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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월터 품에 안긴 김현수, 5할 붕괴에도 방긋


입력 2016.05.08 11:32 수정 2016.05.08 11:34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오클랜드와의 더블 헤더 2차전에서 첫 2번 출장

달라진 팀 내 위상, 쇼월터로부터 중용받을 듯

시즌 첫 2번 타순에 배치된 김현수. ⓒ 게티이미지 시즌 첫 2번 타순에 배치된 김현수. ⓒ 게티이미지

볼티모어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자신에게 가장 잘 맞은 옷을 입었다.

김현수는 8일(이하 한국시각) 오리올 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종전 0.526에서 0.478로 떨어졌지만 달라진 팀 내 위상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김현수는 앞선 더블헤더 1차전에 대타로 나와 컨디션을 가다듬었으나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리고 곧바로 진행된 2차전에 전격 2번 타순에 배치됐다.

시즌 초반부터 교체 멤버로 출전하느라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었으나 ‘기계’다운 타격감을 발휘하며 벅 쇼월터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당초 구단이 기대했던 테이블세터의 역할이 주어졌다.

김현수는 1회 첫 타석에서 2루 땅볼에 그쳤고, 3회 1사 2, 3루 기회에서도 상대 선발 제시 한의 5구째 커브를 받아쳤으나 다시 2루 땅볼에 그쳤다. 하지만 그 사이 3루 주자 조셉이 홈을 밟으며 시즌 두 번째 타점을 올렸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만들어냈다. 김현수는 노볼-2스트라이크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4구째 91마일 직구가 가운데로 쏠리자 그대로 방망이를 휘둘렀고, 2루 베이스 근처를 스치는 중전 안타를 터뜨렸다. 김현수는 6회, 바뀐 투수 페르난도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유격수 뜬공에 그치며 이날 타격을 마쳤다.

김현수 입장에서는 향후 자신의 입지를 가늠할 중요한 경기였다. 당초 볼티모어는 김현수에게 2년간 7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안기며 뚜렷한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거포들이 즐비한 볼티모어는 장타 생산이 뛰어나지만, 타자들의 출루 능력이 떨어져 이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김현수처럼 타격이 정교하고 출루율이 뛰어난 선수가 가세한다면 크리스 데이비스 등 거포들이 한 방으로 해결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KBO리그 시절 줄곧 3번 또는 중심타선을 맡았던 김현수도 테이블 세터를 맡아야 한다는 중책을 떠안았다. 여기에 미국 현지에서는 김현수가 새로운 개념의 1번 타자가 될 것이란 높은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너무도 실망스러운 시범경기를 보냈고, 급기야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선수 본인은 메이저리그에 남을 것을 희망, 계약서에 명시된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을 발동시켰다.

시즌 초반, 조이 리카드가 깜짝 활약하며 설자리가 더욱 줄어들었지만 김현수는 좌절하지 않았다. 많지 않은 기회 때마다 안타를 터뜨렸고, 결국 쇼월터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이번 오클랜드전 2번 타순 배치가 김현수의 달라진 위상을 설명한다.

현재 볼티모어 좌익수 포지션은 리카드가 타격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가운데 김현수가 치고 나서는 양상이다. 리카드가 부진하자 시즌 초반 폭발적이던 팀 득점도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볼티모어의 팀 타선은 2번 타순이 타율 0.360-출루율 0.413으로 제몫을 다해주고 있었다. 다만, 타율 0.246-출루율 0.287에 그친 1번 타자가 문제였다. 결국 쇼월터 감독은 2번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매니 마차도를 전격 1번으로 올렸고, 김현수를 2번에 놓으며 테이블 세터진을 완성했다. 어렵게 길을 돌아 쇼월터 감독 품에 안긴 만큼 이제는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된 김현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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