데 국회의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라는 문제점이 제기될 소지는 충분히 있다.

명절이면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수북하게 쌓이는 선물상자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 그리고 민간인영역까지 대상을 확장시켜 적용하면서 국회의원을 제외시킨 것을 보면 역시 입법자들이 그들의 밥그릇을 챙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따지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인 일반공무원과 언론인 등은 제안이나 건의에 대한 예외 조항이 있어야 형평성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언론에서는 “5만원이 넘는 과일, 한우, 굴비 세트 등은 대표적인 명절 선물 자리를 뺏기게 됐다”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당장 올해 추석 연휴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으며, 또 다른 언론은 값싼 중국산 등의 수입산보다 비싼 한우가 외면받을 수 있다며 한우협회의 반발을 전하며 “김영란법은 수입 쇠고기 권장법”이라는 비판을 이야기 했다.

시행령에서는 식사와 다과, 주류, 음료 등 음식물은 3만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원, 축의금과 조의금 등 부조금에 해당하는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상한액을 설정했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일 것이다.

경조사비가 10만원이면 적정하다. 일인당 식사비 3만원이면 간단한 정식은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선물도 5만원이면 작은 과일상자 한상자가 가능하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것을 평소에 보내고 주고 받고 했기에 이 금액에 울상을 짓는다는 말인가?

명절에 수많은 상자를 받는 사람은 특권층이다. 일반국민들은 명절선물을 여러상자씩 받거나 고가의 선물을 주고 받지 않는다. 저 정도 금액이면 충분하다.

얼마를 원하길래 그렇게 이법의 시행령안이 발표되자 내수걱정을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주고받고 하는 선물의 크기가 그렇게 컸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어느날부터 경조사비가 점점 상향되어 가고 있었다. 지인들의 경조사에 얼마를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과거에 3만원하던 것이 5만원짜리 발행으로 인하여 5만원이 평균처럼 되었고 그러다 친하면 10만원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나왔다. 상한선을 10만원으로 정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제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식사비도 3만원이하니 걱정없고 부담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 법은 실제 시행까지는 헌법재판소라는 마지막 관문을 거쳐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오는 9월 28일 법 시행 전 위헌 여부를 결론 낸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제기된 헌법소원은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등 그리고 금품수수의 범위를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한 법률 조항 자체가 입법부의 권한을 행정부로 위임하는 것을 막고 있는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공무원은 국가의 돈을 받는 사람이다. 그렇게 따지면 언론분야에선 KBS와 EBS 임직원, 공립학교 교직원이 공직자 범위에 드는 것이다. 법을 만들때는 고민이 항상 따라야 한다.

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면 잘만들어진 법의 실효성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게 된다. 취지가 정말 좋은 김영란법은 누더기가 되어 논란 끝에 통과 되었지만 역시 시행령에서도 순탄치가 않다.

부정청탁금지는 법을 안 만들어도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였고 특히 공직자는 기본을 지켜야 함이 도덕적 기본이다. 기본이 안지켜지니 이를 법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법으로 만들려니 어려운 것이다.

도덕이 법이 되는 과정은 너무나 어렵다. 세세히 다 명시해야 논란이 없고 명확히 규정하려니 대상이 모두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이다.

순탄치 않아 보인다. 시행전에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면 더 우스운 모양새가 될 것이다,
법을 만들때는 고민에 고민을 거쳐 철학과 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독일 노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김영란법은 국민들이 모두 환영하는 법이다. 기본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기득권이 빠져나가지 않게 만들어서 멋지게 시행되는 그날이 오길 기다린다.

글/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형사법박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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