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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무서우면...김정은 당대회서 "대북 방송 안돼"


입력 2016.05.10 05:27 수정 2016.05.10 05:37        목용재 기자

당 사업총화 보고에서 "북남 비방 일체 중지 해야"

남북군사당국회담 제안, 이번에도 심리전 중단 목적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차 노동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하고 있다.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차 노동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하고 있다.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7차 당대회를 통해 '남북군사당국 회담'을 직접 제안한 가운데, 지난해까지 이어진 남북당국자회담과는 별도의 대화 창구를 만들자는 의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 당국은 지난해 '8.25합의'에 따라 12월 11일부터 12일, 이틀간 차관급 1차 남북당국자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당시 회담에 대해 "남측이 북남관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잡다한 문제를 잔뜩 들고나와 인위적인 난관과 장애를 조성했다"고 주장하며 일방적인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남북 당국 간 대화는 멈춰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7차 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북남 군사당국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북남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협의해나갈 수 있다"며 남북군사당국 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이 차관급 회담에서 군사당국 회담으로 대화 창구를 바꾸고 전향적인 '회담공세'를 벌이기 시작한 것은 우리 군 당국의 '대북심리전 방송'과 '대북삐라' 중단에 그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우리 정부의 '대화 러브콜'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목함지뢰' 사건 이후 재개한 우리 군 당국의 대북확성기 방송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은 이 회담에서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성과를 얻었다가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대북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는 결과를 감수해야 했다.

때문에 김정은이 당대회를 계기로 1월초 재개된 대북확성기 방송, 대북삐라을 중단하기 위한 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당초 진행된 바 있는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은 '남북교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북심리전 중단 등을 요구할 만한 적당한 창구가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정은은 남북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하기 앞서 군사분계선 사이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을
먼저 제안했다. 특히 구체적으로 '심리전 방송'과 '삐라살포'를 거론하며 중지를 요구했다.

김정은은 "현시기 절박하게 나서는 문제는 북남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북남이 상대방을 자극하는 적대행위들을 중지해야 한다"면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심리전방송들과 삐라살포를 비롯하여 상대방을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일체 적대행위들을 지체 없이 중지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남은 여러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면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이룩하는데 현시기 절박하게 나서는 문제는 북남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9일 '데일리안'에 "(남북군사당국 회담 제안은) 자신들한테 가장 아픈 것은 심리전이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자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킬레스건을 계속 공격하니까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김정은이 직접 이를 대북심리전 중단을 요구한 것은) 대북확성기가 실제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김정은으로서는 체제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남한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원칙적 문제 협의가 아니라 소위 삐라 살포, 확성기 방송 이런 것을 중단시키기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라면서 "삐라와 확성기 방송 얘기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을 보면 그것을 중지하기 위한 회담만 하고 끝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의 상투적인 대남 평화공세, '남남갈등' 유발의 일환일뿐 큰 의미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상당수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본보에 "대북확성기에 대해서는 북한이 내구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군사당국 회담 제안은 진정성이 없는 위장 제안으로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 김정은까지 내려오는 대남전술로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김정은의 대화제의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면서 남북회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 개발과 우리를 직접 겨냥한 도발위협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선전선동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대화의 문은 닫지 않겠지만 북한이 핵개발 등 도발 계속한다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를 자처하면서 핵미사일 도발 등을 자행하는 상황에서 긴장완화 등을 위한 군사회담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다"면서 "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어놓고 있으나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먼저 보여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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